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선의 단점" 최대한 해소-대통령 선거법의 의미와 특징-박봉식(서울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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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에 새로이 제정된 대통령 선거법은 헌법 제39조에서 43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체제의 안전한 발전위에 정의복지사회를 구현한다는 새 헌법의 이념을 실천에 옮기는 하나의 제도적 계기를 마련하고있다.
80년대의 새로운 국제정치의 흐름과 남북한 관계의 심각성에 비추어 우리는 우리세대가 맡아야 할 민족에 대한 역사적 사명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정치체제를 반석 위에 올려 놓아야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믿는 것이다.
정치제도로서의 자유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으려면 체제의 안전에 위험을 주는 일없이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새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를 7년 단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선출을 위한 법의 주요한 특징을 보기로 한다
새로운 대통령 선거법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 선거제도로서 흔히 운위되는 간선제와 직선제중 간선제를 택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대통령 선거제에 있어 간선제를 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과거 직선제 대통령선거에서 야기되었던 여러 가지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 하겠다.
과거의 경험에서 본다면 직선제를 통해서는 우리가 지향하는 정치풍토의 개선쇄신을 통해 도의정치를 구현한다는 목표가 달성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있다.
예컨대 71년 대통령 선거의 경우 유세회수가 공화당 1백15회, 신민당 2백40회로 이에 동원된 청중과 소요경비는 엄청난 것이었고 또한 선거자금 마련을 위해 저질러졌던 52년의 중석불사건과 56년의 원면사건 등을 본다면 여기서 야기된 인적·물적면에서의 국력소모는 「선거망국」이라는 말까지 낳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71년 대통령 선거의 경우 국가적인 차원에서 우리의 내외적인 현실에서 본다면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으로서는 발설할 수 없는 인기 영합적인 구호를 남발하여 국정을 어지럽힌 사례도 있었다.
즉 자주적 통일의 민족적 사명을 저버린 4대 국보장론이라든가 가위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는 나라에서도 필수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예비군을 폐지하자든가 우리의 현실로 당연히 요청되는 대학생의 교련을 반대한다든가 하여 수백만이 되는 해당자 또는 그 가족들의 표를 기만적인 술책으로 모아보려는 기도 등을 보아왔다.
이러한 여러 가지 폐해를 막기 위하여 처음으로 간선제를 시도해본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간선제라고 하지만 간선제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최대한으로 해소하려고 노력한 점은 강조해도 좋을 것이다.
예컨대 정당에 소속된 대통령 후보자의 선거운동은 대통령 선거인 후보자의 선거운동과 병행할 수 있도록 하여 일반유권자는 대통령 후보에 대한 선호에 따라 대통령 선거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직선제적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의 투표와 개표를 국회의원 선거법에 의한 지역 선거구 단위로 실시하도록 하여 특정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천명하고 선출된 대통령 선거인이 공약대로 선거권을 행사하는가를 일반유권자가 지역별로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대통령 선거라는 거국적인 행사에 지역별로 일반유권자와 주민이 참여의식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통령선거제도의 다른 특징의 하나는 간선제의 당연한 산물인 대통령 선거인단의 성격에 있다고 하겠다.
이 대통령 선거인단의 정수는 5천2백78명이다.
시기적으로 보아 유신헌법 하에서의 통대를 연상하게될지 모르나 이번 대통령 선거인단은 이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에서 출발하고 있음이 지적될 수 있겠다.
대통령 선거인 후보자는 정당에 소속할 수 있으며 선거운동 기간 중 특정 대통령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정치연설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 선거인단은 미국에 있어서의 예와 거의 같다고 하겠다. 다만 미국의 경우 선거인단이 5백38명(「핀란드」3백명·「프랑스」제5공화국 초기인 58년에 8만1천5백8명)인대 비해 우리의 경우 그 10배에 가까운 점은 우리가 직선제의 의미를 실질적으로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점이라 하겠다.
인간이 만든 제도란 항상 진선진미 일수는 없을 것이다. 결점의 측면을 찾자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법의 경우 정당을 갖지 않은 대통령 후보자가 입후보 등록을 하려면 대통령 선거인 3백인 이상 5백인 이하의 추천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이점에서 정당의 추천으로 입후보하는 사람에 비해 큰 불편을 겪게되어 있다.
이러한 점은 공평치 못한 것 같으나 입후보의 난립을 방지하고 정당정치의 육성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인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철저히 공영제로 실시하는데는 장점과 단점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인의 신분을 대통령 임기 개시일 까지만 보유하도록 한 점이나 대통령 선거인은 선거인 선거이후 최초로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도록 한 점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지적될 수 있는 점이 없지 않겠으나 이번 대통령 선거법은 우리의 주어진 현실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정치이념을 최대한으로 구현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 해서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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