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3C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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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무리 넉넉한 집안이라도 빚져야할 때가 있다. 가난한 집안은 물론 빚 없이는 가계가 유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돈에 쪼들린다고 아무나 빚을 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세 가지 조건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첫째가 CHARACTER(성격). 둘째가 CAPACITY(능력), 셋째가 CAPITAL (재력).
이 셋을 합쳐서 빚의 삼C조건이라고 한다.
돈올 꾸면 언젠가는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도 꼬박꼬박 갚아 나가야한다.
그러자면 돈을 갚아 나가는 계산이 분명하며 또 이를 어김없이 실행해 나갈 수 있을 만한 성실한 성격의 소유자여야 한다.
이게 바로 「캐릭터」(성격)다.
「거패시티」(능력)란 돈을 꾸는 당사자는 물론 그 집안이 모두 심신이 다 같이 건강하며 풍파가 없어 파탄에 빠질 염려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자면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종합적 능력을 따지는 것이다.
세 번째의 「캐피털」(슈카)이란 그 집안의 주부가 살림을 지혜롭게 또 알뜰하게 잘 꾸려나가고 있으며 그때그때 갚아 나가야할 돈 이외에도 비상금으로 조금씩으로나마 저축을 하든 뭣을 하든 누적해 나가고 있는 자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이런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다면 얼마든지 빚을 져도 짐이 되지 않는다. 또 빚의 규모에도 자연히 한계가 생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빚이라면 빚을 만의 일이라도 못 갚게 되면 담보가 되는 집이 있다.
그러나 뒤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사치며·옷치레를 위한 빚은 당연히 삼가게 된다.
돈을 귀추는 쪽에서도 3C조건을 갖추고만 있다면 아무리 큰돈을 융통해 준다해도 안심이 된다.
더욱이 무이자로 돈을 꿔 주는 것도 아니다. 여유 있는 돈이 새끼치는 것이니까 오히려 환영을 한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서 돈을 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3C조건만 갖추고 있으면 된다.
빚을 어김없이 갚아 나갈 수 있는 견실한 성격이 있고 나라가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건전하면 된다.
여기에 또 빈틈없고 규모 있는 나라살림으로 국고만이 늘어날 전망이 뚜렷하다면 아무리 큰 빚이라 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산업은행이 올 가을에 일본에서 백억「엔」규모의 상권을 발행할 계획이라 한다.
그만한 소화의 자신이 있으니까 하는 일이다. 또 그만큼 국제적인 공신력도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그 조건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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