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자와의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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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5공화국에선 마땅히 양극화와 극한 대립이 지양된 민주주의적 대화의 정치풍토를 이룩해야 하겠다는 점이 국민적 합의로 부상하고 있다.
이것은 특정의 체제와 진로 및 시책에 대한 시와 비의 의견차이가 극단적인 길항과 반목을 초래하여 마침내는 국가의 내부적 통합성 자체가 흔들리는 듯 했던 지난날의 정치풍상에 대한 진지한 생활의 소산일 것이라 생각된다.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모든 당사자간의 타협을 위한 토론과 대화의 정신이다.
토론과 대화의 정치야말로 명료한 견해와 상리한 이해를 갖는 해당사자들이 끝없는 충돌과 파국을 자초함이 없이『어떻게 안정되게 함께 살수 있을 것인가』하는 것을 답해주는 가장 슬기로운 기술인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주헌정이란 것도 바로 그러한, 장치와 기술을 제도화한 것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근세 초두에 서구 각국이 다투어 민주헌정을 도입한 것도 따지고 보면 오랜 종교 전쟁과 소모적인 상쟁을 거쳐, 대화와 타협의 정치야말로 남아있는 최선의 길임을 체득한데서 비롯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의 민주 헌정이 실제로 가동할 수 있으려면 모든 당사자가 정치문화와 정치 행태상으로 합리화돼야 하고 호양의 자세를 체질화해야 한다. 서로 자기의 정책, 자기의 방법논 만이「절대선」이라고 확신하기보다는 한발짝씩 양보하여 서로 상대방의 견해를 존중하고 협력·보완하려는 자세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이점에서 대화의 민주헌정은 합법적 반대자(Legal Opposition)의 존재를 상정하며, 반대로그 합법적 반대자는 집권세력의 합법적 통치권을 존중하는 한에 있어서의 정책적 반대자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양해가 확립될 때 그 양자간의 관계는 국가기본 노선에 관한 극한 대립이나 양극화가 아니라 정책적 견해 차이의 합리적인 조정관계로 안정될 수 있으며 여야관계가 대번에 국가의 위기로 확대될 위험이 없어지는 것이다.
지난번의 국민 투표와 제5공화국의 신 헌법이 확정된 것을 계기로 우리 정치사회도 이제는 모든 당사자간의 합리적인 정책조정과 국민적「컨센서스」의 원만한 추출이란 성숙된 민주헌정을 토착화할 시기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 신 헌법은 유신헌법과 유신시대의 갈등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획기적인 법적 토대를 마련했으며 그 기초 위에서 민주·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각종 후속 조치를 강구하는 찰나에 와 있다.
이 새로운 발전적 국면을 맞아 이제야말로 헌법상의 민주적 체제는 모든 국민, 모든 정파의 보편적인 모체제로 사랑받으며, 모든 국민, 모든 정파의 차이는 그「컨센서스」내에서의 정책적 다양성에 불과한 정치풍토가 이룩돼야 만 하겠다.
그러기 위해 지난날에 이견되었던 대화의 단절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것이며 그럴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지난 7일 전두환 대통령이 전국 지방관서장에게 역설한 그대로 통치권 측은 통치권 측대로 과거에 반대하던 사람들을 자주 만나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또 반대로 과거에 반대하던 사람들은 통치권 측이라면 말도 나누기 전에 무조건 멀리하거나 불신만 하려던 습성을 고쳐야 할 것이다.
우리 정치사상 반대자와도 따돌리지 말고 두번 세번 계속 대화할 것을 최고통치자가 직접 역설한 사례는 그리 흔하지 않았음을 상기할 때, 앞으로 여와 관은 이 취지를 십분 살려 포용성 많은 집권세력으로 성숙하길 바라며 또 과거의 반대자들도 극단주의나 전면 부정의 사고에 빠지는 일없이 스스로의 체질과 행태를 온건화 하고 상대화하는 것이 요청된다.
그래야만 모처럼 새워놓은 대화의 민주 헌정의 골격이 현실적인 삶으로 구현될 토양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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