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클리닉] 맞벌이 그만 두자 돌변한 남편-전문가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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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어쩌면 16년 동안의 결혼 생활에 있어서 이정희씨 부부는 '동업자'관계에 가까웠을지 모릅니다. 두 분 모두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요.

그동안 남편은 자신보다 수입이 많은 아내에게 열등감도 느끼고 자존심도 상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자신이 사업의 주인이 돼 돈을 잘 벌게 됐습니다. 남편은 이제 동업자가 아닌 아내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남자란 참 단순해 순한 양같기도 하고 반대로 폭군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하면 때로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남자의 자존심은 고압선이라고 합니다.

이혼서류를 들고 위협하고 잠자리를 거부하고 술에 찌들어 집 밖을 맴도는 행위들을 일종의 시위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이해하면 남편을 받아들이기가 쉬울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돈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남편의 행위들은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이 한꺼번에 표출된 것일 수 있다고 저는 분석합니다. 그동안 상실감은 없었는지, 자격지심은 없었는지,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지내지는 않았는지, 남편을 살펴보십시오.

"나름대로 아픔이 있었겠구나." 이런 마음가짐으로 다가서면 남편이란 존재가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내가 잘못해 이런 사태가 왔다고 제가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지금 남편에게 필요한 것은 사업자금도 꾸지람도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면 달라진다고 저는 봅니다. 남편은 가해자고 나는 피해자라는 등식을 버리면 어떨까요.

남편도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남편을 싸우는 상대가 아니라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게 남편의 마음을 사로잡는 길입니다. 남편의 마음은 절대 떠나 있지 않습니다.

송길원 하이 패밀리(가정상담연구소)대표,숭실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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