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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에 허덕이는 접객업소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취직난」 속에서 「구인난」이란 기현상이 일고 있다. 사람을 못 구해 절절매는 곳은 이제까지 비교적 낮은 임금의 종업원들을 써오던 식당·다방·이발소 등 접객업소 및 유흥음식점. 인기학과를 전공한 학사출신들이 「좁은 문」을 뚫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한편에서 이들 단순 「서비스」 취업자들은 『어서 오십시오』하고 기다려도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구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현상은 가을에 접어들면서 더욱 심화되었으며 추수기를 맞은 농촌의 일손이 바빠져 시골 청소년들의 대도시유입이 줄어든 데 큰 원인이 있다. 더욱이 추석귀향을 했던 종업원들마저 『서울에 가봤자 몸만 고달프지 농촌보다 돈벌이가 나을게 없다』며 대부분 되돌아오지 않고 있어 업소마다 일손부족으로 야단들이다.
서울 종로 1가 154 대중음식점 중앙회관 주인 신영자씨(46·여)는 20명 정도의 여종업원이 필요한데도 사람을 못 구해 10명으로 영업을 꾸려간다고 했다. 이 음식점에서는 지난 추석 때 20명의 여종업원 모두에게 3일간 특별 귀향휴가를 추었더니 절반만 돌아왔고 나머지는 종내 무소식이라는 것이다. 인근 직업안내소 5곳에 부탁했으나 보름이 지나도록 한 명도 소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 종로 1가 27의 1 용다방(주인 추양화·32·여)은 종업원 2명이 더 필요해 수소문하고 있으나 한 달째 구하지 못하고 있다. 주인 추씨는 『2∼3년 전만 해도 제 발로 찾아와 일하겠다』는 아가씨들이 많았으나 요즘은 월급 12만원에 침식을 제공하는데도 좀체 사람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시장 주변의 주점들은 하나같이 『여종업원 구함』이란 팻말을 붙이고 있다. 이곳 Y「살롱」 주인 김모씨(37)는 『손님을 접대할 「호스티스」를 못 구해 그나마 드문드문 찾는 손님마저 상당수 잃게된다』며 『몸매와 얼굴을 보고 채용하던 때는 옛날』이라고 말했다.
가정부나 음식점·주점의 여종업원 등 단순 「서비스」 취업자들의 수급을 전담했던 직업소개소들도 개점휴업상태.
영등포 제7직업안내소 총무 현종호씨(50)는 『지난해까지는 하루 20명쯤 알선했으나 요즘은 3∼4건도 힘들다』고 했다.
이처럼 「서비스」 업소의 종업원 구하기가 힘든 것은 추수기라는 계절적 요인 외에 근본적으로 ▲일에 비해 임금수준이 낮으며 ▲단순 노동보다는 기술기능을 배우겠다는 가치관의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서비스」 업소의 여종업원 중 상당수는 『돈을 벌겠다』고 가출했던 무작정 상경소녀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무작정 상경 청소년이 거의 없어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서울역 파출소의 경우 지난해까지 1일 2∼3명의 가출소녀를 적발했으나 이 달 들어 단 한 건도 없다. 영등포경찰서 영등포역파출소도 지난달 강원도 흑호에서 가출한 여중생 2명을 단속, 귀가시킨 뒤 이제껏 한 건도 없다는 것이다. 직업소개소들은 『공급량의 상당부분을 이들 가출소녀들이 차지했으나 그 수가 줄면서 자연 여종업원 구인난 현상을 가져왔다』는 풀이다.
10대 소녀가 주로 많은 식당 종업원의 월급은 8만∼10만원. 다방의 경우 9만∼13만원이나 주점은 「팁」을 포함해 10만∼15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시골에서도 농번기나 추수기엔 여자일꾼이 하루 6천∼7천원을 받아 일의 양이나 업종의 분위기에서 받는 정신적 피로감에 비하면 도시 「서비스」 업소의 종업원 임금은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노동력의 농촌역류현상이 일어나고 도시유입 여성노동력도 기술이나 기능직을 택하고 있다.
서울대 장인협 교수(사회복지학)는 『젊은 여성들의 직업진출성향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는 사회발전 과정』이라고 진단하고 『이 기회에 농촌인구유출을 막아 도시·농촌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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