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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간 장관 네 번 바뀐 신·동자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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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악수로 인수인계"
신임 남덕우 국무총리서리와 전임 박충동 총리서리는 3일 상오 10시25분쯤 총리 집무실에서 비서실장·행정조정실장 및 기획조정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이·취임인사를 나눴다.
총리실의 비서실장·기획조정실장 및 행정조정실장과 총무·의전·정보·공보비서관은 관례에 따라 이날 신임총리에게 일괄사표를 제출해 신임을 물었는데 비서실장과 의전비서관 등은 물러날 각오로 짐을 챙기기도 했다.
신임 남총리서리가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중앙청에 내려와 국무위원간 담회를 주재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 이날상오에는 별다른 방문객이 없었다.
이·취임인사를 나눈 자리에서 박 전총리는 『관례에 따라 사무인계·인수가 없고 비서실장끼리 인계·인수를 하니 악수하는 것으로 대신하자』고 말머리를 꺼내자 남총리서리는 『천천히 합시다. 앞으로 몸조심하십시오』라는 인사를 건넸다.
박 전총리서리는 기자실로 내려와 『취임할 때 들리고 이임할 때나 들어와 미안하다』면서『앞으로는 낚시나「골프」를 하며 쉬겠다』고 말했다.
철저한 보안유지
새 내각의 조각은 지난 1일까지 거의 확정돼 1일 하오와 2일 발표직전까지 김경원 대통령 비서실장에 의해 신임 장관들에게 모두 통고해 승낙을 받았다는 소식.
전두환 대통령이 철저한 보안유지를 지시해 김 실장은 승용차를 바꿔 가며 출입을 했고 통보를 받은 사람들에게는 철저한 함구령을 내렸다.
해외공관장으로 입각한 노신영 외무, 이범석 통일원장관에게는 2일 상오 11시가 넘어 김 실장이 국제전화로 통고했다.
퇴임하는 장관들은 임시국무회의에서 모두 사표를 쓴 뒤 김용휴 총무처장관으로부터 전화로 퇴임사실을 전달받았다.
나흘만의 귀국 주목
「9·2」개각의 하마평이 관가에 나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16일 최규하 전 대통령이 하야하면서부터. 한때 총리물망에 올랐던 인사로는 대학총장·전 대학총장·거물급 퇴역장성·호남출신의 정치인 J의원과 원로급인사 등 7, 8명에 이르렀다.
남덕우 총리로 초점이 모아진 것은 지난 5월「일 공부하러 「하와이」에 갔던 그가 8월 10일 일시 귀국했다가 8월 24일 다시 떠나더니 나흘만에 봇짐을 싸가지고 귀국한데서 비롯됐다.
남총리는 28일 귀국 후 일체 외부인사와의 접촉을 끊은 채 행방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한때 그의 거취를 두고 영달과는 거리가 먼 억측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보도진들이 확신을 가진 것은 개각발표 전날인 1일 남총리가 자택에서 측근인 국보위 K분과위원장과 3시간 여의 밀담 신을 나눈 사실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남총리가 기용된 배경에는 그가 우리 경제의 병리와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데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생활이 깨끗하고 청렴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해공 신노희 선생의 문하생으로서, 또 고 박정희 대통령 밑에서 오랫동안 각료를 역임하면서 체득한 정치감각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총리 이외에도 주미대사나 다시 부총리로 기용될 것이라는 등 여러 관측이 나돌았다.
경제는 균형에 촛점
전대통령이 김경원씨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하자 앞으로 외교(특히 대미·대일)는 청와대 중심으로, 경제는 철저히 내각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강력했는데 이에 따라 경제각료가 보강될 것이 예견돼왔다.
신병현 부총리가 상공장관 1개월 반만에 발탁된 것은 고도성장론자인 남총리 와는 달리 안정논자로서 각 내 균형을 이루어 고도성장정책에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인사란 풀이다.
부총리물망에는 한때 장덕진 경제과학심의회의 상임의원과 이승윤 재무도 거론됐다.
박 전 외무 대사고사
외무장관에 노신영 주「제네바」대사가 기용된 것은 4년 8개월이라는 최장수 외무장관을 기록한 박동진 장관이 물러날 경우 당연한 인사로 받아들여 지고있다.
박장관은 철군·박동선 사건·「10·26」후의 대미 관계조정 등에서 보인 역량 때문에 진작부터 총리 영전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전대통령과 같은 영남출신이라는 것이「핸디캡」이 된 것 같다.
