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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 전 세계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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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카고=이제훈 특파원】세계최대의 곡창지대인 미국은 혹서와 가뭄이 심했고 쌀의 주산지인 동남아지역은 냉하의 피해가 커 내년도 세계식량전망은 우울하다.
이러한 우려는 세계최대의 곡물거래시장인「시카고」선물시장(시카고·보드·어브·트레이드)에 그대로 반영되고있다.
매일 시세는 변동하게 마련이지만 지난 6일의「시카고」선물시장은 팔겠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 전 종목이「UP」(상승)을 기록했다.
선물 시장 안에 설치된 2천5백대의 전화가 잇달아 부리나케 울리고 이에 따라 1천5백여명의 「브로커」(곡물중개상)들은 소리치고 손짓하며「오퍼」를 내고있었다.
올해 들어 9월까지「시카고」곡물시장에서 이루어진 계약건수는 작년 1년 실적(3천4백만건)에 육박하는 3천13만1천8백54건으로 물량기준으로는 1천5백만「부셰」(1t은 39.2「부셰」)에 달한다.
이렇듯 강한 매기와는 대조적으로 가뭄·혹서·냉하 등 세계각지의 이상기온으로 10%가량 감산이 예상돼 곡물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선물시장의 유력「브로커」중의 하나인「메릴·린치」사의 곡물담당「매니저」「넬슨· 커닐니어스」씨는『올해 들어 평균 곡물가격은 약15% 상승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비즈니스·위크」지는 최근호에서 미국 내 식품가격이 올해 15% 이상 뛸 것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두자리 단위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지적, 그 동안 싼 식품으로 영양부족을 몰랐던 미국인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을 비롯해서 동남아지역의 주산인 쌀은「시카고」곡물시장에서 별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시카고」시장에서 입수한 최근의 미국농무성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쌀 생산량은 3억7천4백만t으로 작년에 비해 1천만t이 줄어들었으며 태국·일본·인도도 작년수준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시카고」곡물선물시장은 1백32년 전에 생긴 세계최대 곡물거래시장으로 미국 내 전체곡물유통량의 20%이상이 이곳에서 거래되고있다.
이 시장은 곡물을 한달 후 또는 1년 후 등 일정기간 후에 인도 받을 것을 약속하고 그 때의 가격을 산정해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특징.
「시카고」선물시장을 이용하려면 정식회원이 되어야하는데 현재는 정회원 1천4백2명, 임시회원 3백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멤버십」가격은 계속 올라 지난 9월30일 32만9천 「달러」에 팔린 기록이 안내판에 게시되어있다. 우리 나라는「멤버십」이 없어「메릴·린치」사를 통해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시카고」선물시장은 완벽한「컴퓨터」시설을 갖추고「쿠데타」에서부터 일기변화에 이르기까지 세계각지의 각종 경보를 신속하게 수집, 곡물시세에 이것이 반영되고 있다.
식량난은 세계의 영원한 숙제지만 금년은 이상기후까지 겹쳐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내년 지구촌은 상당히 배고픈 한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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