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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충전에 최대 220km 달려 … 충전소 부족은 숙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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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호 21면

1 지난 3월 공개된 기아자동차의 쏘울 전기차 모델. 81.4kW의 모터와 27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으로 148㎞까지 달릴 수 있다. 2 BMW가 국내에 출시한 전기차 I3. 3 르노삼성의 전기차 SM3 Z.E. [사진 각 사]

최초의 양산 전기차는 2009년 선보인 미쓰비시 아이미브. 이듬해 쉐보레 볼트와 닛산 리프가 나왔다. 현재 국내에서도 BMW i3과 기아 레이 EV, 쉐보레 스파크 EV, 르노삼성 SM3 Z.E. 같은 100% 전기차가 판매 중이다. 아직은 비싸다.

2014년은 전기차 양산·판매의 원년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만 해도 아직은 낯선 존재.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양산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새로운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다. 친환경차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배기량과 기통수를 줄인 소위 ‘다운사이징(Down Sizing)’ 엔진을 얹은 차가 한 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게 하이브리드카다. 최근까지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손꼽혔다.

하지만 궁극의 친환경차는 역시 전기차다. 휘발유나 경유, LPG 등 화석연료와 인연이 없다. 태우는 게 없으니 이산화탄소·미세먼지·소음도 배출되지 않는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개념 및 구조가 확연히 다르다.

물론 전기차도 이산화탄소 배출과 무관하진 않다. 먹잇감으로 쓰이는 전기를 만들 때도 그렇다. 그러나 최소한 주행할 땐 전혀 뿜지 않는다. 때문에 짬짬이 엔진을 돌리며 달리는 하이브리드카보다 한층 친환경적이다. 자동차 업계는 2014년이 전기차 양산 및 일반 판매의 실질적인 원년이라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시장보다 빠르게 성장
전기차 양산은 하이브리드카보다 10년 이상 뒤쳐졌다.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카는 1997년 12월 데뷔했다. 토요타 프리우스였다. 1999년 혼다도 발 빠르게 인사이트를 내놓았다. 한동안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둘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특히 토요타가 겹겹이 쳐놓은 특허장벽 때문에 후발주자가 비집고 들어설 틈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배터리 관련 기술이 빠르게 진화했다. 각국의 배기가스 관련 규제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경량화 기술도 무르익었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놓친 자동차 업계는 시선을 전기차로 돌렸다. 선두주자의 견제가 역설적으로 전기차 개발을 부추긴 셈이다.

세계 최초의 양산 전기차 역시 일본에서 나왔다. 미쓰비시 아이미브(i-MIEV)였다. 2009년 출시 됐다. 아이(i)란 이름의 경차를 밑바탕 삼았다. 63마력짜리 전기모터를 뒷좌석 밑에 깔고 뒷바퀴를 굴렸다. 최고속도는 시속 130㎞, 한 번 충전으로 160㎞를 달렸다. 이듬해 GM의 쉐보레 볼트, 닛산 리프도 양산 전기차 대열에 합류했다.

가장 화제를 모았던 차는 볼트다. 길이 1.8m, 무게 170㎏의 T자형 고성능 배터리를 얹는데, LG화학이 납품한 리튬이온 셀이 들어간다. 볼트는 배터리 전원만으로 최대 64㎞를 달린다. 그런데 볼트엔 엔진이 있다. 물론 배터리를 배 불리는 데만 쓴다. 덕분에 주행거리가 640㎞까지 늘었다. 엔진은 85%의 에탄올과 15%의 휘발유를 섞은 ‘E85’를 마신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는 닛산 리프다. 2010년 말 데뷔해 지난해까지 9만6847대가 팔렸다.

성능과 주행거리의 균형이 핵심
리프는 110마력 내는 전기 모터를 보닛 속에 품고 앞바퀴를 굴린다. 에너지는 24㎾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 팩에서 얻는다. 배터리는 총 192개의 셀을 품었다. 셀 4개씩 구성된 모듈을 48개 엮은 구조다. 배터리는 냉각수로 식힌다. 제어장치를 더한 배터리 팩의 무게는 300㎏ 정도. 닛산이 산정한 배터리 팩의 가격은 약 1만8000달러(2010년 기준)다.

미국에서 리프 배터리의 보증기간은 8년 혹은 10만 마일이다. 닛산 측은 “일반적인 사용 조건이라면 10년이 지나도 70~80%의 성능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닛산이 밝힌 리프의 주행거리는 160㎞. 에어컨을 켜지 않고 시속 60㎞ 정도로 정속 주행하는 등 이상적인 상황에선 220㎞ 이상도 가능하다.

전기차의 핵심은 성능과 주행거리의 균형이다. 주행거리는 이제 출퇴근이 가능한 수준이다. 성능도 개선됐다. 닛산 리프의 경우 0→시속 97㎞ 가속을 9.9초에 끊고, 시속 150㎞ 이상 달린다. 유로 NCAP(신차 평가 프로그램)에서 별 다섯 개 만점을 받는 등 안전성도 최고 수준이다.

BMW가 4월 국내에 출시한 i3은 운전 재미까지 추구했다. 가령 앞뒤 5대5의 무게배분, 뒷바퀴 굴림 등 BMW 고유의 특성을 빠짐없이 챙겼다. 차체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170마력짜리 전기 모터로 완전 충전한 상태에서 132㎞까지 달릴 수 있다. 배터리 충전시간은 급속 30분, 완속 3시간이다. 전기차는 순발력이 뛰어나다. 엔진은 회전수가 올라가야 힘이 무르익는다. 반면 전기모터는 전원이 들어오는 순간 100%의 힘을 낸다. 덕분에 정차와 가속이 잦은 시내에서 몰기 좋다. 대신 전기차는 히터와 열선 같은 난방장치를 쓰는 겨울과 고속으로 달릴 때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유지비 일반 차보다 최대 50% 저렴 
리프의 유지비는 1마일당 35센트다. 토요타 프리우스보다는 20%, 일반 엔진을 얹은 코롤라보다는 50% 더 저렴한 비용이다. 르노삼성 역시 SM3 Z.E.로 1년에 2만㎞를 달리고 심야전기로 충전할 경우 월 전기료가 2만 원 안팎이라고 자랑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쉐보레 스파크 EV가 3990만 원, SM3 Z.E.가 4500만~4620만 원, 기아 쏘울 EV가 4250만 원, BMW i3은 5800만~6900만 원이다. 물론 환경부 보조금 1500만 원과 등록세·취득세 감면(약 420만 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정작 충전소가 여전히 부족하다. 기아차에 따르면 현재 전국엔 1900여 개의 급·완속 충전기가 있다. 주유소의 10%를 갓 넘는 수준이다.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 ceo@roadt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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