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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률·신속…「새 의정」??지|일사불란한「입법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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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 29일에 출범한 국가보위 입법 회의는 앞으로 구성될 11대 국회의 모습을 어느 정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구성과 운영이 주목되고 있다. 입법회의는 며칠간의 본 회의와 상임위 회의를 통해 종전의 국회와는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과도입법 기구이면서도「5·16」혁명직후의 국가 재건 최고회의나 10월 유신 때의 비상국무 회의와는 달리 각계 인사를 총망라함으로써 대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국회의「축소형」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그 운영「스타일」이나 회의 진행면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종전 국회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회의 운영「스타일」 이다.
본 회의의 경우 의장에게 △발언시간 제한 △질의·토론 생략 △발언자 제한 등 각종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과거에 일일이 원의에 따라 진행하던 회의를 의장 단독의사로 신속히 처리하고 있다.
회의 진행에 있어 과거에는 의원들의 의사를 묻거나 여야 총무단의 협의에 의해 의사 일정이 결정되고 합의가 안될 경우에는 본 회의 개회가 늦어지는 경우가 허다했으나 의장이 운영 위원장과 협의하여 의사 일정을 짜기 때문에 걸리는 문제가 없다.

<종전 국회완 판이>
○…운영위원장은 매일 상오와 하오 두차례 각 상임위의 간사 위원들과 회의를 갖고 의사일정을 비롯한 운영문제를 협의한다.
상오7시30분(31일의 경우)부터 9시 사이에 개최되는 상오 회의에서는 당일의 본 회의나 상임위의 운영에 관한「시나리오」(?)를 작성하며 이에 따라 상오 회의가 그대로 운영된다.
과거에는 10시여 개회되는 상임위가 사정에 따라 10시 반이나 11시에 열리기도 하고 아예 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입법회의는 상오10시에 상오회의를 열고 하오 2시에 속개하는 등 시계 바늘같이 정확하다.
상임위 전문위원들도 운영위 간사 전문위원 주재로 비슷한 성격의 회의를 매일 가진다.
상임위 전문위원들의 지위가 격상된 것이 또 다른 두드러진 특색이다.
과거에는 전문위원의 좌석부터가 위원장 뒤에 행정실 직원과 나란히 배치되었으나 지금은 입법 의원들과 똑같은 의자에 앉고 책상도 같은 것을 사용해 일반의원과 전문 위원간에 별 구분이 생기지 않는다.
다만 위원장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의원들이 앉고 의원들과 전문위원 사이에 책상하나 거리만 띄어서 배치했다.
전문위원들은 표결에는 참가할 수 없고 의원과 똑같이 정책 질의를 벌이거나 발언을 할수 있도록 되어있어 어느 상임위에선 의원보다 전문위원들의 정책 질의가 더 활발할 경우마저 있다.
과거에는 전문위원의 발언이 의안의 사전 심사 보고나 참고자료의 보고 등에 국한되었던 것이 관례였으나 지금은 의원과 완전히 대등한 입장에서 정책 질의나 발언을 하고있다.
상임위의 의안심의나 정책질의에 과거에는 장관이나 차관이 반드시 출석했으나 입법회의에선 담당국장의 답변도 잦은 편이다.
외교·국방위에선 외무부 기획관리 실장인 허재원씨가 간사위원을 맡고 있어 기획관리실장 직무대리인 이원달씨가 외무장관을 대신한 답변을 주로 하고 있다.
○…입법회의가 궤도에 올라 의원들이 매일 의사당에 나오면서도 그들은 아직 자신들에 대한 처우는 자세히 모른다.
의원 수당에 관한 규정이 미처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장관 보수액에 해당하는「일반·수당」이외에 의원입법 활동에 필요한「정보비」를 받았으나 입법 의원의 경우에는 미정이다.
다만 입법의원 처우가 이원적이 될 것은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소위 상근 의원과 비상근 의원으로 구분해 처우격차가 생긴다는 것이다.
