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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실력도 매너도 정상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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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골프대회 1라운드가 열린 지난 12일(한국시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연습 그린에서 퍼트를 하던 타이거 우즈(미국)가 뒤늦게 합류한 최경주(33.슈페리어)에게 다가가 반갑게 악수를 건넸다.

두 사람은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동안 담소를 나눈 뒤 선전을 다짐하며 헤어졌다. 최경주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경주는 이제 어디를 가더라도 팬들의 사인공세를 받을 만큼 지명도가 높아졌다. 깍듯한 매너는 물론 기량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3년 전 PGA 투어에 진출할 당시에 비해 무엇이 얼마만큼이나 달라졌을까.

◆갖가지 기술샷

최경주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페이드샷의 대가다. 일명 하이 페이드샷. 이 샷은 빠르고 단단한 그린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무기다. 최경주는 곧장 뻗어나가는 스트레이트와 왼쪽으로 굽는 드로 샷도 수준급이지만 페이드 샷만큼은 언제, 어디서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낸다.

이 세가지 타법이 스핀이 강하게 들어가는 어프로치 기술과 결합하면 샷의 종류는 더욱 늘어난다.

낮게 날아가 그린에 도달하면 50㎝ 이내에 멈춰서는 '로 샷(Low Shot)'과 그린 표면을 수차례 스친 뒤 정지하는 'ABS샷', 로브 웨지를 이용해 공을 그린 위에 바로 세우는 '911샷' 등 세가지 어프로치 기술을 구사한다.

지난해부터 스윙 코치인 필 리츤(73)의 지도를 받으며 연마한 것으로 모두 미국 무대의 빠른 그린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다.

최경주는 지난해 말 출국 직전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린 근처에서 마음대로 스핀을 구사해야 한다. 나는 이제 3년간 전경기 출전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훈련의 초점을 메이저 우승에 맞추겠다"고 했는데 다짐했던 대로 마스터스에서 진일보한 기술샷을 보여줬다.

◆C그루브 퍼터의 비밀

최경주는 그동안 테일러메이드 로사 퍼터를 사용했다. 그러나 마스터스 대회부터 유럽 제조업체인 '예스'의 C그루브 퍼터로 바꿨다. 퍼터 헤드에 C자 형태의 그루브(홈)가 파진 것으로, 위에서 보면 U자 형태에 가깝다.

최경주가 이 퍼터를 애용하는 이유는 공을 때릴 때 U자형 그루브가 공에 밀착되면서 톱스핀이 걸리기 때문이다. 마치 당구에서 공의 윗부분을 때려 공이 다른 공을 맞히고도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원리와 같다. 최경주는 이 퍼터를 사용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유리알 그린에서도 4라운드 동안 3퍼트를 두차례밖에 범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경주는 "아이언 샷에 비하면 퍼트는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늘어난 거리

최경주는 마스터스에서 평균 2백7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샷을 날렸다. 마음만 먹으면 3백50야드도 사정권이다. 한국에서 활약할 때보다 30야드 정도 거리가 늘었다. 물론 정확성도 잃지 않았다. 따라서 파5홀은 언제나 투온이 가능하다.

◆정상급 매너

최경주는 바지주머니에 항상 사인용 펜을 휴대하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 팬들이 사인을 요청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스터스 대회가 끝나고는 한 미국인 팬이 최경주가 쓰고 있던 모자에 사인해 줄 것을 요청하자 즉석에서 사인을 한 뒤 건네주기도 했다. 테네시주에 사는 변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팬은 최경주의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 '감격했다. 영원히 KJ의 팬이 될 것'이란 글을 남겼다.

성백유.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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