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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제3부 한국의 경제|「에너지」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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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모든 길이「로마」로 통하듯 오늘날 경제 문제 치고「에너지」에 근원을 두지 않은 것이 없다.
미음유의 불황이나「인플레」가 모두「오일·쇼크」에서 발단되었다고 볼수 있다. 73년 중동전을 도화선으로 한「오일·쇼크」는「좋은 번영의 시대」의 종언과「음울한 혼미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였다.
1차「오일·쇼크」가 이럭저럭 지나가는가 했으나 작년부터 다시 2차「쇼크」가 엄습했다. 두차례의「오일·쇼크」를 치르면서 세계 경제는 끝없는 바닥으로 빠져들고 있다.
보호주의가 판을 치고 30년대 대 공황이후의 가장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성장의 낙폭이 커 한국경세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1년 사이에 기름 값이 꼭 2배로 뛰었으니 그 충격이 어느 정도 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도저히 적응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격랑이다.
「에너지·쇼크」는 나라 안팎의 경제를 이토록 뿌리까지 흔들어 놓고도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위급의「커브」는 있지만 당분간은 경제를 계속 흔들 전망인 것이다.
대량생산·대량 소비를 기조로 한 이제까지의 사회「시스팀」을 바꿀 만큼 심각하다.
「에너지」의 장기 전망은 한결같이 우울하다.
미 CIA가 석유위기의 불길한 발자국을 예급된 이래 OECD·「엑슨」·IEA등이 한결같이 85년 위기설을 뒤따르고 있다.
일본의「에너지」전문가「이나바·히데조」씨는 『일진일퇴는 있지만「에너지」부족 기조는 앞으로 심화되어 85년엔 거의「피크」를 이루고 그것이 2천년대까지 계속될 것이다.
특히 소련이 석유 수입을 시작할 85년쯤이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다. 소련은 이제까진 자급을 하고도 동구권에 기름을 공급해 왔으나 최근 들어 이를 점차 줄이고 있으며 앞으론 소련 자신이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제 경제 연구원의 서광조 박사(「에너지」실장)는『산유국의 실력이 강화되어 생산조절이 가능해졌으나 소비조절이나 대체「에너지」개발은 한계가 있으므로 당분간은「에너지」난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서 박사는 1990년대에 가서나 대체「에너지」가 실용화되어「에너지」난이 한고비를 넘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안에는 상당한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는「에너지」의 60%룰 석유에 의존하고 있고 석유의 1백%를 수입해다 쓰고 있다. 수입 석유도 99.6%를 중동에 의존하고있어 중동에서「호르무즈」해협∼인도양∼「말래카」해협∼남지나 해를 거쳐 한국에 이르는 2만5천㎞의 석유수송로는 바로 한국 경제의 명줄이다. 거기에 어느한 곳이라도 막히면 한국 경제는「유단」의 비극을 맞게 되는데 이번「이란」「이라크」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런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복잡한 중동이세와 관련하여 더욱 그렇다. 연간 60억「달러」가 넘는 원유 수입 대금도 문제지만 과연 필요한 만큼 확보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석유의존도나 소비규모에 비해 석유 공급로가 너무 가늘고 또 외가닥인 것이다.
한국 개발 연구원의 이회성 박사는『원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선 산유국의 정치·경제·사회 현실을 깊이 이해하여 호혜의 경제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중동 뿐 아니라 시야를 더욱 넓게 가져「멕시코」「말레이지아」 등으로부터도 원유를 들여올 수있는 장기 포석이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서광조 박사는『기름을 돈만 주고 사온다는 생각을 버리고 산유국과의 상호보완 체제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들이 필요한 상품·기술·노동력을 주고 그들은 우리가 필요한 원유를 주는 경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나바」씨는 산유국과의 경협도 중요하지만 석유의 탐사·수송·배급부문에선「메이저」의 힘이 여전히 막강하므로 그들과의 유대관계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한국의「에너지」문제는 원유의 안정적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지만 장기적으로 대체 「에너지」개발과 생「에너지」체제의 정비도 서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체「에너지」개발은 현재 세계 각국이 서둘고 있으나 아직 실용화 단계까진 못 가고 있다.
또 한국은 한국특성에 맞는 것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이회성 박사는 석탄과 원자력이 유망하다고 지적했다. 서광조 박사는 부문별로 세분하여 주택은 태양열, 산업은 원자력과 액화 「가스」를 들었다. 「이나바」씨도 석탄과 원자력을 가장 적절한 대체「에너지」로 보았다. 그러나 대박 「에너지」개발은 막대한 돈과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우리의 경우 눈앞의 급한 일들로 「에너지」문제에 대담한 투자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치명적으로 중대한 일이지만 당장은 큰 탈이 안 나기 때문이다. 신병현 부총리는 산업구조의 대담한 개편이「에너지」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못을 박았다. 원유 확보나 대체 「에너지」개발도 중요하지만 근원적으로 「에너지」를 덜 쓰는 사회「시스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나바」씨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까지 경제성장에 맞추어 「에너지」를 쓰던 것을 앞으론「에너지」를 얼마만큼 쓸 수 있느냐를 먼저 생각하고 경제성장을 거기에 맞춰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경제 발전에 있어 「에너지」가 근본적 제약요인이 되므로「에너지」문제를 최우선적 기준으로 삼아야한다는 것이다. 이말은 아직 질감은 안 날지 모르나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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