후임을 두고 노신영·최광수·이범석씨가 거론됐는데 최광수씨는 공관장 경험이 없고 고시도 후배라는 점 때문인지 제일 무임소로 입각했고 이범석씨는 남북적십자회담의 수석대표 경력이 참작돼 통일원을 맡아 결국 외무부「트리오」가 모두 장관이 됐다.
박동진 전 장관에게는 주미 또는 주영 대사직이 권유되고있으나 박장관이 평소 『장관을 하고 또 대사로 나가는 것은 후배들을 위해서 못할 짓이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된다.
의외의 야당인사
이번 개각에서「의외」중의「의외」인물은 천명기 보사와 김기철 체신장관.
정부는 당초 전대통령이 상징하는「새 시대」의 총화를 위해 야당인사 영입방침을 세웠으나 인선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후문.
천보사는 지난 71년 선거 때 대통령후보였던 김대중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는 점이 참작된 것으로 보이며 김체신은「가톨릭」의 서너 개 실력행사「그룹」의 하나인 평신도회장으로서 원주사태·오원춘 사건 처리과정에서 역량을 보였다는 얘기가 있다.
군 출신은 2명뿐
김종환 내무·유양수 동자·김재명 교통·윤흥정 체신장관이 물러남으로써 각내 군 출신은 6명에서 2명(주영환 국방·김용휴 총무처)으로 줄었다.
김내무·유동자·김교통은 전대통령과 군대 연조에 워낙 차이가 나 퇴진한 것으로 보이며 새 내각에 민간「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육사출신 원로예비역 장성들이 전대통령의 새 시대 주도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는 후문도 나돌았다.
김종환 내무의 경우 사북사태·광주사태 등에 도의적 책임을 자청했다는 소문이 있고 후임에 서정화씨가 기용된 것은 최장수 내무차관(4년) 경력에다 국민투표·대통령선거·국회 의원선거 등 잇딴 선거를 거뜬히 치른 역량이 인정됐기 때문이라는 얘기.
평균연령 51세로
새 내각의 평균 연령은 51세로 지난「5·21」개각당시의 55세, 작년「12·14」개각의 55.4세에 비해 크게 젊어졌다.
최연소장관은 42세의 서석준 상공이고 최고령은 63세의 김기철 체신.
서상공장관은 고건 교통장관과 서울대문리대 정치과 동기동창에다 나이도 같은 38년 생이지만 생일에 있어 고장관이 8개월 빨라 최연소를 차지.
관계는 서장관이 59년 고시행정과, 고장관은 61년 행정과에 합격하여 서장관이 2년 빠르고 서장관은 경제관료로, 고장관은 내무행정을 맡아 왔으며 두 사람 다같이 한때 청와대 경제와 정무수석비서관을 나란히 역임했다.
「10·26」사태이후 부총리와 체신부장관은 개각 때마다 바뀌어 불과 10개월 동안 신현확-이한빈-김원기-신병현 부총리로 4명이 「바통」을 이어 받았고, 체신부도 이재설-배상욱-윤흥정-김기철 장관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보사부는 진의종 장관에 이어 같은 신민당 출신의 천명기 장관이「바통」을 받았다.
작년「10·26」사태 때 장관은 한사람 남지 않고 모두 물러났고 새 내각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 때 각료를 지낸 사람은 남총리 뿐이다.
신병현 부총리는 지난 7월 5일 상공장관에 임명돼 재임 60일만에 부총리로 승진했고 박봉환 동자는 재무차관 재임 석 달(97일)만에 승진 기용되는 행운을 누렸다.
이정오 과기처장관은 지난달 22일 KIST소장 겸 과학원장직을 맡아 업무보고를 받다가 불과 12일만에 과기처장관으로 발탁돼「행운1호」 격이 됐다.
유임장관들 환담
2일 새 내각이 발표된 뒤 유임된 7부장관중 정종택 농수산·김용휴 총무처 장관이 빠지고 이승윤 재무·오택근 법무·주영복 국방·이규호 문교·이광표 문공장관 등 5명이 하오 4시께 정부종합청사 10층 이문교 장관실에 모여 유임을 자축(?).
이들은 신임 남덕우 총리에게 인사를 한 뒤 차나 한잔 나누자는 이장관의 요청으로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인데 물러나는 장관들에게 간단한 감사패를 만들어 주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때는 물러나는 장관들에게 승용차를 선물로 준 일이 있으나 2, 3년 전부터 개각 폭이 커서 이를 중단하고 간단한 기념품으로 대신해왔다.
