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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바람과 싸우는 요트 … 한 없이 거칠어 더 매력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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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호 23면

국내에서는 부산과 통영 앞바다가 요트타기에 좋다. 독도를 돌아 나오는 경기로는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가 있다. [중앙포토]

지난 주말 경북 울진 앞바다는 온통 하얀 돛으로 뒤덮였다. ‘제6회 대한요트협회장배 전국요트대회’가 열렸다.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이 대회에는 모두 430여명의 요트 매니어들이 몰렸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기도 한 요트는 우리에겐 ‘효자 종목’으로도 꼽힌다. 2010년 광저우 대회때 대표팀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땄다.

제철 만난 해양 스포츠의 꽃

 요트는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우아한 이미지의 레저라기보단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에 더 가깝다. 시련을 이겨내는 인내와 명석한 두뇌 회전, 결단력이 중요한 운동이다. 대표적인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 종목이다. 5년 전 처음 요트를 배우면서 든 느낌은 ‘새우잡이 어선에 잘못 끌려왔다’는 것이었다. 바람의 힘만으로 배를 움직여 나가야 하는 스포츠이다보니 때로는 거친 파도, 강한 비바람 등의 대자연과 맞서야 하기 때문에 몹시 힘들고 어렵다. ‘해양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요트의 매력을 짚어봤다.

안진영(필자)씨가 집세일(요트 앞쪽 세일)을 바짝 당기는 모습.

어떤 스포츠보다 호흡·단결 중요
친목 및 인맥관리에 흔히들 골프를 이용하곤 한다. 함께 라운딩을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골프에는 기능분담의 공동적인 행위 지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라는 유대감을 갖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요트 팀에는 조타와 항해 계획을 담당하는 스키퍼(Skipper·통상 말하는 선장에 해당), 앞과 뒤 두 개의 세일 중 뒤에 위치한 커다란 세일(Main Sail)을 조작하는 메인맨, 앞의 세일(Jip Sail)을 조작하는 집맨이 있다. 또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맞춰 수시로 앞 세일을 교체하는 역할을 하는 바우맨(Bow man)도 있어야 한다. 각자의 역할이 분담되어 있고, 그들의 역할은 상호유기적이다. 그 어떤 단체 스포츠보다도 멤버들의 호흡과 단결이 중요하다.

 함께 협동해 배를 공동의 목표지점으로 몰고 갈 때 멤버들에게 느끼는 고마움과 유대감은 함께 걸어가는 것 이상이다. 흔히 공동 운명체를 이야기할 때 ‘한 배를 탔다’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오프쇼어레이스(Off-shore race·먼 바다를 항해하는 장거리 경기)를 하는 경우에는 순번을 정해 교대로 밤을 새며 밤 바다를 헤쳐나가야 하는데, 멤버들과 요트와 인생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요트에서 맞이하게 되는 자연은 형언하기 쉽지 않다. 때로는 몸서리쳐지는 공포이기도 하지만, 이를 이겨낸 뒤에 펼쳐지는 자연은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감동이기도 하다. 거친 자연은 대자연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 뒤로 용기와 자신감, 뿌듯함이 따라온다. 호수처럼 잔잔한 망망대해 위에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 그 바다를 우리의 요트가 가를 때 퍼져나가는 형광색의 야광충, 운이 아주 좋으면 볼 수 있는, 우리의 요트와 함께 달려주는 돌고래. 그 어떤 스포츠를 통해서도 접할 수 없는 요트만의 매력이다.

연회비 100만~500만원이면 즐길 수 있어
요트를 시작하기 앞서 가장 큰 장벽은 역시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다. 위험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요트는 수많은 형태의 배 중에서 가장 안전한 배다. 배 아래쪽으로 ‘킬(Keel)’이라고 부르는 무게추가 위치하기 때문에, 요트는 마치 떠있는 오뚜기와 같다. 뒤집어져도 다시 스스로 일어선다. 따라서 배가 파손되지 않는 한 침몰될 위험성은 낮다. 다만 바람을 맞고 달리는 역동적인 스포츠다보니 배가 좌우로 많이 기울어지고 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요트에 승선해서는 반드시 안전장비들을 항상 착용해야 한다.

