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의 신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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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시의 도시재개발사업조정은 지난 7년간 사업대상지구로 지정만 해놓아 사유재산권의 활용을 제한했던 폐단을 시정한다는 뜻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 할 수 있다. 도심재개발사업의 시행전망이나 계획조차도 불투명한 채 대상지구로 고시만 해놓은 결과, 그 지역의 자연적인 발전마저 오히려 저해한 사례가 없지 않았다.
또 불량주택재개발사업도 해당 주민의 입주대책이 미비한데도 그대로 강행함으로써 영세민을 도시외곽지대로 추방하는 부작용이 흔히 일어났다.
입주권의 전매, 또다른 「슬럼」지역의 발생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서울시가 도시재개발사업을 철회, 또는 수정한 것은 현실정에 비추어 불가피하게 내려진 조치라고 해석된다.
이번 서울시의 정책전환이 장기적인 도시계획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당면한 편의에 쫓겨 결정된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현실문제만을 손쉽게 풀어나가려는 착상에서 도시재개발사업이 조정된 것이라면 그야말로 단견에 그치고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장기계획이 결여된 도시정책은 문제점을 누적시켜 더욱 해결을 곤란하게 하는 것이다.
비단 서울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도시가 안고 있는 일반적인 애로사항이 무엇인가는, 관계 주요보고서와 빈번히 열리고 있는 도시계획 토론회에서 많이 거론되어 왔다.
79년도 세계은행의 「세계개발보고」는 개도국의 도시인구 증가속도는 2천년까지 50∼75년의 두배를 기록, 약 10억명이 늘어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로인해 고용·도시문제가 격화할 것이므로 인구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공업화와 함께 농업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얼마전에 열렸던 「2천년대의 서울시 기본계획」에 관한 국제「세미나」도 서울시의 외연적 팽창이 가져올 여러가지 역기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모두가 개도국에서 중소득국으로, 거기서 다시 선진국으로 이행해 가면서 일어날 인구이동과 도시문제를 신중히 다루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건설부의 인구이동 예측을 보면 91년의 우리나라 도시인구는 3천4백79만명으로 전인구의 77%, 2천년에는 4천1백57만명으로 81%가 집중된다고 한다.
60년의 37%, 78년의 63%와 비교하면 급속한 인구의 도시집중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구의 도시유입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변화를 초래할 것은 물론이고 도시문제의 확산을 말해준다.
도시의 양적성장이 거주·교통·범죄·환경·고용에서 산업의 변혁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난제를 배태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오늘의 서울시가 겪고있는 여러 부문의 고통을 상기하면 족할 것이다.
따라서 도시계획은 양적팽대에 부응한 질적인 개선을 필수적인 요건으로 전제하고 적어도 1백년을 내다본 장기 「비전」아래 성안되고 집행되어야만 한다.
응급대책에 시각을 뺏겨 조령모개식 도시행정을 반복하는 것은 행정의 신뢰성 여부는 말할 것도 없고 도시라는 무서운 「정글」을 만들게 된다.
어려움이 현재된 뒤에 그때가서 도시정비 문제를 대하게 되면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게 된다.
서울시의 도시재개발사업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효울적으로 마련된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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