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과학적 기교가 조화 이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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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 수준 급의 교향악단은 역시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이다. 「비엔나」교향악단의 경우 그 다른 점은 소리의 양적 조절의 능숙 도에서 나타났다. 무조건 큰소리를 내지 않아도 음악적인 맥락 속에서 그 소리의 양이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정직한 친구는 정직하면 정직할수록 그 음악이 조금이라도 잘못 연주되는 골을 보지 못한다. 부드러운 솜털로서도 닦기 힘든 상처의 아픔 같은, 음악적 정직의 섬세성은 조금의 틀림으로도 음악적 그리움에의 여파로 생긴 상처를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비엔나·필」은 한없이 부드럽게 좋은 음악을 듣지 못한 상처의 아픔을 달래 주었다. 이틀동안의 달램은 모든 피로를 풀고 만다.
선율의 향언 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첫째 날의「슈베르트」『미완성 교향곡』은 무지개를 손안에 잡아넣고 꿈의 현실화를 보았다고 외치는 소라가 어디에선가 들리는 듯한 감동을 낳는 명 연주였다.
대중적 취향을 염두에 두고 음악적 「위트」를 연출한「슈트라우스」의 악곡들은 경박했다기보다 오히려 유쾌했다는 편이 정직할지 모른다.
이튿날은 길고 무거운 2개의 교향곡으로 첫날의 부분적인 「위트」와 대조되는「프로그램」을 짰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베토벤」의 교향곡『전원』과『운명』이 그것이다. 솔직이 말해서 필자, 에게는 『전원』쪽이 『운명』보다 더 좋게 들렸다.
노래를 읊어 주어야할 곳에서는 노래를 읊어 주었고,「리듬」으로 밀고 가야할 곳에서는 「리듬」적 기복으로 변화의 비율에서 묘를 찾고 있었고, 악곡 해석적 측면에서 볼 때 설득력이 거의 1백%에 달했다.
『운명』에서는 전체적 선율들의 어울림에서 간혹 외성보다 내성이 강조되는 것이 이색적이었고,1악장주제해석에 있어서 첫째의 「페르마타」의 처리가 경제적이었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것은 숙련공이 낳는 기계 성이 아닐까 싶었다.
과학에서 예술성을 찾고 예술에서 과학성을 찾을 수 있다 듯이「로린·마젤」의 음악에서는 예술과 과학적 기교가 그 조화의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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