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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방송 17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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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일보·동양방송의 전파 매체인 TBC「라디오」와 TBC「에프·엠」 및 TBC「텔리비전」방송은 11월30일 밤12시를 기해 방송을 마감한다.
앞으로 TBC는 한국 방송공사(KBS)의 자매방송으로 통합되어 새로운 체제와 내용으로 시 청취자에 봉사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TBC란「타이틀」의 목소리와 화면은 여기서 고별의 인사를 하게 되었다.
『국민의 소리 RSB, 우리는 하께 호흡하는「라디오·서울」의 가족, 우리는 듣고 보고 표현하며 증언할 것입니다』하는 감격적인 개국 선언을 발하며 고고의 성을 울린지 16년6개월23일. 그동안 동양방송의「오디오」와「비디오」는 하루도 빠짐없이 시 청취자와 함께 웃고 울고 생각했다.
호출부호 HLCZ, 주파수 1380 KHZ란 무선국 설치가 허가를 받은 것이 1962년12월31일, 그로부터 2년 후인 1964년5월9일 정오에「라디오·서울」의 첫 방송이 송출되었으며 그해 12월7일 하오1시30분엔「텔리비전」「채널」7의 첫 전파가 발사되었다.
그 무렵 외대가 궁핍했던 우리나라 형편에서 외화 배정이 한푼 없어 낡은 기재를 구입, 우리의 젊은 기술진들이 동분서주하며 부품들을 모아 책을 보면서 완전기재로 보수 조립했던 일도 인상적이다.
『보다 빨리, 보다 널리, 보다 풍부하게』를 다짐했던「채널」7 동양 TV 역시 『자유롭고 공정한 방송을 통해 민족문화의 향상과 산업경제의 발전 및 공공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하겠다』는 창업 취지를 성실하게 이행해 왔다고 자부한다.
지난 17년 동안 TBC는 진정 보도와 교양·오락·연예·「다큐멘터리」등 또는 부문에서 가위 정상을 꿰뚫었고 첨단을 걸었다.
1964년10월 동경「올림픽」대회 때 신금단 부녀가 극적인 상봉을 할 것이란 소식을 제일 처음 전한 것도 바로 TBC의 전신 RSB였다. 68년12월23일, 우리 사내에서 우리 손으로 급거 제작된 휴대용 무선장비를 사용해 판문점에서의「푸에불로」호 승무원 송환장면을 직접현장 중계할 수 있었던 것도 TBC의 집념만이 이룩할 수 있었던 개가의 하나였다.
「다큐멘터리」「라디오」방송극의 결정판인「광복20년」과 개국이태 중단 된 적이 없는 「아차 부인 재치부인」, 그리고 만천하 애청자의 사람을 독차지해 온「가로수를 누비며」 「안녕하십니까 황인용 강부자 입니다」「백만인의 무대」등 몇몇 인기「프로」들은 이 나라 방송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다.
「채널」7을 타고서 안방의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던 매일 연속극「아씨」 「야, 곰례야」. 「텔리비전」연예의 황금「프로」였던「쇼쇼쇼」·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한 효도물「장수만세」같은 것도 TBC의 기억과 함께 오래오래 남을 주옥편이었다.
1976년「크리스머스」때 벌였던『불우이웃 돕기「캠페인」과 77년11월18일의『이리 이재민돕기』『자선「캠페인」』, 그리고 78년 12월23일에 있었던 『불우이웃 돕기「캠페인」』등 몇차례의 대형 장장 10시간 자선모금 운동도 TBC가 시도한 한국 방송사상 최초의 쾌거였다.
1977년5월2일에는 다시 동양「라디오·서비스·센터」를 개설하여 청취자로부터 각종 민원과 상담·분실물 신고를 접수, 처리해 줌으로써「봉사하는 방송」으로서의 면모를 새롭게했다.
TBC는 이 17년간의 전심전력을 통해「활기차고 품위 있는 방송」과「밝고 희망에 찬 시청취자」, 그리고「발전하고 도약하는 국가 사회」의 3자를 혼연일체로 함께 호흡하게 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동안 동양방송은 모든 종사자들이 한결같이 정계를 신조로 삼아 무엇 하나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 이와 같은 보람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따뜻한 체온으로 느낄 수 있었으며 그에 고무되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17개 성적을 쌓아오며 때로는 미치한 일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의 언론으로서 그 책무를 얼마나 다했는지도 새삼 되돌아보게도 된다.
이제 TBC 동양방송은 새로운 목소리와 화면에 발전적으로 합류하려는 시점에 임해있으며 그런 점에서 이것은 또 하나의 출발일 수도 있다.
이 순간 한 시대를 보내며, 또 다시 새로운 연대를 바라보며, 우리는 동양방송의 역군들이 각자 처한 입장에서 새로운 각오로 힘찬 새 출발이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모든 면에서 새로운 출발을 기약할 때이며 그럴수록 동양방송의 좋은 뜻과 정신은 바로 우리시대의 동참자들에 의해 계승되고 또 열매를 맺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많은 인재들이 뜻과 지혜를 모아 무엇인가 공헌하려 했던 동양방송의 그 순수한 정신은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 감동과 그 여운은 한국 방송사의 귀중한 자산으로 길이 남으리라고 믿는다.
그동안 TBC와 더불어 동고동락해 온 애청자, 시청자 여러분에게 건투를 기원하며 다시 한번 석별의 인사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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