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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미민주당 전당대회 앞두고 집안 사정을 알아본다(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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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대적 온건정책」펴 리건 견제
케네디의 도전-「빌리게이트」확산-후보교체 움직임등
결전앞두고 적전분열 표면화
카터,시련극복하면 당내위치 강화될 듯
4년전「카터」가 무명인사로 대통령 경선에 나섰을 때 그는 미국의 양심을 되찾자는 도덕정치를 들고나와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는 인권정책, 군비제한, 공개적이고도 정직한 외교정책을 펴서 미국에 대한 신뢰와 세계에 대한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카터」는 지난 4년 간 집권하면서 그의 이상이 현실에 비추어 단순한 희망으로 끝나버리는 비애를 맛보았다. 그가 내걸었던 선거공약은 이제 쑥 들어가 버렸거나 수정된 것이 대부분이다. 주한미군철수를 공약했다가 철수시기를 연기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 등은 하나의 예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카터」가 내세우는 정책은 자유주의적 경향을 보였던 4년 전의 공약과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그의 보좌관들 도 말할 정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카터」진영은 재선전략마련에 부산을 떨고 있다.
요즈음 백악관참모들은 20여명정도만 「빌리게이트」란 불을 끄는데 동원되고 나머지는 모두가 11월 선거에 대비한 「리건」공화당후보 격파작전에 투입되고 있다.
동생의 「스캔들」때문에 「카터」가 홍역을 치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카터」의 후보지명자체가 흔들릴 것으로는 보지 않기때문이다.
사실 지난 4년 간 「카터」행정부의 국내의 정책자체가 국민들의 특별한 거부반응을 받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뜻하지 않게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사태가 발생했고 세계적인 경기침체 분위기에 휘말려 미국경제의 사정도 함께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카터」 참모들의 변명이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선거만을 의식한 나머지 무리한 정책을 제시한다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므로 4년이라는 시간을 더 주면 그동안 추진해 오던 정책을 일관성있게 처리할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측의 논리다.
국제적으로는「아프가니스탄」사태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소련과의「데탕트」와 전략무기제한협정(SALT)비준을 추진하고 중동평화를 위해 「캠프데이비드」협정의 실현에 노력하며 한국을 포함한「아시아」각국의 안보를 다짐하면서 동시에 중공과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민주당의 정강은 변치 않고 있다.
균형예산과 석유수입 감소를 내세운 경제정책이나 태양「에너지」를 비롯한 대체 「에너지」개발로 석유위기를 극복하자는 「에너지」정책도 민주당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공화당이 미국의 군비증강과 대소 강경노선을 주장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민주당의 정강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인상을 주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카터」진영의 계산으로는 공화당의 강경정책이 지금 당장은 실의에 빠져있는 미국인들의 인기를 ,얻을지는 모르나 막상 집권하고 보면 반드시 그렇게 만은 할 수가 없는 현실을 알게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민주당의 정책을 그동안 몇 가지 시행착오를 겪어 예상외의 부작용을 낳기는 했으나 공화당의「리건」이 제시한 청사진은 아직까지 전국적인 의미에서「테스트」를 받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공화당정책의 헛점을 파고들겠다는 뜻이다.
공화당의 「리건」후보가 유세 때 미국-대만 국교회복을 주장해「카터」행정부와 중공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받고서는 이 주장에서 훨씬 후퇴한 중공정책을 강령으로 채택하고 곧 「러닝메이트」인「조지·부시」를 중공에 보내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나서자 「카터」행정부 관리들은 민주당의 정책이 현실적으로 더 훌륭한 것임을 반영하는 좋은 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책면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별로 꿇릴게 없다고 여기고 있지만 문제는 결전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의 적전분열상태다.
민주당은 「카터」와「캐네디」의 싸움이 아직도 계속되고 「빌리게이트」사건마저 터져 「공개전당대회」운동과 「카터」도「케네디」도 아닌 재3자 추대운동까지 번져 사태는 아주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고 있다.
「캐네디」는 무소속의 「앤더슨」후보와 제휴 가능성까지 타진하는 등「카터」타도에 최후의 모든 방법까지 동원하고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당안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워싱턴·포스트」지가 지난주 대의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공개전당대회를 찬성하는 사람은 41%,반대자가 54%로 나타났다.
과반수가 「카터」편을 들고있다는 사실은 「카터」진영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결과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볼 때 「카터」「먼데일」「티키트」가「뉴욕」전당대회에서 정식지명을 받는다는 기준「스케줄」에 차질을 줄 정도로「반란」운동이 확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당대회를 무사히 치러야하는 부담감뿐만 아니라 「케네디」세력과 불만에 가득 찬 당내 일부「그룹」을 어떻게 포용하는가하는 문제 때문에 「카터」의 시련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4분5열 된 민주당의 모습이 앞으로 남은 며칠 간 어떤 조정과 막후협상을 거쳐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는 두고볼 일이지만 만일 「카터」가 이러한 시련을 모두 극복하는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카터」의 당내 위치는 오히려 강화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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