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의 『초충도팔곡병풍』 4천만원에 팔려 최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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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백24번. 남산 샌님이 쓰던 책상이로구나. 이거 얼마?』 『10만원.』 『20만원.』 『23만원.』 『23만원? 23만원? 23만원!.』『땅.』 내리치는 망치소리와 함께 낙찰자의 입찰 번호판이 위로 올라간다.
지난달 29일 하오 2시 일신제강「빌딩」1층 강당에서 열린 제11회 고미술품 교환전의 한 광경이다. 고미술품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이 교환전에는 총 출품작 2백33점 중 2백31점이 교환에 참가했는데, 출품자인 42명의 입찰자격자를 비롯한 고미술품 애호가 4백여명이 몰려 「러시」를 이뤘다.
단원 김홍도작 『풍속도』를 시작으로 3시간30분 동안 계속된 교환전은 공개입찰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총 거래액은 6억6천3백49만9천원 평균 2백87만원인 셈이다.
이날 최고가를 기록한 것은 신사임당 『초충도팔곡병풍』(27·3×43cm). 4천만원에 박재왕씨에게 낙찰됐다. 다음은 이조백자 대호(2천6백90만원). 이밖에 1천만원 이상짜리만도 6점이나 되는데 모두 도자기류다.
최저가는 20만원의 석촌 윤명구씨의 『석죽대련』.
대체로 교환에 나온 물품들은 10회 내외에서 낙찰됐으나 『이조청화백자수복문호』 『이조청화백자운학문병』등은 20여회를 넘게 호가하는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첫 입찰가격에서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연상으로 무려 23배나 올라 23만원에 거래된 반면 민화『팔선녀도팔곡병풍』등은 단 한번의 입찰로 낙찰되기도 했다.
주최측인 고미술중앙회 이정기씨는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우려했으나 예상보다는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입찰자를 비롯한 관람객들은 시장가격보다 훨씬 비싼 편이라고 불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교환전이 인기가 있는 까닭은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품을 쉽게 구할 수 있고, 고미술회에서 물품을 보증하므로 안심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교환전에서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것은 진행상의 무리. 입찰자와 진행자(통칭 호형) 모두 공개입찰에 익숙하지 않아 이따금 논란을 빚곤 해 문제점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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