일반의원은 내년 6월 새 국회가 구성되기 전까지의 입법회의 존속기간 중 초기단계에나 다소 바쁠 뿐 대부분은 회의 때나 나오게 되겠지만 상임위원장과 운영 위원회위원 등 핵심「그룹」은 주야 상시 근무 체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처우상 차별이 불가피하다는 최평욱 사무처장의 설명.『입법회의 경비는 국회의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입법회의 법 규정도 있고 또 다 늦은 연말에 굳이 의원 처우를 위해 추가 경정 예산안을 제출한다는 것은 적절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에 의원 수당은 잔여 국회 예산범위 안에서 지출된다는 것.
이같은 기본 원칙 때문에 의원들에게는 유급 비서관이 허용되지 않는다. 단지 의원들이 입법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챙기거나 각종 행정부 쪽 서류 등을 수습하는 등 개인적 필요 때문에 수행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그 보조원이 의사당에 수시 통행할 수 있게 출입증을 발급해 준다.

<유급 비서관 불허.
○…상임 위원장과 각 상임위 간사위원 및 전국 보위분과위 간사 위원에게는 의사당 본관 안에 여비서가 배정된 사무실 1개씩을 마련해 주고 있다.
다른 직을 겸직하고 있는 의원들 가운데 방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사무처는 이미 사무실 희망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희망자가 극소수일 것 같으면 본관 안에 몇개의 방을 마련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원들이 비워놓은 의원 회관 4동 중 일부를 쓰도록 한다는 생각인데 사무실 희망자가 많아 결국 의원회관이 활용될 것 같다.
한편 과거 국회의원은 순금 의원「배지」를 달고 다녔는데 입법의원은 재임기간이 한정직인 것 등을 고려해「배지」패용까지는 생략될 것 같고 의원 신분증과 열차무임 승차「패스」정도는 계속 발급 받게 될 것 같다. 입법 회의 의장단의 경우 구체적 예우가 현재 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사무처직제에 반영된다.
이미 입법회의 의장은 국회의장이 사용하던「푸조」승용차와 비교적 공간이 넓은 의장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비서실강도 곧 임명될 것 같다. 다만 국회시절 사무총장이 장관급, 의장 비서실장이 차관급이었으나 입법회의 사무처장이 차관급으로 결정됨에 따라 의장 비서실장도 차하급으로 격하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의장 공관은 이호 의장이 소탈한 성격인데다가 의장 공관 옆으로 서강대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등을 고려할 때 공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배지」패용도 생략>
○…입법회의의 사무처 기구와 직제가 크게 달라질 것 같다.
현재 사무처에는 도서관 직원을 포함, 모두 1천2백여명의 직원이 있으나 이중 상당수가 정리될 것이란 얘기.
이미 10대 의원의 비서관·운전사 등은 10월31일자로 모두 의원면직 발령을 냈고 1급 상당의 전문위원 30여명을 비롯한 많은 직원들이 보직을 받지 못한채 대기중이다.
의원 비서관 2백여명은 과거 유신 때의 국회해산 전례대로 12월까지의 봉급을 일시에 지불해 주고 정리를 했으나 일반직 직원에 대해서는 직제 개정안이 확정될 때까지 보류 상태에 있다.
한편 대부분 종전의 국가보위 대책 상임 위원회 분과 위원이나 전문위원들이었던 현재의 전문위원 59명 중 상당수가 행정부와 사법부의 공무원들이다.
31일 경제 제2상임위에서 건설부의 현직 국장인 전문위권이 건설부 소관 추경 예산안에 대한 예비검토 보고를 했던 사설과 행정부 소속 전문위원이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장을 상대로 정책 질의를 하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호 의장이 취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의의 소재를 두루 파악하여 입법에 반영시키겠다고 밝힌 대로 입법회의는 어디까지나 대의 기구로서의 성격을 가급적 보강할 수 있도록 그 운영에 있어 신중한 고려가 요청된다. <고흥길·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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