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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공책 써도 뿌리는 건재|미국의 「뉴·마피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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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연간 추정 총수입 1천2백억「달러」-. 세계 최대회사「제너럴·모터즈」매상액의 곱절이다. 세금은 한푼도 안낸다. 시민들은 옷을 살 때, 식당에서「피자」를 먹거나「내프킨」을 쓸 때 도박이나「프로노」잡지를 즐길 때, 심지어는 주식투자를 할 때까지도 알게 모르게 이 조직과 거래하게된다. 60여 년의「전통」과 술한「신화」를 자랑하며 사회학자들의 말처럼『미국적 상황 속에서 배양돼 이젠 단순한 기생충이 아닌, 사회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게 된』미국의 조직 범죄 얘기다.「레이건」새 행정부가 국제정치 국내 경제의 숱한 난제와 아울러 물려받게 될 골칫덩어리다.
「마피아」를 주축으로 하는 미국의 조직 범죄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환기를 맞고 있다. 활동범위의 확대,「화이트·칼러」범죄로의 진출, 수법의 지능화, 젊은 세대의 등장, 그리고 이에 맞서는 당국의 전례없는 강공책 등이「뉴 마피아」의 주성분이다.
80년은「마피아」에겐 불운의 해였다. FBI 등 수사당국의 총공격으로 이 한햇 동안 6백명이란 기록적 숫자가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중엔 「뉴욕·마피아」두목「조·보나노」등 초 거물을 비롯, 「프랭크·티에리」(뉴욕)·「니컬러스·시벨라」(캔자스시티) 등 두목급 만도 10여명이 넘는다. 이들을 검거하는데「수훈갑」의 공로자는「족제비」란 별명을 가진 전「마피아」간부「지미·프라티아노」.30년간 범죄 활동에 종사하다 77년 정부측의 제보자로 돌아선「프라티아노」는 유명한「조·발라키」이후 최대의 수확이라고 수사관들은 말한다.
그러나 어떤 수단을 써도「마피아」를 뿌리뽑을 수 없다는 것은 당국도 알고 있다. FBI수사담당 부국장인「멀렌」도『근절보다는 그들의 영향력을 줄이자는게 목표라고 시인할 정도다. 이것조차 쉽지 않다.「마피아」의 영향력과 수입은 나날이 늘어만 가고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마약 밀수도 다시「붐」을 타고 있다. 추정 거래액은 연간4백억「달러」 내의. 80년 한햇 동안 적발된 양만도 4백「파운드」가 넘는다. 연리 (연리) 2백∼3백%의 고리대금도 어느 때보다 성업중이다. 이런「고전적」업종 뿐 아니라 새로운 분야의 개척도 활발하다. 이들이 후원하는 해적 음반이나「테이프」의 제작 때문에 인세로 먹고사는「로크· 스타」들이 울상을 지을 정도다. 유독성 폐기물 처리 업종에도 진출했다. 탄광사업이 요즘 다시 활기를 띠자 곧 탄광 중장비를 훔쳐 팔거나 엉터리 탄광 주식을 팔아먹는다.「크레디트·카드」위조, 자동차 수리업을 이용한 차 도둑도 새 인기종목이다.
그러나 당국의 가장 큰 두려움은 이들이 합법적 기업을 이용한 경제범죄, 즉「화이트· 칼러」범죄에 진출할 기미를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뉴저지」주「볼룸필드」은행에서 일어난 부정대출 사건은 그 한 예다.
물론「이탈리아」인을 주로 한「마피아」가 미국조직 범죄의 전부는 아니다. 유대인과 「에이레」인들은 오래 전부터 한몫을 차지하고 있었고, 요즘엔「필라델피아」와「뉴욕」일대의 흑인「갱」들과「샌프란시스코」의 중국인 조직이「앙팡·테리볼」로 등장했다.
남미「콜롬비아」와「쿠바」의 마약 밀매조직도「플로리다」쪽에 교두보를 굳히고 있다. 「라·누에스트라·파밀리아」란「캘리포니아」의 중남미계 조직은 1천명의「단원」을 자랑한다.
그러나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자칭「이스라엘·마피아」인 유대인 조직. 범죄자들과 전직 특공대원들이 모여 5년전「이스라엘」의「바트·얌」항구의 암시장 조직으로 출발한「이스라엘·마피아」는 곧 미국으로 진출,「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한 서해안 일대에서 막강한 세력으로 등장했다.
보험사기·살인·마약 등을 주 전공으로, 필요하면 수류탄 투척도 서슴지 않는 이들은 한 수사관의 말처럼『「마피아」가 40년 걸린 것을 불과5년 동안에 이룩한』무서운 범죄단체다.
젊은 세대의 진출도「뉴 마피아」의 한 특징이다.「이탈리아」태생이 아닌, 2, 3세「이탈리아」인들이 새「조직원」으로 자꾸 들어옴에 따라 조직안의 공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위계 질서를 존중하는 선배들과는 달리 이들은 전형적인 미국식 개인주의 정신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일부 조직들은 조직원을 외국에서「밀수입」해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 한 수사관은 이들 새 세대들이 선배들보다 더욱 잔인하다고 평했다. 『지금의 늙은 두목들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다.
「마피아」의 두목 급은 대부분이 이민1세들이지만 너무 늙어 거의 은퇴직전이다.
「뉴잉글랜드」의「파트리알카」(72)나「시카고」의「아카르도」(74)등은 은퇴 혹은 반은퇴 상태.「뉴울리안즈」의「마르첼르」(70)나「플로리다」의「트라피칸테」(66) 등은 아직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뉴욕」의「갈란테」나「필라델피아」의「브루노」는 각기79년과 80년에 총알 세례를 받고 영원히 은퇴했다. 나머지도 언제 후배들에게 밀려날지 모르는 상태.
이같은 조직범죄에 대항해 FBI·법무성·노동성·국세청 등 관계 수사당국은 연합전선d을 펴고있지만 별 무효과. FBI의 경우 최신 전자장비를 동원하고 예산과 인력의 20%이상을 쏟아 75년 이후「유니락」「브라일탁」등 갖가지 이름의「작전」을 벌여 꽤 성과를 거뒀지만 『일시적인 성공』 일 뿐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체념 섞인 말이다. 「마피아」는 이제 굳이 범죄가 아닌「서비스」산업의 하나처럼 됐다』는게 많은 사람들의 얘기인 것이다.<정춘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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