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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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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세기에 영국은 인도에서 재배한 직물을 원료로 하는 빨간색 염료를 만들어 막대한 돈을 벌었다.
각국의 기술자들은 이 염료를 화학합성으로 만들려고「콜타르」를 원료로 연구하던 중에 독일인「글레벨」과 영국인「바킨」이 거의 비슷하게 합성에 성공했다.
그러나「글레벨」은 재빨리 영국에 건너가서 특허를 출원했다.
「바킨」이 출원하기 꼭 하루 앞섰다.
독일이 그후 영국을 누르고 세계의 합성염료의 80%를 지배하게된 것은 이 하루 앞선 특허신청의 덕분이었다.
그때부터 세계의 소리없는 특허전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예 재외공관에「밀리터리·아타셰」「프레스·아타셰」와 함께 특허「아타셰」를 파견하고 있을 정도다.
미처 모르고 있지만 우리는 특허속에 묻혀서 살고 있다.
아침잠을 깨워주는「알람·클록」, 치약의「튜브」, 면도기,「인스턴트·코피」,「카세트」, 녹음기,「볼펜」,「조컬리트」, 전자「레인지」,「텔리비전」,「트랜지스터·라디오」, 전기 담요….
모두가 외국에 해마다 꼬박꼬박 특허 사용료를 내야하는 물건들이다. 만약에「레이건」 새 대통령이 미국의 특허사용료를 새해부터 10%만 울린다해도 한국의 거의 모든 상품값도 덩달아 10%씩 오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국산품이라 해도 부분적으로 외국 특허를 쓰지 않는게 거의 없는 것이다.
가령「컬러·텔리비전」만 해도 기본 특허도 미국의 RCA에,「컬러·브라운」죽은 CBS에 그리고「채널·튜너」며 음성「스피커」도 미국의 회사에 특허 사용료를 내야하는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에는 몇십개의 외국특허를 빌어쓰고 있는지 모른다.
일본만 해도 지난 76년에 8억「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외국에 물었다. 한편 외국으로부터 거둬들인 일본의 특허 사용료는 2억「달러」밖에 안됐다.
그렇던 것이 지난해부터는 수출과 수입액이 뒤집혔다.
워낙 특허 출원수는 일본이 16만건으로 세계 제1이다. 여기 비겨 미국은 15만, 서독은 9만.
일본이 외국에 특허 출원한 것도 미국과 서독에 대한 것만 따져도 1만5천건이 넘었다.
우리나라는 고작 2천5백건. 그 중에서 진짜 특허는 6백14건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상표가 아니면 실용신안 정도다. 국내에 출원 등록한 특허수도 3천건이 못된다.
최근에 한국의 특허가 처음으로 소련에까지 진출했다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한국은 특허전에서 낙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특허 사용료로 외국에 해마다 바치고 있는게 몇 억「달러」가 되는지 모른다.
이처럼 끔직스런 무역 역조에 대해 아무도 별로 관심을 쓰지 않는 것 같으니 더욱 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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