 가격에 대한 부담도 상당히 큰 편이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요트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요트는 ‘외제’다. 새로 출고된 요트를 직접 구입해 요트를 즐긴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요트가 대중화된 호주의 남자들에게 “살면서 두 번째로 기뻤던 날이 언제냐”고 물으면 “요트를 산 날”이라고 답을 한단다. 그렇다면 가장 기뻤던 날은? 요트를 판 날이란다.

 수 억 원이 넘는, ‘폼나는’ 요트의 구입 비용은 차치하고 봐도 비용은 상당하다. 배는 물 위에 띄워놓기만 해도 물에 쓸리고 비바람에 젖기 때문에 감가상각이 급속도로 진행된다.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리비가 엄청나게 나온다는 얘기다. 아직 요트의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놀잇배를 소유하고 타기엔 구입 비용과 관리비 측면에서 무리가 따른다. 최근 민간기업이 요트 대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고, 정부도 해양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으니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쉽게 요트에 다가가는 루트는 요트를 보유한 요트클럽에 회비를 내고 회원으로 활동하는 방식이다. 연회비는 클럽마다 천차만별이다. 회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서로서로 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클럽은 연회비가 100만~200만원 선. 크루 등 모든 것을 갖춰 놓고 뱃놀이를 위한 회원님을 ‘모시는’ 형태의 클럽은 연회비가 500만원 선이다. 각각의 클럽운영 형태에 따라 요트를 즐기려면 100만~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보면 된다.

한강 일대 요트클럽서 기초 교육 가능
생활영역이 서울인 필자는 대회 기간이 아닌 주말엔 한강에 위치한 요트 클럽에서 연습을 한다. 한강 반포대교부터 강화대교 사이에 많은 요트클럽들이 운영되고 있다. 다만 한강 다리의 높이가 높지 않기 때문에 한강에서는 24피트 이하의 작은 요트만 탈 수 있어 아쉬움이 있다. 바다에서 요트를 타기 좋은 곳으로는 부산 수영만과 통영 마리나 리조트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대부분이 이 두 곳에서 개최된다. 인천 송도에도 이에 버금가는 마리나가 들어온다고 한다.

 요트산업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보니 무엇보다 배를 대는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 공간이 적으니 관리비도 당연히 많이 나온다. 세일 등에 광고를 넣어 비용을 낮출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옥외광고법 등 법적인 제약 때문에 광고 부착이 금지돼있다고 한다. 여의도 불꽃놀이 같은 행사를 요트 위에서 보고 싶은 바람도, 안전에 대한 우려로 출항을 통제돼 힘든 상황이다.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때도 인천 왕산요트경기장에서 요트 경기를 볼 수 있다. 요트 면허는 승선원 가운데 한 명만 보유하면 되기 때문에 서울 한강 일대 요트 클럽에서 기초적인 교육을 받은 뒤 바로 배에 오를 수도 있다. 속도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작은 요트 조작 정도는 한 달 만에도 가능하다. 필자도 한 달 동안 교육을 받고 코리아컵 국제대회에 출전했었다. 다만 ‘밥값’ 하는 선수가 되고자 한다면 그 뒤로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유람용’이 아닌 ‘경기용’ 요트에 오르고자 한다면 말이다.



안진영 4년 전부터 해양소년단연맹 소속의 ‘해마루선대’ 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요트 선명은 ‘팀해마루’. 2012년 이순신장군배 국제요트대회 오픈클래스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13년 한·일 아리랑레이스에서 3위, 코리안컵(독도레이스)에서도 3위를 차지하는 등 여러 대회에서 활약하고 있다. 본업은 변호사다.

안진영 법무법인 장백 변호사 traum3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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