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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본 헌병실, 참모총장에게 윤 일병 사건 상세 보고 누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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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윤모(20) 일병 사망사건에 관한 보고 누락 여부를 조사해온 국방부 감사관실이 ‘육군본부 헌병실’과 ‘국방부 조사본부’에서부터 상부로 구체적인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감찰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10일 “군내 사건 사고에 대한 조사와 보고 책임은 헌병에 있다”며 “28사단 현장에서 헌병대가 조사한 구체적인 가혹행위를 담은 종합보고서를 육군본부 헌병실과 국방부 조사본부가 입수하고도 상부로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육본 헌병실은 28사단에서 구타사고가 발생해 ‘윤 일병이 위독하다’는 초기 대면·서면보고에 이어 ‘윤 일병이 사망했다’는 추가 서면보고, 장례식 일정 등의 경과보고를 참모총장에게 서면으로 하면서 가래침을 핥게 하는 등의 가혹행위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며 “국방부에서 헌병 기능을 하는 조사본부 역시 당시 김관진 장관(현 국가안보실장)에게 초기 보고를 한 뒤 전모를 담은 추가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육군본부 헌병실장은 육군총장에게,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국방부 장관에게 주요 사건에 대한 보고를 하도록 돼 있다. 결국 이들 선에서 보고가 막혔다는 뜻이다.

 국방부 감사관실에 따르면 육군본부 헌병실은 4월 7일과 8·9일, 11일 등 모두 네 차례 보고서를 작성했다. 4월 7일 윤 일병 사망 직전인 오후 2시 당시 권오성 육군총장에게 전달된 보고서에는 28사단 구타사건에 관한 가해자와 피해자 신상, 사건 내용과 대책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또 윤 일병 사망 다음 날인 8일 보고서에는 사망 경위 등이, 9일 보고서에는 장례와 관련한 내용만이 들어 있었다. 11일 작성한 보고서에는 A4 용지 2장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구체적인 가혹행위를 적시했지만 보고하지 못했다는 진술을 청취했다. 감찰 관계자는 “육군 헌병실은 11일엔 자세한 보고서를 작성해 놓고도 사흘 뒤인 14일 열릴 국회 법사위원회를 앞두고 다른 사건의 대책에 집중하다 보니 보고 기회를 놓쳤다는 해명을 했다”고 전했다.

 결국 윤 일병 사건이 발생한 4월 7일부터 육본 헌병실은 사건의 요약보고만을 했고, 국방부 조사본부 역시 육본 헌병실과 같은 대처를 했다고 감사관실은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육군본부 헌병실과 국방부 조사본부 주요 지휘관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군 내에서 나오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한 장관은 "헌병이 상부에 보고한 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김관진 전 장관이나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은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했지 은폐를 하려 했던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감사관실은 조만간 감찰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국방부 감찰이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군 속성상 인사나 기무부대 등 다른 보고라인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데 헌병 기능에 감찰을 집중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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