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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을 가진 다리|경남 의령과 함안군 잇는 정암교|교각·다리모양 각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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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남의령군과 함안군을 잇는 정암교가 균형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45년 간을 버티고 서 있어 이곳을 지나는 외래인 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현지주민들에 의해 「솔 바위다리」라 불리는 길이 2백60m의 이 다리는 한가운데쯤이 2개 군의 경계로 되어있는데다가 양쪽의 다리모양마저 각각 달라「세울 때부터 나누어 지은 것이 아닌가」하는 오해를 받기 일쑤.
의령읍 정암리와 함안군 북면 월촌리 사이를 흐르는 남강하류에 놓여진 폭6m의 이 다리는 의령쪽1백20m는 「아치」형의 철제 「트래스」가 세워져있으나 함안 쪽 1백40m는 철근 「콘크리트」의 평면교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교각도 의령 쪽은 넓고 굵은 것이 띄엄띄엄 있는데 비해 함안 쪽은 이보다 폭이 좁고 약간 가는 것이 촘촘하게 들어섰다.
정암교는 일제때인1933년에 착공,2년 만에 완공됐으나 소달구지·자전거 외에는 통행차량이 뜸했다가 남해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함안을 거쳐 의령지방을 드나드는 하루7백∼8백대의 차량들 때문에 외부인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
건설 당시 공사비는 20만원. 쌀 한 가마 값이 10원정도였던것을 감안하면 요즘돈으로 약10억 원이 든 셈이다.
정암교 옆 정암 마을에서 3대째 살아온 박기홍씨(85·의령군정암리293)는 『다리공사를 시작하면서 「트래스」를 세울 때는 신기하다해서 의령지방은 물론 마산에서까지 구경꾼이 몰려 강변이 인파로 뒤덮였었다』고 했다.
박씨는 당시 기술자들이 의령 쪽에만 「트래스」를 올리고 함안쪽은 밋밋하게 만들어 그 이유를 물었더니 『수심이 깊은 곳은 교각이 물의 흐름으로 인해 흔들리기 쉬우므로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는 것.
건설 후 45년이 지나는 동안 단1건의 교통사고도 없어 「행운의 다리」로 불리는 정암교는 6·25때 합천에서 몰려오는 북괴군을 막기 위해 아군이 함안쪽 다리일부분을 폭파, 58년 복구될 때까지는 옛날처럼 나들이에 나룻배가 이용되기도 했다.
다리 밑 10여m하류에 있는 정암 나루터는 홍의장군 곽재우가 임진왜란 때 낙동강을 따라 쳐들어온 왜군을 섬멸한 전공을 세운 곳이며 정암교는 일제가 함안·의령지방의 산물을 마산항을 통해 수탈해가기 위해 세운 것이어서 상반되는 역사의 현장이 함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다리가 가설된 직후에는 의령∼마산간 하루2왕복하는 목탄 「버스」가 다닌 것이 고작이었으나 의령에서 15km 떨어진 남해고속도로개통의 영향을 받아 요즘은 교통량이 크게 늘어나 대형화물차는 다리 위에서 서로 지나 칠 수가 없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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