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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투작전에 대한 두가지 視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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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2국
[제3보 (38~54)]
白·趙漢乘 6단 | 黑·柳才馨 6단

조한승6단의 바둑은 모양을 중시한다. 전투에도 능하지만 이세돌6단처럼 속전속결 형이 아니며 한박자 여유를 갖고 서서히 싸워가는 형이다.

38과 같은 수는 4, 5급 수준의 팬들에겐 굴욕적으로 비쳐질 것이다.내집에 푹 들어온 상대를 혼내주기는 커녕 이렇게 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흑의 움직임을 놓고 프로들은 '백집(모양)을 깨뜨렸다'는 쪽보다는 '곤마를 띄워 부담이 생겼다'는 쪽에 더 비중을 두기도 한다. 바둑 실력은 바로 이런 시각의 변화, 즉 어느날 아침 문득 찾아오는 깨달음을 통해 증진된다.

41까지는 흑의 대성공 아닐까.엄청나던 상변 백진이 다 깨졌다.

"흑이 미생이다. 이런 곤마는 계속 부담이 된다. 흑의 침투작전은 성패를 논하기 이르다."(김수장9단)

유재형6단은 매우 침착한 사람이다. 그러나 오늘은 매우 빠른 스피드를 보여준다. 41까지 상변을 깨뜨리더니 과감하게 손을 빼 43으로 하변의 큰 곳을 점령한다.

이 43을 놓고 임선근9단이 "심하다"고 지적한다. '참고도1'처럼 지켜두면 보통이라는 것. 백이 '참고도2'처럼 즉각 맹공격을 가했으면 흑이 난처하다는 것이다.

이 단도직입적인 공격에 대부분 공감을 표시했지만 趙6단은 44로 서서히 조여간다.귀의 맛과 중앙공격을 노리며 기회를 보는 것이다.

47은 중앙도 구원하면서 귀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는 수. 이때 48이 묘하다. 젖히면 끊어버리겠다는 의지다. 부득이 49 뻗자 50으로 한번 더 밀어 등을 두텁게 해두더니 趙6단은 노리던 52의 급소를 쳤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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