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창당기류(5)민주정의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개혁주도세력에 의해 추진돼 온 민주정의당이 1일 1백5명의 발기인을 발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그 전모를 대충 드러냈다.
1백5명이 당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그 3, 4배에 달하는 창당준비위원들이 다시 선을 보이겠지만 이들이 민정당의 사실상의 간판「스타」라 할 수 있다.
민정당은 발기취지문에서 밝힌 대로「5·17」이후 시국을 주도해 온 개혁세력은 물론 관계·정계·언론계·법조계·실업계를 비롯, 여성·노동·문화·예술·체육 등 범국민적 차원에서 각계 인사를 망라했다.
발기인중 10대 의원은 17명에 불과하며 이재형·윤길중·진의종·조종호씨 등 구 정치인을 합치더라도 전체의 30%가 채 안 된다. 이것은 「이상7·현실3」정도의 주도세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민정당이 추구하고 있는 창당이념은 전두환 대통령이 밝힌 민주복지국가와 정의사회의 구현에 집약되고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정강정책을 통해 민주·자주·복지·통일·사회정의·교육혁신·문화창달 등을 보다 구체화시킬 것 같다.
당 관계자는 대의·정책·사무 등 당의 근간 조직 중 정책기구에 가장 중점이 두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종전의 구호·선전위주의 정책에서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수립으로 전환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복지」정책도 서구적 개념의 복지가 아니라 빈궁격차를 줄이고 아주 못사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한국적 복지」를 지향하게 될 것이므로 돈이 있어야 복지정책이 가능하다는 식의 낡은 사고는 배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정책을 행정에 반영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과거의 「공화당과 행정부관계」보다는 한 차원 높은「당 우위」의 전통이 확립될 것으로 당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정당운영에 있어 자금은 필요불가결의 것.
민정당은 앞으로 소요될 돈에 대해 벌써부터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관계자는 지난9월 민정당이 태동할 때부터 발기인선정 때까지 소요된 경비는 기천만원이었으며 2일의 발기인총회경비가 1백8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원래가 창당자금은 비밀이기 때문에 대 여당으로 거창하게 발을 내딛는 민정당의 씀씀이를 다 알 수는 없으나 검소하게 하려는 의지 등을 표현하고 있으나 지구당조직 등 본격활동에서는 적잖은 대금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정치자금법개정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
소식통은 정치풍토개선을 위해 정치자금을 반드시 공개 시키 돼 국군·기탁금 등으로 정당운영이 가능하도록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하고 특히 야당에 대한 자금지원에 있어서도 여당과 형평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정당에서는 국회의원공천을 둘러싼 경합이 치열할 게 틀림없다. 여당 지향적 정치인이 특히 많기 때문이다.
「5·1」후의 민주공화당 공천에서 4대1의 경합을 보였던데 비하면 이번에는 구 여당권의 신당, 반공 표방정당(자유민주당)등에 여당세력이 상당수 분산되어 있어 경쟁률 자체는 다소 낮을지 모른다.
그러나 1백5명의 발기인과 그동안 여권으로 거론된 사람들을 통틀어 볼 때 현행 77개 지역구중 일부에서는 아직도 상당한 경합이 예상된다.
앞으로 선거제도가 바뀌거나 지역구가 증구 된다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고 전국구로도 비례대표 총수의 반수 가량을 소 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고 보면 소화능력을 다른 정치보다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민정당의 발기인에 왕년의「마라톤」선수 손기정씨와 동양TV「앵커맨」으로 유명했던 봉두완씨, 인기「탤런트」이낙훈씨, 성악가인 조양현씨 등 이 포함돼 다채롭다. 거기에 건축가인 김수근씨도 널리 알려진 인물.
경제인중에도 현직 대한상의회장(정수창)에 전 한일은행장(정재철), 삼양사회장(김상홍), 삼익「피아노」사장(이효익)등 이 포함돼 구성은 갖췄으나 재계거물급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학계에서 성균관대 총장을 거쳐 문교장관을 지낸 황산덕씨를 비롯해 이건호 이대 대학원장에 서울대의 배성동 최창규 교수를 혼합해 원로와 함께 중견교수를 고려한 흔적이 있다.
언론계서 김용태 조선일보, 심명보 한국일보, 노철용 동양통신 등 주요일간 및 통신사편집국장을 발탁한 것이라든지 지방신문의 심상우 광주일보 회장, 남재두 대전일보 사장 등을 끌어들인 것은 언론계 중진을 영입한다는 데에 상당한 비중을 둔 것으로 보여진다.
연령적으로는 30대에 육사출신(25기)의 강창희씨(35)와 10대의원 변정일씨(38)두 사람뿐이고 유석현(80), 이춘기(75)씨 등 원로를 삐면 대부분 40대와 50대다. 발기인 1백5명중 지역구에 출마할 사람은 약 반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 경합지구중 상당수가 분 구를 전제로 한 것이며 경합자중 일부는 전국구로 나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민정당 신인공천자가 다소 불리하더라도 과거 공화당이「이상 6·현실 4」로 잡았다가 「현실 6·이상 4」로 현실 타협책을 썼던 전례는 밟지 않고 국민의 신망을 받을 청렴결백한 인사를 공천하겠다는 게 민정당 조직관계자들의 다짐이다.
헌법에 보장된 전국구후보로는 과거 공화당이 창당 초 정구영 윤치영 이종극씨 등 원로와 김동환 신윤창 오치성 강상욱 조창대 이종근 오학진 조남철 차지철씨 등 혁명주체 및 서인석 이만섭 한태연씨 등 학계·언론계인사를 공천했던 전례가 많이 짐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원로 또는 지역적 기반이 없는 인사와 개혁주도세력 등 중앙당의 핵심인사들이 전국구의 우선 순위에 들어갈 것 같다.
민정당 측은 빨리 당 체제를 정비하고 조직책 인선을 끝내야「눈치」를 보고 있는 구 여권 인사나 일부 신인들이 제각기 갈 길을 찾을 것에 대비해 가급적 12월 중순까지는 당 요직을 비롯한 국회의원 공천 내정 자를 완결 지을 방침아래 체제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고흥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