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씨의 본격 우화 소설집|『치질과 자존심』을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소설가 이청준씨가 화가 박내후씨와 함께 삽화가 곁들인 우화 소설집『치질과 자존심』을 냈다.
우리나라 현대 문학에서 우화 소설은 조해일씨의『자동차와 사람이 싸우면 누가이기나』등 몇편과 오상원씨가「뿌리깊은 나무」에 우화성을 띤 수필을 연재한 것이 있으나 본격적인 우화 소설집으로는 이씨의 이 소설집이 처음으로 꼽힌다.『치질과 자존심』은 치질 전문의인「가수로」씨가 인간은 모두 치질로 고생하고 있으며 그 원인이 직립에 있다고 보고 앞으로 인간은 치질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네발로 기는 생활을 해야한다는 편견을 가진 것을 그리고 있다.
이 씨는 이 소설에 언어학자를 등장시켜 인간은 자존심 때문에 직립하게 되었다고 설명하나「가수로」씨는『그렇다면 그 자존심이란 것을 없애야겠군』이라고 독백하게 함으로써 고정관념과 과대 망상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한 모습을 우화적으로 표현했다.
이외에도 이 소설집의『돌담 울타리』『웃음 선생』등 16편의 우화는 바보스럽지만 인간의 근원적이며 본능적인 핵을 쥐고 있는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허위의 가면을 벗기면서 보여주고 있다.
우화소설은 작가의 본의를 숨기고「유머러스」한 이야기로 현실을 암시하는 문학형태다. <문장사간·국판·2백20「페이지·2천2백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