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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소방 선발, 필기시험 수능보다 어렵고 면접도 까다로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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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호 11면

의무경찰 시험에서 요구하는 ‘백 브리지’ 자세.

#(국어) 다음 중 연암 박지원의 한문 단편소설은?
①장산인전 ②남궁선생전 ③장생전 ④예덕선생전

#(국사) 통일신라시대의 민정문서에 기록된 농민들에게 지급된 토지는?
①연수유답 ②관모전답 ③촌주유답 ④마전

#(상식)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환경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가입한 2개의 협약은?
①생물다양성협약, 기후변화협약 ②바젤협약, 기후변화협약 ③생물다양성협약, 람사협약 ④기후변화협약, 람사협약

 의무소방원 필기시험에 나왔던 문제들이다. 대학을 졸업한 성인 10명에게 문제를 풀도록 했더니 각 문제의 정답률은 10%, 10%, 40%로 나타났다. 두 문제 정답(1명)이 최고점이었고, 5명이 한 문제도 맞히지 못했다.

 의무소방원이 되려면 중앙소방학교가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시험은 신체·체력, 필기, 면접의 3단계로 이뤄진다. 신체·체력 검사에서는 2m5㎝가 합격 기준인 제자리멀리뛰기에서 좌절하는 지원자들이 많다. 2m5㎝는 20세 남성의 평균 수준이다. 많은 수의 한국 장정은 애당초 의무소방원 자격을 갖추지 못한 셈이다.

 신체·체력 검사를 통과하면 필기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국어·국사·상식 각 20문제로 구성돼 있다. 필기시험 성적순으로 선발인원의 1.2배를 뽑는다. 따라서 필기시험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한다. 고득점자가 많기 때문에 전체 60문항 중 서너 개 이상 틀리면 합격이 어렵다. 지난해 의무소방원 시험에서 탈락한 이모(23)씨는 “수능 언어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의방 국어 시험에서는 두 개나 틀렸다”고 말했다.

 최종 관문인 면접 시험의 질문도 대부분 소방업무와는 관련이 없다. “세계 경제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법을 제시하라”는 문제가 제시된 적도 있다. 의무소방원 출신 고모(26)씨는 “면접 때 지원자들끼리 ‘박사과정 대학원생을 뽑는 것 같다’는 농담을 했다”고 기억했다.

 의무경찰 선발에는 필기시험이 없다. 전형은 지방경찰청별로 인·적성 검사, 신체·체력 검사,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키 1m65㎝, 몸무게 55㎏, 나안 시력 0.1 이상(또는 교정 시력 0.8 이상)의 신체 기준 때문에 지원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현역병의 키 기준은 1m59㎝ 이상이다.

 일부 지방경찰청은 특정 자세를 취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살펴보는 검사를 추가로 실시한다. 주로 ‘백 브리지’나 ‘쪼그려 앉기’ 자세를 요구한다. 백 브리지는 누운 상태에서 팔과 다리로 몸통을 위로 올리며 허리를 뒤로 젖히는 형태다. 쪼그려 앉기는 양다리를 서로 붙이고 선 상태에서 뒤꿈치를 들지 않으며 그대로 앉는 자세다. 엉덩방아를 찧으면 안 된다. 현역병 신체 검사 때도 하지 않는 검사다. 이에 대해 경찰청 의무경찰계 간부는 “지원자의 허리 건강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의경은 한 자리에 오래 서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허리가 튼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체력·자세 검사에서 불합격하면 면접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면접에서는 국가·사회에 대한 가치관이나 시사적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자주 나온다. 딱히 정답이 없는 질문이기 때문에 “내가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탈락자들이 많다. 의경 시험에서 떨어진 정모(24)씨는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학력 등 ‘스펙’이 낮아서인지 면접관들이 내 말은 귀담아듣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국가관이나 사명감을 살펴보기 위해 심리전문가도 면접에 참여시킨다”고 말했다. (※기사 첫머리에 나온 의무소방원 기출 문제의 정답은 ④, ①, ①)

황은하 인턴기자 heh7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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