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청준씨가 화가 박내후씨와 함께 삽화가 곁들인 우화 소설집『치질과 자존심』을 냈다.
우리나라 현대 문학에서 우화 소설은 조해일씨의『자동차와 사람이 싸우면 누가이기나』등 몇편과 오상원씨가「뿌리깊은 나무」에 우화성을 띤 수필을 연재한 것이 있으나 본격적인 우화 소설집으로는 이씨의 이 소설집이 처음으로 꼽힌다.『치질과 자존심』은 치질 전문의인「가수로」씨가 인간은 모두 치질로 고생하고 있으며 그 원인이 직립에 있다고 보고 앞으로 인간은 치질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네발로 기는 생활을 해야한다는 편견을 가진 것을 그리고 있다.
이 씨는 이 소설에 언어학자를 등장시켜 인간은 자존심 때문에 직립하게 되었다고 설명하나「가수로」씨는『그렇다면 그 자존심이란 것을 없애야겠군』이라고 독백하게 함으로써 고정관념과 과대 망상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한 모습을 우화적으로 표현했다.
이외에도 이 소설집의『돌담 울타리』『웃음 선생』등 16편의 우화는 바보스럽지만 인간의 근원적이며 본능적인 핵을 쥐고 있는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허위의 가면을 벗기면서 보여주고 있다.
우화소설은 작가의 본의를 숨기고「유머러스」한 이야기로 현실을 암시하는 문학형태다. <문장사간·국판·2백20「페이지·2천2백원>문장사간·국판·2백20「페이지·2천2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