경기회복 책 주목
경제부처 관리들은 새 경제 「팀」의 「팀·컬러」를 제나름으로 점치기에 열중. 새 구성 「멤버」의 성향이 비슷해 보이나 질은 매우 다양하고 제각기 이론이든 실무든 일가견을 갖고있어 소신끼리 부딪치면 정책조정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또 다른 관측으로는 신임부총리가 부드럽고 조화를 중시하나 의외로 소신파의 일면도 있어 중요한 대목에서는 결단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유력. 관리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가 역시 심각한 수렁에 빠진 경제 침체를 극복하는 일이라며 조만간 경기회복을 위한 총합시책이 나올 것으로 관측.
그러나 부총리가 누구보다도 안정논자로 알려져 온만큼 경기대책이 나오더라도 어차피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신부총리는 얼마 전『자리에 따라 소신이 달라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술회한바 있다.
연쇄승진도 기대
이승윤 장관이 유임되고 박봉환 차관이 장관(동자부)으로 영전하게된 재무부는 부처가운데 가장 경사를 맞은 분위기.
한때 부총리물망에 올랐던 이장관이 유임되자 부내에서는 『재정금융전문가인 이장관이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랐다』며『오히려 잘됐다』는 표정들이고 박차관이 장관으로 승진한 이면에는 이장관의 강력한 추천도 있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흐뭇해하고 있다.
공석이 된 차관자리를 내부에서 기용할 가능성이 많아 「연쇄승진」의 기대감마저 차있다.
손위사람 너무 많아
전임 신병현 장관이 59세, 신임 서석준 장관이 42세여서 상공부관리들은「젊은 장관」을 새로 모시는 문제에 신경을 쓰고있다.
상공부 간부들은 『전임 신장관은 아버지 같은 기분이 들어 업무보고 할 때나 사적으로 대할 때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국장이상과 고참서기관(과장급)들 중에는 신임장관과 동년배이거나 손위사람들이 많아 앞으로 상·하 분위기가 어떻게 조화될지 궁금해 하고있다.
건설부엔 승진「붐」
건설부는 사람은 옛사람이되 직급과 분위기는 새것이 된 느낌.
김주남 전 차관이 건설부를 떠난 뒤 8개월만에 장관으로 금의환향했고 전 기획관리실장 이규효씨가 차관으로 승진했으며, 국장급 이상 승진자만도 8명에 이르는 등 승진「붐」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직원들은 원만한 예산통인 김장관과 과감한 법률통인 이차관의 조화에 큰 기대를 걸고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건설행정을 너무 잘 아는 「윗 분들」이 많아 고된 시집살이를 걱정하기도.
중동 행 앞두고 퇴임
9개월 사이에 4명의 장관이 바뀐 동자부는 대체로 유양수 장관의 유임을 점치다가 경질소식을 듣고 다소 「뜻밖」이라는 표정들. 유장관은 중동사정에 밝고 취임 3개월밖에 안돼 유임설이 유력했다.
유장관은 원유교섭을 위해 4일 중동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유장관은 간부들과 이임인사를 하면서 『새 장관이 아주 유능한 신진기예』라고 말하고 『새 시대의 발전과점에 공무원이 솔선 수범하기 바란다』고 담담하게 퇴임소감을 밝혔다.
금융가에선 안도
잇단 변혁 속에 조용히 숨을 죽이고있던 금융가는 경제각료중심의 새 내각구성이 발표되자 적이 안도한 표정들.
무엇보다 관심의 초점은 순수 금융인 출신인 신병현 전 한은 총재가 경제사령탑에 앉은데 대한 기대.
특히 한은 관계자들은 중앙은행의 기능회복을 포함한 금융자율화 작업이 신부총리가 한은 총재 재직 시에 심혈을 기울였던 점이라 훨씬 수월하게 추진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관측들.
경제단체서도 환영
경제단체들은 새 경제「팀」이 모두 구면이라는데 우선 안도감을 느끼고있다.
「엉뚱한 외부인사」의 기용을 걱정해온 경제계로서는 구면인사들인데다 상당수가「과거 성장론자」였다는데서 은근한 기대까지.
경제단체임원들은 3일 상오 각 단체별로 임원회를 열고 새「팀」의 색채로 보아 경기회복 쪽으로 기울지 않겠느냐 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또 최근 파다하게 나돌고있는 경제 단체장 교체설도 이제 조금 가라앉지 않겠느냐는 희망도 갖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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