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교적 성향·만화적인 수법 늘어날 듯-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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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급변하는 사회정세 속에서 문화예술계가 크게 위축됐던 80년 한해가 지나고 「새로움」이 기대되는 81년 새해를 맞았다. 나름대로의 새로운 방향을 분석하고, 새로운 질서를 정립해야 할 이 시점에서 각 분야의 중견 평론가들의 대담을 통해 81년 문화예술계의 전망을 들어 본다. <편집자주>
김용=80년대에 들어오면서 문단에서는 대작에 대한 기대가 컸었습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겠지요. 첫째는 한국문단에는 한 연대의 초두에 새 국면을 타개한 작품활동이 많이 나타났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우리사회가 커다란 변혁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전형기라든가 변동사회라는 표현이 가능한 시기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시기에는 직접·간접으로 문학의 탈바꿈이 요구됩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80년 문단은 실망을 안겨주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김주=70년대의 급속히 진행된 산업화에 따라 순수문학에 대한 인식이 큰 동요를 일으켰습니다. 80년대에는 작가들이 협소한 문단주의에서 개방되어 독자층과 광범위하게 직접적으로 접촉할 계기, 즉 민중문학·대중문학에 대한 관념적 차원에서의 진척이 있었어야 했을텐데 그런 현상은 보이지 않았지요.
김용=우선 80년의 시를 살펴보면서 81년을 전망해보기로 하지요. 개괄적으로 본다면 80년은 소강상태였다고 할까요. 그런 중에도 김명수의 『일식』과 이성복의 『딩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등 2개의 시집이 주목 할만 했읍니다.
김주=동감입니다. 그 되에도 김명인의 『동두천』, 김광규의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마종기의 『안 보이는 사람의 나라』. 김왕영의 『죽은 풀벌레를 위하여』, 이동순의 『개밥 풀』 등이 눈에 띄었어요.
김용=김명수의 『일식』은 토속적인 어휘구사와 전통을 의식한 내용이 독특했읍니다. 이성복의 『딩구는 돌…』은 그 형태 해석과 그 바탕을 이룬 실험성이 주목됩니다. 한가지 형태가 주목을 받으면 관습적으로 굳어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김주=실험성의 문제와 함께 80년의 시에서는 난해성의 극복을 위한 노력이 많았던 것 같아요. 우선 제목만 봐도 『죽은 풀벌레…』 『개밥 풀』 『안 보이는…』 등 쉽지 않습니까 시속의 말도 그렇고, 현실적인 아픔을 깊이 속으로 새긴 이러한 작품들이 난해하지 않게 씌어진다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김용=대가들의 사화집도 많이 나왔지만 이정표가 될만한 것이 없어 아쉬웠어요.
중견시인 황동규의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는 짚고 넘어가야 겠읍니다.
김주=대구 「자유시」, 광주 「목요시」등 지방 동인지의 서원동·송수용씨 작품도 주목 할만 하지요.
김용=소설로는 이문열의 『황제을 위하여』와 최호의 『서북풍』을 들고 싶습니다. 둘 다 연재중인 작품들이지요.
이문열은 올들어 장·단편 12편을 써 가장 다산한 작가이기도 한데 『황제를 위하여』 ( 「문예중앙」연재)는 소재가 야담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을 풍자적인 수법을 밑에 깔고 잘 이끌어 나가고 있읍니다.
인용과 사건의 전개에서 역운이 드러나는군요. 『서북풍』은 선문 연재 장편소설이 빠지기 쉬운 해이감을 극복했고 문장의 밀도도 호감이 갑니다. 사건들을 인간관계속에 잘 묶어둔 것도 좋습니다.
새해의 활동에 기대를 겁니다.
김주=전상국·유재용의 작품에 관심을 두고 싶습니다. 전씨의 『안개와 눈』 『아베의 가 족』. 유씨의 『한 세대는 가고』등인데 원래 이 사람들은 60년대 작가아닙니까. 「6·25」라는 것은 그것을 뼈저리게 체험해보지 않은 세대들에게서도 집단 무의식으로 남아있읍니다만 50년대 작가들이 주로 다루던 「6·25」를 60년대 작가인 이들이 70년대 말에 와서 다루었다는데 묘미가 있습니다. 이들이 80년대에 들어 어떤 작품세계를 보일까에 관심이 가는 것도 그 까닭이지요.
김용=이순의 『아들』 연작, 박완서의 『그 가을 사흘 동안』, 이간하의 『굶주린 혼』 등과 원로 황순원씨의 전집 1.9권도 뛰어납니다.
김주=김원우의 『죽어 가는 시인」, 신인 이외수의 『개미전쟁』도 말해야겠고 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도 수작입니다.
김용=이청준의 우화소설 『치질과 자존심』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인 본격 우화소설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세계가 새해에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하게 됩니다.
김주=우화적인 수법은 비단 이 작가뿐만 아니라 80년대 한국 작가들이 많이 이용하게 될 것 같아요.
특히 새해의 양상이 궁금하군요.
김용=이문열의 『사람의 아들』과 김성동의 『만다라』가 보여준 종교적인 성향도 새해에는 더욱 확대될 것 같아요.
김주=81년의 문학을 종합해서 전망해 보지요. 시에 있어서는 김명수·이성복 같은 신인들의 활약이 클 것 같고 김명인·김광규 등도 만만찮은 작품을 낼 것입니다. 이들에 기대해 보기로 하지요. 소설에서는 이문열·이인성·김성동 등이 돋보일 것입니다.
김용=최근 2∼3년 동안 활약한 이들이 크게 자랄 것을 기대해봅시다.
81년의 문학은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아요. 전체적인 독자층의 수준, 시인·작가들의 자질이 향상된 것은 고무적입니다. 한국문학의 새 지평이 효과적으로 최단거리에서 개척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 즉 작품의 예술성과 사회·역사 의식의 효과적인 수용·포괄과 작품의 창조성과 전통에 대한 감각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그것을 철저하게 조직 형태화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김주=민중문학이나 대중문학이 좀더 활발히 논의되었으면 합니다. 문학하는 사람의 문학이 아닌 사회적으로 정당한 기여를 하는 문학이 요구됩니다. 또 자연이나 종교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는데 본격적인 작품이 나와서 한국인의 정신을 추구하는 정열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정리=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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