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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사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작년 연말부터 혹한이 몰려와 추위가 계속되다보니 요즈음은「삼한사온」이라는 전래의 겨울철 날씨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것같이 모두가 느끼게 되었다. 요즘 사람들은 삼한사온으로 겨울철 추위를 이겨내는데 비교적 수월했던 과거생각 때문에 삼한사온이라는 주기적인 날씨마저도 없어진 것이 아닌가하고 원망하는 것 같다.
삼한사온이라는 말은 겨울철 날씨 변화의 주기에 1주일 주기가 현저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반드시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해진다는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십여일씩 계속해서 추울 수도 있고 또 따뜻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 겨울을 지내고 보면 그래도 일기변화의 주기에 1주일 주기가 현저하게 나타남을 알게 된다. 이와 같은 일기변화는 겨울철 우리 나라 기후를 좌우하는 「시베리아」고기압의 성쇠에 따른 것이다. 본래의「시베리아」고기압을 형성하고 있는 대기는 대단히 차고 건조한 것이다. 이 대기가 우리 나라 쪽으로 확산되어 올 때 겨울의 계절풍이 강해지고 춥게 느껴지나 2, 3일 지나는 동안 밑으로부터 열을 받고 해상으로부터 수증기의 공급을 받게되어 본래의 성질과는 다른 변질된 대기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 덩어리의 고기압으로 있을 수가 없어서 변질된 대기가 분리되어 이동성 고기압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동성 고기압이 가까이 옴에 따라 우선 바람이 약해지니 추위가 지난 것같이 느껴지고 이동성 고기압 중심이 지나면 남쪽 바람마저 불게 되어 더욱 포근해진다. 이렇게「사온」을 실감케 되는 것이 겨울철 일기변화인 것이다.
본래의「시베리아」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 사이에는 기압골이 형성되고 여기에 저기압이 발생하는 수가 많아서 이것들이 통과할 때 날씨가 흐리고 눈이 오게되나 눈이 그치면 다시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 또「삼한」으로 변하는 날씨 변화를 보인다. 이같은 현장이 우리 나라의「삼한사온」이라 하겠다.
옛날 적벽대전 때 조조의 연합군을, 주유가 화계(화계)로써 공격할 때『동남풍만 불어라』 고 했던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이것도 주유가 겨울철 일기변화에 삼한사온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요즈음과 같이 여러날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것은「시베리아」고기압의 세력을 보강시켜주는 북극 고기압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때는「시베리아」고기압과 북극 고기압 사이에는 기압골이 형성되고 저기압도 발달하게 되나 요즈음의 강추위는「시베리아」고기압과 북극 고기압이 서로 고압대를 형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그리고 매일 매일의 최저기온 변화를 조사해 보면 강추위가 계속될 때에도 최저기온 변화곡선에 1주일 주기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삼한사온이 없어졌다는 말은 옳지 않은 말이다. 김진견<중앙관상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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