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92분 우세 30초에 무너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한국의 박충균(右)이 일본의 나카야마(中)보다 높이 뛰어올라 헤딩으로 볼을 따내고 있다. [장문기 기자]
허탈한 한판이었다. 조급함과 산만함이 한국 선수들의 발목을 잡아챘고, 결국 인저리 타임에 어이없는 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파상 공격을 퍼부었지만 유효 슈팅은 몇개 안됐다. 팀워크 대신 허술한 개인 플레이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후반 중반 잇따른 선수 교체로 스스로 경기 흐름을 끊었다.

반면 일본의 수비는 탄탄했고, 간헐적인 기습 패스는 순식간에 한국 수비진을 흐트러놓았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일본 국가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0-1로 패했다. 1998년 3월 다이너스티컵(1-2패) 이후 이어오던 일본전 무패(3승1무) 행진도 중단됐다.

주심의 호각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의 맹렬한 함성 속에서 경기가 시작됐다. 뭔가 풀리지 않는다는 느낌 속에 한차례 위기가 지나갔다. 전반 15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바깥으로 흘러나온 볼을 오가사와라가 찍어 찼으나 볼은 골키퍼 이운재의 키를 넘어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전반 23분, 한국이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이천수가 볼을 톡 튀겨올려 상대 수비를 따돌린 뒤 위협적인 오른발 슛을 날린 것이다.

볼은 안타깝게도 왼쪽 골대를 맞고 아웃됐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의 공격은 활기를 찾았다.

25분 이동국의 발리슛이 수비의 발을 맞고 흘렀고, 29분 안정환의 직접 프리킥도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후반 8분 안정환이 길게 올린 볼을 이동국이 아크 정면에서 가슴으로 트래핑한 후 슛을 날렸으나 이 볼도 골문을 외면했다.

후반전. 김도근과 이동국을 빼고 김두현.최성국의 젊은 피를 수혈한 한국은 22분 코너킥을 얻었다. 이천수의 킥을 유상철이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관중은 "골"을 외치며 일어섰지만 볼이 때린 건 옆그물이었다.

종료 30초 전. 휘슬이 울리려는 순간 엉뚱한 일이 빚어졌다. 일본의 나가이 유이치로가 왼쪽을 돌파한 후 날린 슛을 조병국이 걷어내려 한 것이 나가이의 다리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그것으로 승부는 끝났고, 6만여 관중은 월드컵 4강팀이 16강팀에 패하고 말았다는 찜찜함을 가슴에 담고 귀가해야 했다.

진세근.정영재.장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