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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전화번호 문의서 말로 비행기 조종, 공중전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오늘 내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아침8시, 회사에 출근한 조그마한 기업의 사장 S씨는 의자에 앉아「스위치」를 올린다. 혼자말처럼 중얼거린다.
『8시30분에 영업부 김 부장에게 이번 달 영업보고를 받으셔야 되고, 9시30분에는 J상사의 O사장을 만나셔야 되며, 오늘 중에 A은행 M지점의 5백만원 짜리 수표가 교환, 결제됩니다…』
책상 위에 놓인 조그마한「컴퓨터」는 예쁜 여자의 목소리로 S사장이 해야할 일들을 차근차근히 알려준다.
이것이 소위 말소리를 알아듣고 합성 음성으로 그 결과를 알려주는 말하는「컴퓨터」의 실상이다.
말하는「컴퓨터」는 먼 장래에 일어날 얘기가 아니라 이미 지난 연말, 일본의「샤프」사가 개발, 시판을 준비중에 있는「컴퓨터」계의 총아다.
미국의「벨」전화회사 연구진들은 우리 나라의 114와 같은 전화변호 문의를「컴퓨터」에 전담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다이얼」을 둘린 다음 가입자의 이름이나 회사명을 대면 곧바로「컴퓨터」가 전화번호를 대답하는 방법이다.
이 제도는 단 1대의「컴퓨터」에 전국의 전화번호를 기억시킬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컴퓨터」가 이해하는 단어의 수나 말할 수 있는 단어가 적어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해군은 듣고 말하는「컴퓨터」교관을 통해 후보생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멤피스」방공통제 훈련소에서 교육을 받는 훈련생들 앞에는 거다란「레이다」가 놓여있다. 이「레이다」화면에는 모의 항로에 따라 많은 비행기들이 교차한다.
훈련생들은 비행기들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구두로 조치를 취한다. 조치사항을 들은「컴퓨터」는 그때그때 훈련생이 취한 조치가 옳았는지 몰렸는지를 알려주어 능숙한 항공통제사가 되도록 지도해 준다.
미 해군은 이 이외에도 음성을 알아들을 수 있는「컴퓨터」를 통해 자동조종 장치를 연구중인데 이것이 완성되면 조종사는 복잡한 고성능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말만으로 전투기를 조종하면서 공중전에 임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장치가 좀더 싼값으로 생산된다면 불구자용 자동차에 이용할 수도 있다. 사지가 절단된 불구자라도 입만으로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로 명령하고 말로 대답하는「컴퓨터」의 출현은「컴퓨터」의 소재혁명이 가져온 것보다도 더욱 큰 충격을 주고 폭발적인「컴퓨터」수요를 유발하게 했다.
지금까지의「컴퓨터」는 거의가「프로그래머」「키펀처」등 전문 요원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운용 할 수 없었다. 비록 가정용 소형「컴퓨터」라도 이것을 조작하는 기술을 배우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것이「컴퓨터」대중화의 장애가 되었었다.
그러나 말하는「컴퓨터」가 보편화되면 국민학생으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전화 사용법 정도만 알면 마음대로「컴퓨터」를 부릴 수 있게 된다.
「알라딘」의 마술등잔에 나오는 거인을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심부름꾼으로 쓸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현재 말하는「컴퓨터」의 단점은 단지 한 사람의 말만 알아들을 수 있으며 그것도 감기 등에 걸려 목소리가 약간만 변해도「컴퓨터」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의 유수한「컴퓨터」회사들이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모두 이해하는「컴퓨터」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어 수년 이내에 이런 물건이 시판될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최정민 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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