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크론병 면역억제제 부작용 원인은 NUDT15 유전자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국내 의료진이 면역억제제 부작용을 유발하는 원인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약물 부작용을 미리 예측해 개인 맞춤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서울아산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양석균 교수팀과 울산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송규영 교수팀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크론병 환자 978명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면역억제제 부작용을 유발하는 유전자(NUDT15)를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으로 이어지는 소화관에 염증이 생겨 복통·설사·혈변 등을 유발하는 만성질환이다. 아직까지 완치법이 없어 면역억제제와 항생제 등을 사용해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전부다.

양 교수팀이 발견한 ‘NUDT15’ 유전자는 변이정도에 따라 크론병치료 면역억제제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났다. 한쌍으로 이뤄진 이 유전자가 모두 변이됐다면 크론병 환자는 100% 백혈구 감소증이 나타났다. 또 전신탈모 같은 심각한 부작용도 이어졌다. 반면 유전자 둘 중 하나가 변이됐거나 정상이라면 백혈구 감소증 발생률이 각각 75.6%, 25.3%로 줄었다. 심각한 부작용 발현도 각각 5.7%와 0.5% 수준으로 적다. 이런 부작용은 공동 연구기관인 미국 시다스 사이나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서양인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NUDT15’ 유전자가 면역억제제 부작용을 일으키는 확실한 원인임을 입증하면서 유전자 연구 관련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인용지수 29.6)’ 최신호에 게재됐다. 특히 면역억제제 사용 8주 이내의 백혈구감소증 발생률은 한 쌍 모두 변이그룹에서 100%로, 한 쌍 중 1개만 변이인 그룹(25.6%), 변이가 없는 그룹(0.9%)과 큰 차이를 보였다. 유전자 한 쌍 모두 변이가 있는 환자는 전체의 1.4%에 해당했으며 한 쌍 중 1개에만 변이가 있는 환자는 18%, 변이가 없는 환자는 80.6%로 각각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면역억제제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 루프스와 같은 류마티스 질환,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등의 혈액질환 등 다양한 면역 관련 질환에서 핵심 치료제로 사용한다. 면역억제제를 사용할 때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면역력이 너무 떨어지는 백혈구감소증이다. 백혈구감소증이 생기면 패혈증 등의 심각한 감염이 뒤따르고, 심하면 사망까지 이른다.

지금까지는 같은 면역억제제를 쓰더라도 서양인에서는 5% 이내에서만 백혈구감소증이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30~40% 의 환자에서 백혈구 감소증이 나타나 면역억제제 치료에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기존에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인 백혈구 감소가 ‘TPMT 유전자’ 변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혈구 감소 부작용이 훨씬 많은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TPMT 유전자 변이가 서양인보다도 적다.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이번 연구로 ‘NUDT15’유전자가 면역억제제 치료 부작용(백혈구 감소증)을 유발하는 원인 유전자라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한 것.

송규영 울산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교수는 “논란이 많았던 TPMT 유전자 변이와는 달리 ‘NUDT15 유전자’ 변이가 국내 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이면서 면역억제제가 일으키는 백혈구 감소증의 원인 유전자라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입증했다”고 말했다.

크론병 치료효과도 높일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면역억제 치료를 할 때 백혈구 감소증 상태를 살피면서 치료용량을 늘리거나 줄였다. 이제부터는 NUDT15 유전자 변이검사로 치료법을 미리 결정할 수 있다. 예를들어 NUDT15 유전자 변이가 없을 때는 처음부터 적정용량의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한 쌍 모두 변이가 있을 때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해 처음부터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약물치료를 시도하는 방향으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양석균 서울아산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장(소화기내과)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에 앞서 NUDT15 유전자 변이 여부를 검사하면 면역억제제 사용 가능성 여부를 사전에 판별할 수 있고 아울러 개별 환자들에게 맞는 적절한 용량을 처방해 백혈구 감소증의 발생 위험도를 낮추면서 치료 효과는 높일 수 있다”며 “향후 면역억제제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중요한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연구개발사업 희귀질환 중개연구센터의 지원을 통해 진행됐다. 또 유전자 연구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지네틱스(Nature Genetics)'에 이날 발표됐다.

[인기기사]

·크론병 면역억제제 부작용 원인은 NUDT15 유전자 [2014/08/11]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