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말9초 아파트 분양 큰장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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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휴가철이지만 요즘 주택건설업체들은 분주하다. 장마와 휴가가 끝나는 이달 말부터 하반기 분양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은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등으로 모처럼 주택시장이 꿈틀거리고 있어 마음이 더 바쁘다. 분위기가 좋을 때 얼른 분양에 나서려는 것이다.

주택건설업계와 부동산리서치업체인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중순부터 다음달까지 전국에서 78개 단지 6만57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상반기 전체 분양 물량(202개 단지 12만5400가구)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이다. 사실 8~9월 분양시장은 그동안 ‘큰 장’은 아니었다. 올해는 특히 추석이 9월이어서 더욱 그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 대형 주택건설업체 임원은 “2·26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분양을 미뤘던 단지들도 가급적 빨리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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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월 분양시장은 상반기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지방이 주도할 전망이다. 지방에선 전체 분양 예정 물량의 절반이 넘는 44개 단지 3만6500 여가구가 나온다. 상반기 분양한 아파트마다 수십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대구·부산 등지에 물량이 몰려 있다. 서울(6700여 가구)에선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분양에 나서고, 수도권(1만6000여 가구)에선 위례·동탄2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추가 분양 물량이 나온다.

강남 재건축, 위례신도시, 대구 등 인기 지역에 분양이 몰린 것도 눈길을 끌지만 대형업체의 인기 브랜드 아파트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삼성물산은 서울 신길뉴타운에서 래미안을, 대림산업은 구미시와 서산시에서 e편한세상 아파트를 각각 분양한다. 포스코건설은 창원시와 거제시에서 잇따라 더샵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고, 롯데건설은 창원에서 오랜만에 롯데캐슬을 내놓는다. 분양대행회사인 위드알앤씨 오창민 이사는 “지방에선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단지가 많지 않아 브랜드만으로 관심을 끌기도 한다”고 말했다.

 8~9월 분양시장은 분양 물량만큼이나 많은 청약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데다 규제 완화로 청약 문턱이 낮아진 때문이다. 위례신도시에서 분양 예정인 호반건설·GS건설 단지는 주변 시세보다 3.3㎡당 300만원 가량 저렴한 3.3㎡당 평균 1700만원대가 예상된다. 또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할 수 있고, 유주택자도 1순위로 청약할 수 있게 됐다. 서울·수도권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1년에서 6개월로 줄었다. 지방 민간택지는 계약 직후 팔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지역 상황과 입지 여건, 자금 여력 등을 고려해 청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 일부 지역은 최근 몇 년 새 새 아파트가 대거 공급돼 공급과잉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과거처럼 집값이 급등하기는 어려운 만큼 시세 차익보다는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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