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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화정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왜 우리가 이색기업 입니까. 그저 종업원 모두가 열심히 일한 결과일 뿐인데….』
이 불황 속에서도 연간 수출을 8배나 늘린 대화정기 사장 유동옥씨는 굳이 「이색」이 아님을 강조한다.
「필터」·「오일·펌프」 등 자동차「엔진」부품 전문「메이커」인 이 회사는 지난해 20만「달러」수출에서 올해는 1백60만「달러」를 기록했다.

<신용과 품질로 개척>
유씨는 신장률이 어떻다를 따지기에 앞서 국내 자동차 회사조차 외면하던 부품을 외국「바이어」들로부터 호평 받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허술한 공장 안을 들어서면 『품질 우위만이 살길』이라는 큼직한 표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장이하 전 종업원의 신조라고 말한다.
76년 H자동차의 부품 관계자와 「엔지니어」 몇 명이 모여 자본금 5천만원으로 시작했다. 밑질 것을 각오하고 소재는 가장 비싼 것을 썼고 표준 규격이 아닌 것은 미련 없이 버렸다. 장사는 신용과 품질로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정성을 다해 수입품 못지 않은 제품 개발에 성공했으나 도무지 알아주질 않았다.
『수입 부품을 써야 자동차가 굴러간다』는 고정 관념부터 깨뜨려야 했다.
전 직원이 「버스」회사와 정비 공장을 찾아 시운전을 해 보이며 「세일즈」에 나섰다.
창업 품목인 「필터」의 경우 40여개나 난립되어 있는 선발 기업들을 물리치고 4년만에 선두로 나섰다.
20명의 종업원이 1백80명으로, 자본금은 창업 때의 6배인 3억원으로 불어 나갔다.
서울 영등포에 임대로 빌어 썼던 1백평의 공장 부지도 이제 자기 소유땅인 1천1백평으로 확장했고 매년 1억원 이상의 시설 투자를 계속해 왔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제한된 국내자동차 시장으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가 없습니다』.
사장 유씨는 자기네 제품의 품질이 수준급임을 인정받게 되자 당초 마음먹었던 시험 수출을 77년부터 시작했다.

<국내시장 너무 좁아>
일본의 부품 회사들이야 연간 1천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쏟아져 나오니까 내수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연간 20만대를 밑도는 국내자동차 시장의 부품 수요는 2∼3개월 작업이면 바닥나는 형편인 것이다.
활로는 수출뿐이라는 전제 아래서는 품질 제고 이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 품질이 높아지는게 아니라는 유 사장은 그만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교훈을 실천에 옮겼다.
중소기업이지만 「아이디어」를 알뜰하게 짜낼 수 있는 「딩크·탱크」를 만들었다.
6개 생산 제품별로 연구 담당자를 두고 생산공장의 품질관리뿐 아니라 생산기계 자체에 대한 개량 작업을 벌여 나갔다. 직접 설계도하고 우수한 외국 제품을 사다가 뜯어보면서 무엇이 기술의 요체인지를 익혔다. 이제는 자체 기술진의 손으로 일제 기계를 본떠서 제작한 기계에서 나오는 제품이 더 우수할 정도가 됐다.
얼마 전 「이란」의 한 단골 「바이어」가 공장 견학을 하던 중에 돌연 기계를 통째로 사가겠다고 말해 2대분을 즉석 계약했다. 이 회사가 생기고 나서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낀 날이었다. 바로 옆에 놓인 일제 기계보다 우수함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본격적인 기계 수출을 위해 한국 기계금속 연구소에 4천만원의 설계용역을 의뢰, 모방이 아닌 고유「모델」을 개발할 채비를 차리고 있다. 「모델」만 완성되면 즉시 자체 기술진으로 만들어낼 참이다.

<고유모델 개발키로>
이 모두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자체 「노하우」의 축적 결과라고 확신하고 있다. 「딩크·탱크」의 사무실이 사장실보다 더 잘 꾸며져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도 1백만「달러」어치 계약에 성공했고 영국 시장에는 이미 20만「달러」어치 선적을 끝냈다.
경쟁 상대국인 대만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국제 시장에서 버텨내기 위해 이 회사는 오직 품질에다 승부를 걸고 있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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