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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한국 짚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나라 수출의 큰 몫을 차지하는 봉제품에는「지퍼」가 거의 필수적이다.
「지퍼」는 총 소요량의 70%인 5천만「달러」어치를 수입해 다 쓰고 있는데도 지난 1년간 국내「메이커」10개 사가 도산했다.
그러나 한국「짚바」(대표 이기빈)만은 수출이나 시판이나 2배 신장하는 이색호황을 구가했다.

<작년에 10개 사 도산>
워낙 주문이 밀려 서울 구로 공단에 있는 공장에선 2백90명의 종업원이 2교대로 밤낮없이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짚바」가 이만한 기반을 닦기 까진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이 회사제품의 상표는 YKK.
한국「짚바」는 지난66년 재일 교포가 일본「요시다」공업과의 기술제휴로 설립한 것인데 워낙 부실이 심해 포기한 것을 현 사장인 이기빈씨가 78년 초에 인수했다. 당시「지퍼」업계에는 YKK외에도 AAA(한일공업·KKK(대화)·OPTI(삼도물산)등 이 선두「그룹」을 이루고 있었고 그밖에 중소기업이 40여 개나 난립,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후 발인 YKK로선 좀 체로 활로가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
이사장은 국내소요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하나에서 용기를 얻었다. 값싸고 품질 좋은 것을 만들어 내면 시장은 얼마든지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어렸을 때 고생을 많이 한 이사장은 공원들을 한 식구처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전 종업원들을 모아 놓고 회사실정을 소상히 설명한 다음 품질개선과 생산성향상만이 살길이니 같이 최선을 다하자고 호소했다. 그리고 앞장서서 뛰면서 종업원 복지에도 최선의 배려를 했다.
성과는 곧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원들 복지에 최선>
회사인수 후 3년만에 생산설비는 10배로 확장할 수 있게 됐고 금년 같은 불황 속에서도 외형을 2배로 올렸다. 작년 수출실적이 3백20만「달러」였으나 올해에는 6백80만「달러」로 배가 늘어났다. 국내판매고도 작년의 1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높였다.
이같은 사세확장은 세계적「지퍼」명문인 YKK상표의「브랜드·이미지」덕도 있지만 그 수준으로 품질을 높인 한국「짚바」의 노력이 더 크다.
YKK상표제품은 일본「요시다」공업이 창시자로 세계시장점유비가 70%. 국내의 「마킷·셰어」(시장점유율)는 15%로「지퍼」「메이커」중 수위라는 것이 회사측의 주장.
『없어질 뻔한 회사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사장혼자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종업원들이 자기 일처럼 열심히 뛰었기 때문이지요. 저는 다만 종업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게 뒷받침만 했지요.』이사장이 조심스럽게 한 말이다.
종업원은 전원 냉난방과 각종 오락시설이 완비된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열심히 일해 성과가 오르는 만큼 봉급인상으로 돌려 받는다.
금년엔 두 번에 걸쳐 봉급을 40% 올리고 4백%의「보너스」를 지급했다.
이 회사에서 열매를 맺고 있는 QC(품질관리)운동은 성공사례에 해당한다.

<올해 급료 2번 올려>
회사측은 이익금의 20%를 품질향상을 위해 채택된「아이디어」에 상금으로 내걸고 작년 말부터 본격적인 QC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공원 10명 단위로 조를 만들어「아이디어」를 내면전무를 위원장으로 한 심사위원회에서 판정, 최저 5만원의 상금을 준다. 매월4∼5건이 채택되어 최고50만원까지 탄 예도 있다.
이같은 사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이제 YKK가 부착된 봉제품은 백화점에서 파는 의료에만 쓸 정도가 됐으며 작년까지 국산화 율이 30%이던 것이 올해에는 60%까지 높아졌다.
지난1일 수출의 날에는 수출신장·품질관리·국산화 율 제고의 공로가 인정되어 철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김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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