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창간 15주년 특별기획<7>|<제1부>국제정세와 한국의 안보⑤|중공을 보는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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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의 눈에 비친 가장 약한 국경은 어디일까. 이런 질문에「테오·조머」(서독「디·벨트」지주필)는 재미있는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다.
첫째는 이미 입증된 일이지만「아프가니스탄」. 그 다음으로는「파키스탄」-.「조머」주필은 다행히 한국은 그속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오히려『그렇게 약한 곳이 아니다』고 고무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한국은 약한 곳 아니다">
그 근거가 무엇일까.「조머」는 미국·중공·일본의 존재를 지적했다. 소련이 한국을 약한 곳으로 판단한다면 이들 세 나라의「강한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것은 미국·일본·중공이 적어도 한국문제에 있어서 만은 입장이 같다는 전제를 두고 하는 얘기다.
미국무성동「아시아」담당차관보「홀브루크」는 최근『1세기만에 처음으로 유지된 3국외 긴밀한 협력관계』라는 말을 한일이 있었다. 역시「조머」의 전제를 뒷받침하는 얘기같이 들린다. 소련의 팽창주의가 공통분모가 되어 결국 이런 기묘한 현상이 빚어지게 되었다.
때때로 중공의 의전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홍콩」의「명보지」는 그 어느 분석보다 앞서서『미국과 중공은 정식으로 군사동맹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실제 적으로는 그런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설을 실어 전세계신문에 인용보도 되기도 했다.
소련의 관영「프라우다」지는 최근 미국엔『「브레진스키」전염병』이 번지고 있다는 보도를 한일이 있었다.「브레진스키」전염병이란 백악관 외교안보담당보좌관인「브레진스키」가 벌써 78년7월 북경을 방문해『강력한 중공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설명한 사실을 빈정댄 말이다.

<3차 대전은 싹트고있다>
그는 미국의 소·중공「등거리외교」를 타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있다.「브레진스키」는『다음 세대쯤에 발발할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그 싹이 돋아나고 있다』고 주장한바 있었다.
소련의 패권추구를 빗대놓고 하는 말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역시 미국과 중공의 군사협력강화를 적극적으로 함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하버드」대의「재롬·코어」교수는 성급한 추측에는 찬물을 끼얹는다. 미국이 80년대에 중공 우선 정책 하에서 중공에 방어용 전략물자를 제공한다고 해도 두 나라사이에 군사동맹으로까지 발전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역시「하버드」대의「새뮤얼·헌팅턴」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었다.『미국이나 중공이 직접 소련의 공격을 받지 않는 한, 미국과 중공이 군사동맹을 맺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그는 말했다. 이를테면「잠자는 호랑이」를 공연히 흔들어 깨워 사나운 호랑이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그 밑바탕엔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러나「유럽」쪽의 전문가들은 생각이 좀 달랐다. 미·중공의 화해는「사실상의 동맹관계」로 보려는 인상이 짙다.
불「르·뭉드」지의 편집국장「앙드레·퐁텐」은 말한다.『미·중공의 관계는 이미 동맹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본다. 한국전쟁 때 적대관계에 있던 두 나라는 오늘날 친구로서 외교적 동맹관계를 맺은 것이다.』

<중공, 미·일 동맹강화 지지>
「아프가니스탄」사태가 오히려 미·중공의 사이를 더욱 밀착시켜 주었다는 견해도 흥미 있다. 소련의「아프가니스탄」침공은 중공 쪽으로는 유리한 입장을 갖게 해 주었다. 그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밀접하게 만드는 촉매제의 구실을 한 때문이다. 불 국방연구소 부소장「피에르·마레」의 분석이다.
최근 중공이 숨김없이 보여주는 갖가지「제스커」들은 일본의 재무장과 그의 강화 및 미·일 동맹의 강화를 공공연히 지지하는 방향이다. 지난5월 화국봉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중공은 이른바「4대 현대화」를 서둘고 있는 마당에 미·일이 합심해 소련의 위협을 막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중공은 이점에서 일본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미·일·중공 3국의 관계발전을 통해 우선 바라는 것은 경제적 이득이라는 것이다. 한편 소련의 극동군과 마주치는「군사약소국」의 입장 때문에 도리어 중공과의 군사협력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소련의 향배에도 달려있다. 그들의 팽창주의가 계속 강화된다면 미·일·중공은 군사적으로 계속협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소, 북괴충동질 할 수도>
그러나 이 경우도 다른 견해가 대두되고 있다. 연세대 이기탁교수는『오히려 소련이 동「아시아」에서 미·일·중공사이의 긴밀한 협력체제를 깨기 위해 북한을 충동질할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분쟁지역의 다발화는 미국과 중공의 관계를 혼돈 시킬지도 모른다는 계산이다.
다시 말하면 한반도 주변정세가 우선은 북괴의 모험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이 보인다는 사질 하나 만으론 전쟁개발이 방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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