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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어항시설…배 댈 곳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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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안 중소형 어선과 여객선 등의 입출항이 잦은 어항에 방파제 등 선박대피시설이 제대로 안돼 선박파손 등으로 많은 재산피해를 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부산지방을 비롯, 인천·군산·울산·묵호항 등이 정부의 항만시설확충사업으로 국제항으로서의 현대식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으나 어항시설은 선박증가추세에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민들은 어려운 국가예산으로 당장에 모든 어항의 항만시설을 완비하기는 힘들겠으나 해마다 겪는 어선피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어항시설에 관심을 돌려 확충사업을 벌여줄 것을 바라고 있다.
어민들의 이 같은 바람은 태풍의 계절을 맞아 더욱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항시설의 실태를 점검해본다.

<서해>
13개의 2종 어항이 있는 임자면 재속도의 경우 방파제 3천20m가 필요한데도 축조되어 있는 것은 7백97m로 26%에 불과하다. 선착장도 필요시설의 31%, 물양장은 21%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성어기나 폭풍주의보로 1천여척의 어선이 몰려들 때는 배끼리 충돌하는 일이 잦아 선박피해를 내고 있다.
흑산면 하태도 역시 2백20m의 방파제가 필요하나 단 1m도 안 돼있다.
이 때문에 이곳 어민들은 파도가 일 때면 어선을 아예 육지로 옮겨 놓는다.
신안군 관내 어선들의 안전대피에 필요한 방파제 2천2백23m를 축조하는데도 45억여원 이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엄두를 낼 수 없고 올해만도 겨우 1천2백여만원을 들여 방파제 2개소를 축조했다.
외항시설이 따로 축조되어 있는 군산항의 경우 어선 수는 5백44척에 이르나 어선 접안시설은 50t급 어선 2백여척이 겨우 접안할 수 있는 3백60m밖에 안 된다.
나머지 3백40여척은 항 내에 아무렇게나 정박, 폭풍이 불어닥칠 때마다 소동을 빚고 있다.
해망동 앞바다 방파제는 길이 7백m에 이르나 일제 때 축조된 것으로 낡고 좁아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군산항 건설사무소는 83년까지 23억원을 들여 접안대 4백m를 축조할 계획이다.
3천1백여척의 각종 선박이 있는 충남도의 경우 선박 증가율은 현재 73년에 비해 70%가 늘어났으나 어항시설은 별로 늘지 않아 어선들이 불편을 겪고있다.
서산군의 경우 크고 작은 40개의 포구가 있으나 방파제는 1천3백90m에 지나지 않아 강풍이 불 때마다 절대시설이 부족해 피해를 보고 있다.
보령군에도 19개의 유인도와 14개 포구, 30개의 선착장이 있으나 방파제는 3백50여m에 불과하며 방파제가 없는 곳도 있다.

<동해>
1종 항인 속초항을 비롯, 많은 군소어항이 있는 동해안은 수심이 깊어 방파제 등 어항축조 시설비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많이 소요돼 시설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속초항은 항 내수면적이 1백36만평방m에 이르나 방파제는 겨우 9백70m여서 당장 7백99m가 더 축조되어야 하며 7백t급 이상 대형 선박은 제대로 정박할 수조차 없다.
대진·아야진·대포 등 수산청 관리항과 공현진·문암·천진 등 15개 어항은 소형어선 8백90여척이 선적을 두고 있으나 시설 빈약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오히려 해마다 격랑에 방파제가 무너지고 있다.
경북 동해안일대에는 1백20여곳의 어항이 있어 3천5백여척의 어선들이 조업하고 있으나 어항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은 포항내항·구룡포 강구·후포 등 6개항 정도다. 나머지는 대부분 파도에 어선을 보호할 방파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물양장·호안시설 등이 낡고 미비해 조업에 지장을 주고있다.
경북 월성군 감포항은 해안선이 19㎞에 이르고 있으나 방파제 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은 3㎞에 지나지 않아 어민들은 폭풍이 불 때마다 대피할 곳을 찾아 인근 구룡포나 울산 등으로 몰려가는 소동을 빚고있다.

<남해>
남해안은 자연적 여건이 다른 곳보다 훨씬 유리해 폭풍에 의한 선박피해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곳 역시 방파제 부족, 낡은 어항시설은 다른 곳과 비슷해 어민들이 대책을 바라고 있다.
창원공단 등의 조성으로 선박 입·출항이 잦은 마산항은 접안시설이 비좁은 데다 방파제를 비롯한 대피시설이 제대로 안돼 있어 선박끼리의 충돌·침몰 등의 선박피해를 내고 있다. 마산항은 폭풍주의보가 내려지면 80여척의 선박들이 가포동 앞 바다에서 서로 부딪혀 파손되는 일까지 있다.
충무항은 거제·한산도 등이 앞을 막아 천혜의 조건을 갖췄으나 내항을 벗어나기만 하면 방피제가 없어 선박대피가 불가능하다.
태풍 때는 3백여척의 어선·여객선이 몰려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키 위해서는 이곳에 2백50m짜리 방파제 2곳을 설치하면 되지만 이에 드는 공사비 17억원을 마련할 수 없어 걱정이다.
충무에서 23「마일」 떨어진 어업전전기지 욕지항은 태풍 때 남해어장서 조업하던 어선들이 몰리고 있으나 항만면적 2만5천평방m에 방파제는 1백60m밖에 안돼 1백여척의 어선이 정박하면 더 이상 틈이 없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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