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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얼굴이 다양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텔레비전」「드라마」의 등장인물이 다양해졌다. 「텔레비전」의 꽃이라고 불리는「탤런트」들이 KBS로 몰려 배역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방송국별로 묶여「그 얼굴에 그 얼굴」만 보던 시청자들에게 새얼굴 새 목소리가 어울려 등장함으로써 서로의 연기력을 비교하는 등 새로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KBS 제1TV는 지난주 TBC「탤런트」를 흡수한 뒤 처음으로 1시간40분 길이의 특집 「드라마」『왜』(김강윤 극본·이진욱 연출)를 방영, 안방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분위기를 선사했다.
우리 나라 TV방송사상 최초의 「컬러·드라마」였기도 한 이 『왜』엔 KBS를 통해 낮 익은 최정훈, 박주아, 황정아, 민욱, 정동환, 이일웅씨 등과 함께 전 TBC-TV의 인기「탤런트」였던 이낙훈, 김동훈, 장미희, 박병호, 서우림, 임동진씨 등이 대거 참여,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연기대결을 보였다.
특히 얼마 전까지 TBC-TV를 볼 수 없었던 지방 시청자들에게 TBC-TV 전속「탤런트」였던 이들의 연기는 더욱 매력을 주었다.
KBS 제2TV에서 새로 시작하는 주간연속극『새댁』(이재우 극본·고성원 연출)에도 KBS와 전 TBC「탤런트」들이 뒤섞여 배역을 맡았다. KBS쪽에선 송재호, 장민호, 정동환, 한혜숙양 등이, TBC쪽에선 여운계, 장미희, 김형자, 김윤미양 등이 출연, 또 다른 「앙상블」을 보여줄 것으로 시청자들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KBS 제1TV 「인간가족」의 『축배』(13일 밤 10시 방영)편 녹화 때는 KBS 「탤런트」실의 터주마님으로 꼽히는 박주아씨와 전TBC의 연기파 사미자씨가 맞불어 한판의 경연을 벌였다. 평소 다른 방송국에서 「라이벌」격 이었던 사미자씨와 박주아씨는 종가댁의 고모와 동서라는 지긋하고 분방스러운 역을 맡아 『누가 언니고 동생인지 판가름을 내겠다』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이 때문에 녹화를 지켜본 등료「탤런트」들과 「스태프」들은 『KBS와 전 TBC「탤런트」들의 합류로 「드라마」에 활력을 넣어준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KBS제1TV의 새 매일연속극 『비애』(김동현 극본·김충길 연출)엔 전 TBC의 이순재, 사미자, 한진희씨 등이. KBS의 이길재, 박주아, 김병기씨 등이 연기를 펼쳐 화면을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전설의 고향』『부부』『형사』『추적』『일요사극』 등의 단막극에 양쪽 연기자들이 폭넓게 기용되고 있다.
TBC의 합류로 KBS에 몰린 연기자는 3백명 정도. KBS 예능2국 김연진 부장은 『연기자들의 지명도만을 따져「프로그램」별로 안배할 것이 아니라 역의 개성에 맞게 연기자들을 기용해 시청자들의 식상을 덜어주고 안방극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연기는 연기자끼리의 호흡이 맞아야 한다. 정윤희양은 『처음엔 「탤런트」끼리 서먹서먹한 분위기였으나 서로가 새로 시작하는 자세로 연기에 임해 이런 분위기는 곧 없어졌다』고 했다. 또 이낙훈씨도 『처음엔 호흡이 잘 맞지 않아 선배연기자들이 후배의 연기를 받쳐주고 했는데 이제는 곧 분위기에 익숙해져 연기에 지장이 없다』고 했다.
두껍던 「탤런트」끼리의 벽이 무너지자「탤런트」사이에서도 기대가 크다. TV연기자 협회장인 이낙훈씨는 『아예 「탤런트」를 「프리랜서」화 시켜 작품 당 계약을 하며 협회가 출연교섭 관계를 대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처우를 대폭 개선, 연기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뒷받침이 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기자의 얼굴이 바뀌면서 시청자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부 이경옥씨(38)는 『10여년 동안 틀에 박혔던 인물에 변화가 있어「드라마」가 새롭게 보인다』고 했고 회사원 윤동근씨(33)는 『각자 개성에 맞는 역을 맡아 선의의 경쟁으로 연기가 한층 더 충실해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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