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언론의 새 자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언론계도 마침내 사회정화의 큰 물결에 스스로 뛰어들었다.
언론계는 지난 30일 「언론자율정화의 언론인 자질 향상에 관한 결의」를 채택하여 언론이 안고 있는 취약점과 부조리 요인을 스스로 과감히 보강·정리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이어 정부도 무려 1백72종의 정기 간행물에 대해 등록 취소의 조치를 단행하고 다른 정기간행물에 대해서도 「자숙」을 요청했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정지작업이 바로 오늘날 추진되고 있는 사회정화운동이라고 본다면 언론계 역시 여기에 예외일 수 가 없다. 오히려 언론은 그것이 갖는 특별한 공익성과 영향력으로 인해 사회의 다른 분야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더 투철한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언론계가 스스로 『국가의 보위와 국민의 안녕 질서 확립이 최상의 국가적 과제』임을 통감하면서 『…결연한 의지로 국가건설과 지속적인 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여 온 국민과 감고우락을 함께 할 것을 다짐』하고 범국민적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사회정화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키로 결의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또 당국이 부패·퇴폐를 조장하거나 사회불안을 조성해온 정기간행물을 추려 단호히 등록취소의 조치를 취한 것도 언론계의 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언론계 일각에 이 같은 부정적 요소가 온존되고서야 언론계 정화는 실현될 수 없겠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날 우리 언론이 과연 부과된 사명을 제대로 수행해 왔는가, 또는 스스로 구호나 결의로 여러 차례 다짐한대로 언론대도를 걸어 왔는가를 자문할 때우리 언론은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우선 이번 자율정화의 결의에서도 가장 강하게 천명된 「국익 우선」이란 명제에 대해서도 우리 언론이 과거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자성해 볼 필요를 느낀다.
국익에 관한 판단이 제작에 늘 일의적으로 반영됐다고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센세이셔널리즘」이나 타「미디어」와의 경쟁이란 고려에 의해 언론이 좌우된 적도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언론이 국익을 도외시했거나 무지했던 탓이 아니라 대중영합성 또는 경쟁심에 눈이 어두웠던 탓이 더 컸다고도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한국 언론이「모델」로 지향하는 일본이나 미국 언론이 국익에 얼마나 민감한가를 새삼 되새겨 보면서 우리 자세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지난번「이란」인질 구출을 위한 미국의 특공 작전이 실패했을 때 미국 언론이 작전을 명령한「카터」행정부의 결점을 옹호하고 초기 단계에서의 시시비비를 삼가한 자세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대외문제에 있어 일본 언론이 얼마나 민첩하고 눈치 빠르게 국익옹호에 나서고 있는가 하는 점도 많은 언론인들이 익히 아는 터이다.
이처럼 모르지 않으면서도 실천에는 그것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 한 것은 한마디로 언론계의 안이한 풍토와 자세에 있었다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말이 국익에 관해 무조건 정부를 지지하라는 논리일 수는 물론 없는 일이다. 오히려 정부의 결정을 비판함으로써 국익의 증대를 가져온 일도 비일비재했음을 우리는 안다. 다만 국익과 관련하여 확고한 원칙과 흔들림 없는 자세로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 우리 언론이 근년 들어 지나친 대중영합성으로 흐른 점도 우리는 뼈아프게 반성하지 앉을 수 없다.
오늘날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는 퇴폐 저질문제, 「센세이셔널리즘」「고십」취향 등의 중요한 원인이 실로 지나진 대중영합성에 있었으며, 많은 사회적 부작용을 일으킨 언론계 내부의 빗나간 경쟁의 일인도 역시 그런데 에 있었다.
언론기관 역시 기업이지만 그것이 언론의 다른 기능, 즉 공익성을 저각해서는 안 된다는 자명한 한계를 우리 언론은 새삼 인식해야겠다.
그 동안 우리 언론이 겪고 있는 적잖은 신뢰의 실추도 공익성과 대중영합성의 적절한 조화를 이룩하지 못한데 큰 원인이 있음을 깨닫고 이 문제에 관해서도 부단한 자기 성찰을 다짐해야겠다.
언론 또는 언론인의 부정·부패·부조리에 관해서는 차라리 유구무언의 심정이다.
남의 약점 들추기, 청탁이나 조력을 넣는 행위, 기사를 금품과 흥정하는 행위 등이 오랫동안 사회문제화 해왔고, 그것이 비록 언론계 변방에서 자행된 일이라 하더라도 자율적으로 정화·근절하지 못한 것은 물론 우리 언론의 수치였다.
심지어 일반에게는 제호조차 생소한 이른바 「언론기관」이 종업원에 대한 월급은 그저 명목상으로 지급하면서 기자 신분증을 매매하거나 출입처를 이권시하는 작태까지 있었음도 우리는 알고 있으며, 「언론인」을 자처하는 언필증 기자가 사실상 「브로커」로 전락한 예도 다수 보아온 터이다.
이런 변방의 잡된 요소를 언론계 스스로 막지 못한 것을 거듭 자책하면서 이제 시대적 요청에 따라 이런 요소가 새원됨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요컨대, 이제 우리 언론도 동정 관념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상황에서 새롭게 신뢰를 획득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할 줄 알며 새로운 자세로 자기 사명을 다할 각오를 다져야겠다.
스스로 안고있는 저해요소는 과감히 도려내는 결단을 내려야 하고 그런 저해요인을 안게 된 까닭과 배경에 대해서도 진지한 자기 성찰을 함으로써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아울러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본질을 직시함으로써 국익의 증진과 올바른 여론의 계도라는 시대적 과제를 다하는데 전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흔히 자기반성은 자기발전의 시작이라는 말을 듣는다.
지난날 언론계가 안고있던 많은 문제점을 오늘날 우리가 뼈저리게 반성하고 사회정화의 큰 흐름에 동참하는 것도 새로운 언론 발전의 각오에 서다.
「언론 자율정화와 언론인 자질 향상에 관한 결의」를 다시 한번 다짐하면서 새시대의 소신을 다하는 새로운 언론을 자기 하는 바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