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하 대통령 성명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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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작년10월26일 국가원수의 돌연한 서거로 나는 헌법의 경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권한대행의 중책을 맡게 되었으며, 이어 국가의 보위와 정치적·사회적 안정을 염원하는 대다수 국민의 여망과 협의의 바탕 위에서 제10대 대통령에 선출되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의 대임을 수행하여 왔습니다.「10·26사태」후의 황망한 중에서도 국민 여러분께서 애국심과 단합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생존권 수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주신데 대해 나는 항시 깊은 감사의 염을 간직하여 왔습니다. 이와 아울러 나는 국군 통수권 자로서 국가적 난국에 대처하여 철통같은 방위태세로 북한공산집단의 무력도발을 억제하여온 우리 국군장병 여러분의 노고를 디시 한번 높이 치하하는 바입니다.
나는 작년11월10일자 「국가 비상시국에 관한 특별담화」. 12월21일의 대통령 취임사, 그리고 지난6월12일자 「국가 기강 확립에 관한 담화」등 일련의 성명을 통하여 시국에 대처하는 나의 소신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즉 우리가 비상시국에 처하여 국가의 보위와 국민의 생존권 수호를 제1의 과제로 삼아 공공의 안녕 질서의 사회 안정을 유지하여 국민생활의 안정과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기하고, 이 바탕 위에서 헌법의 개정과 선거를 포함, 시대적 요청에 따른 정치발전을 착실하게 추진함으로써 평화적인 정권이양의 전통을 확립할 결의임을 밝혔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특히 작년 11월 이후 북한 공산집단의 심상치 않은 일련의 움직임에 비추어 국방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여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을 억제하는 한편, 헌정 중단의 사태를 방지하고 국가의 계속성을 유지하면서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등 국가의 위기를 관리, 극복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여 온 것은 국민여러분께서 잘 아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 같은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국민 모두의 자제와 화합을 통한 대동단결이 요청되기 때문에, 나는 국민여러분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되풀이 강조하고, 호소하는 한편, 국민적 단합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의 해체 등을 비롯한 일련의 조치를 취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치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적 상황과 시국의 중대성을 외면한 일부의 정치과열작태, 폭력화한 노사분규와 학생들의 불법적인 교외 집단시위 등이 일어나고, 또 이를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언동 등으로 서울을 위시한 주요도시에서 집단시위와 소요가 유발 된데 이어, 마침내 광주사태라는 가슴아픈 국가적 불상사마저 야기되었던 것입니다.
이 사태는 우리 계엄군의 적절한 치안회복노력과 대다수 광주시민 여러분의 슬기와 협조, 그리고 성숙된 문화국민으로서의 국민 여러분의 냉철한 이성으로 법과 질서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태의 뒷수습과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군·관·민의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져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다행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국법질서의 교란과 사회안정의 파괴가 국가의 안보와 직결될 뿐 아니라 질서와 안정 없이는 국민생활의 안정이나 경제성장, 또는 정치발전도 이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다시 한번 뼈아프게 깨달았던 것입니다.
나는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그 같은 사태로 국민 여러분에게 많은 우려를 끼치게된데 대한 정치도의상의 책임 통감하면서도. 우선 국가를 보위해야 하겠다는 일념으로「5·17조치」를 취하고, 이어서 발족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내각 및 계엄군당국과의 긴밀한 협조로 그 기능을 효율적으로 발휘하여, 정치적·사회적 풍토의 정화와 서정의 개혁과 쇄신 등 국가기강의 확립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각기관과 계엄군당국도 소관분야에 관한 임무와 제반 시책을 착실하게 집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세계경제의 침체, 특히 원유가의 상승으로 불황을 면치 못했던 우리경제는 설상가상으로 사회혼란의 영향을 받아 큰 타격을 입게 되었던 것은 국민여러분께서 잘 아실 줄 믿습니다.
