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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못 막은 3위의 눈물 팬택, 결국 법정관리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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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휴대전화 업체 3위인 ‘팬택’이 자금난 끝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991년 창업주인 박병엽(52) 전 부회장이 직원 6명을 이끌고 팬택을 창업한 지 23년 만이다. 노키아·모토로라 등 내로라하는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몰락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산업의 구조조정 여파가 본격화된 셈이다.

 팬택은 12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팬택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31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재개를 결정한 지 채 2주도 안 된 시점이다. 팬택 측은 “지난해부터 유동성 위기가 지속돼 왔으나 당초 이달 10일 만기였던 200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을 갚지 못한 게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법정관리인 선임, 회생계획안 마련 등을 거쳐 기업 회생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나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지난 6월 말 채권단 실사 결과에선 팬택의 기업가치(3824억원)는 기업 청산가치(1895억원)를 상회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인도 휴대전화 업체인 마이크로맥스와 중국 제조사들도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매각 절차를 밟을 경우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글로벌 스마트폰 산업이 애플·삼성전자 ‘빅2’와 저가 보급형 제품에 주력하는 중국 업체 3∼4곳 정도로 압축돼 가고 있어 매각 여부도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팬택은 샤오미·레노보 등 중국 업체들이 저가 보급형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도 베가 아이언 같은 프리미엄 모델 마케팅에 집중해왔다.

 조신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장은 “시장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팬택은 국내 경쟁사와도 대결이 힘든 상태”라며 “해외시장도 중국 기업들이 저가폰을 쏟아내고 있어 스마트폰 사업 자체가 수익률이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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