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한국을 보는 일본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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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을 보는 일본공부의 시각이 최근 크게 교정되고 있다. 일본정부도 비로소 일본 및 동북아 안정을 위해 한국의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가하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소련통 인사의 수상취임및 북한방문 경험자의 외상기용등으로 「스즈끼」(영목)내각의 대한정책에 다소의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실제「이또·마사요시」(이동공의)외상은 취임직후부터 한일정기 각료회담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였고 김대중의 공판을 맞아서는 한일관계가 크게 불편해질 수도 있다는 말을 대담하게 하기도 했다. 「이또」외상의 이같은 강경발언은 외무성 간부들을 놀라게 했고 끝내 외무성안의 반발이 거세지자 외상의 발언도 여기서 일단 막을 내렸다.
일본외무성 당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외상의 경솔한 강경발언으로 한일우호관계가 저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즉 외상의 발언을 『한국이 내정간섭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큰일』이라는 것이 외무성관리들의 걱정이었다.
이같은 외무성당국의 우려가 먹혀 들어가 14일의 김대중기소장에 대한 일본외무성 논평은 『한일간의「정치해결」에는 저축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처음으로 한국의 현실을 이해하는 논평을 했다. 그리고 최대통령의 사임을 맞아서도 수상·관방·외무성 모두『한국의 국내문제이며 새지도자 문제는 한국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라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정부가 이처럼 한국을 바로보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도 어려운 관계가 있었던 중요한 이웃나라』(이동외상)에 대한 배려▲『한국이 약체화되면 일본의 국익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대내전외상)는 두가지점을 분명히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일본외무성은 신냉전시대를 맞아 팔방미인식 외교인 전방위외교를 포기하고 자유진영결속 외교로 전환하고 있다. 따라서 외무성 안에는『한국은 바로 일본의 방파제』라는 인식이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고 그래서 김대중문제에 대해서도 지금은 『엄밀히 말해 일본이 이러쿵저러쿵 말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외무성수뇌)는 견해로 바뀌고 있다.
일본정부가 이처럼 한국을 현상론에 입각하여 이해하게된 것은 한일우호증진을 위해서도 크게 다행한 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 일본정계 일부가 최근 북괴의 미소외교에 놀아나 무더기로 평양을 방문키로 했으며 재계마저도 일·북괴경제증진을 공공연히 부르짖고있는 현실은 경계해야할 일로 지적되고있다.【동경=김두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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