그간 나의 중간산유국방문을 비롯한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으로 우리 경제가 필요로 하는 원유의 물량확보가 가능하게 되고, 또 국내치안과 사회질서의 회복에 따라 경제활동이 점차 호전되기 시작함으로, 물가가 비교적 안정되고, 수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실업률도 차차 저하되고 있습니다.
헌법개정작업에 있어서는, 정부의 헌법 개정심의위원의「요강 작성소 위원회」에서 진지한 토론을 통하여 개헌안의 골격이 잘 잡혀가고 있는 단계이며, 따라서 개헌작업과 그에 따른 정치발전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제 우리가「10·26사태」후의 국가적 위기를 일단 극복하고 질서와 안경을 되찾아 국기가 다시 다져지기 시작한 이 시점이야말로 나 자신을 포함하여 국민 각자가 차분히 지난날을 반성하고 국가발전을 위한 재 도약을 설계해야할 일대전환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전히 어려운 내외정세 아래 우리의 앞길에는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계속 국가의 안전을 수호하면서 사회적·경제적 안정과 성장을 기하는 한편 이에 상응하는 정치발전을 추구해 나가자면 다시는 국민적 단결의 귀열과 국법질서의 혼란 등의 현상이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나는 이 같은 인식 하에서 우리나라에 있어서의 책임정치의 구현으로 불신풍조를 없애고 불행했던 우리헌정사에 평화적인 정권이양의 선례를 남기며 또 한국민 모두가 심기일전하여 화합과 단결을 다짐으로써 시대적 요청에 따른 안정과 도의와 번영의 밝고 새로운 사회를 마련하는 역사적 전기를 마련하기 위하여 애국충정과 대국적인 견지에서 나 자신의 거취에 관한 중대한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즉 나는 오늘 대통령의 직에서 물려나 헌법의 규정에 의거한 대통령 권한대행권자에게 정부를 이양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민주국가의 평화적인 정권이양에 있어서는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국익우선의 국가적인 견지에서 임기 전에라도 스스로의 판단과 결심으로 합헌 적인 절차에 따라 정부를 승계권자에게 이양하는 것도 확실히 정치발전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 국민이 땀흘려 이룩한 국가발전의 성과와 되찾은 사회안정의 토대 위에서 비록 내가 대통령직을 사임하더라도 국가적 안정이 흔들리거나 국정의 운영에 차질을 초래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우방인 미국과의 상호방위체제가 굳건히 유지될 것임은 물론 일본을 포함한 그 밖의 우방과의 우호협력관계도 아무런 변동 없이 계속 발전되어 나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국민여러분께서는 나의 충성과 결심을 충분히 이해하여 주실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 나는 비록 야에 있더라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충성심에는 추호의 변함도 없을 것임을 다짐하는 바입니다.
이제 우리 국민모두가 합심 협력하여 질서와 안정을 유지하면서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의거하여 선출될 대통령을 중심으로 굳게 뭉쳐 당면한 제반시책을 추진해 나갈 때, 지속적인 국가의 발전은 물론 민주국가로서의 우리나라의 장래는 매우 밝고 희망찬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한 나는 1980연대를 내다보면서 깨끗하고 명랑한 정치적 여건의 조성을 위한 이 중요한 전환기에, 특히 정치인들과 사회지도층인사들이 지난날의 적폐를 일소하여 참신하고 건전한 정치적·사회적 풍토를 이룩하는데 솔선하여 협력하실 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오늘 대통령직을 떠나면서 나는 다시 한번 국민여러분에게 대립과 분열이 아닌 이해와 화합으로 대동단결하고 불퇴전의 의지와 용기로 부강한 민주국가를 건설하여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에 입각한 평화통일의 기반을 착실히 구축해나가도록 간곡히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번영되고 자랑스러운 한국을 물려줄 수 있도록 국민각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야 하겠습니다.
끝으로 그간 나에게 보내주신 국민여러분의 깊은 이해와 아낌없는 협조에 심심한 사의를 표하며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의 앞날에 평화와 안정, 그리고 영광과 융성이 함께 있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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