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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의 긴밤하반기엔 동터 미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경기가 여전히「스태그플레이션」속에서 혼미하고 있다. GNP(국민총생산)의70%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해외경기의 동향이 그대로 국내로 파급·확산된다. 경기가 좀 나아질 전망은없는가. 미·일·「유럽」제국의 경기를 본사특파원들을 통해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미국의 일류 백화점「체인」 인 「블루밍데일즈」는 80년 가을부터 중공을 팔아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있다. 미인 「패션·모델」들에게 중공산 옷을 입혀 북경의 천안문앞에 세워 미국과 중공간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가를 과시했다.
상점마다 온통 중공상품이 들어차고 또「뉴욕」시내에서 사상초유의 대규모 중공전시회를 열고 있다. 일용잡화에서 기계류에 이르기까지 중공산을 마치폭포처림 쏳아 놓았다.
우연의일치이긴해도 「블루밍데일즈」의 주안과「례이건」 차기대통령이 막역한 친구사이인것은 상당히 암시적이다. 중공전시회는 미국사람들에게 중공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으며 중공산 상품이 미국시장에 상륙할 발판을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됐다.
특히 81년의 미국경지가 79년수준 이상일수 없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되고 있는 이때 중공의 미국진출은 미국사회의 소비 「패턴」 변화와 한국의 대미시장진출에도 큰 영향을 줄것으로 전망된다.
80년 미국의 GNP는 0·7%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81년에는 겨우 1·5%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수준은 미국경제가 별로 호황이 아니었던 79년수준에 비해 개선되지 않을것이라는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소비자들이 구매에 사용할수 있는 개인 가처분소득이 79년대비 0·2%가줄어들었고 81년에 1·7%가 늘어날것으로 예상된다. 즉 미국사람들은 생계유지 이외에는 쓸돈이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81년 미국의 경기는 종전과는 달리 「패션」소비와 신규수요가 감소될 양상을 띠게 될것같다.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비어있기때문에 그 영향은 여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기는 대개 자동차·주택·소비재등 세가지 소비로 가늠될수있다.
80년 미국산 자동차와 그 부품 판매는 79년에 비해 15·4%「마이너스」성장으로 후퇴했고 81년에야 2·9%의 신장이 기대된다. 전과같으면 연수입 3만「달러」의 중산층은 새차를 3년마다 바꾸는 것이 통례였으나 이젠 5년 정도로 연장되고 있다. 또 「가솔린」과 부품유지비가 적게 드는 일본자동차를 구매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주택경기도 80년에 21·3%나 「마이너스」성장을 했고 81년에도 3·1%의 「마이너스」가 예상된다. 신규 건축이 둔화된 반면 사무실과 「아파트」의 전세금이 크게 뛰어 올랐기때문에 일반서민과 소기업들은 싼 전세를 찾아 변두리로 빠져나가고 있다. 「뉴욕」시의 인구가 거의 1백만명이나 줄어든것은 이같은 현상을 대변하는 사례다.
돈이 없다는 사정은 소비자구매 「패턴」의 변화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의류의 예를 들면 백화점이나 전문 「스토어」에서 가장 인기있는 것은 소위「전천후옷」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입을수있는 품목이다. 전같으면 정장용·「례저」용·「스포츠」용·작업복등 갖가지를 준비했던 소비자들이 이젠 구매품목을 획일화하고 있다. 이미 가지고 있던 옷들을 입는다든지, 값이싼 쪽을 택하여 「인플레」를 상쇄하려는 경향이 늘어났다.
이같은 구매「패턴」의 변화는 중공에 대미시장진츨의 기회를 크게 열어준 반면 한국을 포함한 NICS(선진개발도상국)제국엔 시련을 안겨 주고 있다. 소비자들이 품질보다는·값이 싼것을 찾아나섬으로써 중공이나 「인도네시아」 혹은 동「유럽」같은 저개발국가의 수입품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한국산 상품은 국제석유와 자원가격의 상승으로 NICS 「그룹」 안의 가격경쟁에서 크게 불리하고 미국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구매력을 잃는 2중고를 겪을 전망이다.
한국이 미국시장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수년안에 NICS 「그룹」의 해외시장 진출에 대응하여 일본이 무차별 대량수출에서 품질위주의 소량공급상품 수출로 전략을 바꾸었던 것과 같은 정책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중공의 대미수출품의 40%이상이 면제품으로 한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처지다.
미국의 기업들은 신규투자를 피해 주문에 의한 최소생산과 공급에 주력하고, 현금보유고를 늘려 금리소득을 높이는 방향에서 불황에 대처한다는 분석이다.
81년 미국의 경기는 상반기에는 나아질 가능성이 희박하고 하반기에 가서야 다소 상승할 조짐이다.【뉴 욕=김 재 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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