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적이다" "아니다" | 연극 『베니스의 상인』 불서 논쟁 | 「플랭」이 연출…국영TV서 방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이 반유대주의적이냐 아니냐는 새삼스런 논쟁이 최근 프랑스에서 한창이다.
국영TV방송 FR3가 최근 방영한 『「베니스」의 상인』이 반유대주의를 선동했다 하여 「프랑스」내의 유대인들이 「레몽·바르」 수상에게 시정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보내는 한편 관계자들에 대한 고소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이 작품은 「디종」의 여름연극제 무대에 올라 호평을 받았던 작품으로 연출과 「샤일록」 역을 맡았던 「장·르·플랭」의 연출성향과 연기에 반유대주의적 색채가 짙었다는 것이며 이를 국영TV가 녹화 방영했다는 점 등이 시비의 초점이다.
반민족주의 및 반유대인 배척주의 국제연맹 (LICRA) 회장 이름으로 「바르」 수상에게 전달된 항의서한에서 유대인들은 「르·플랭」의 연출과 연기가 유대인 배척주의자들을 크게 고무시켰다고 주장, 그와 TV방송국장을 고소하겠다고 자못 위협적이다.
이에 대해 「르·플랭」은 『나는 민족주의자도 유대인 배척주의자도 아니다』 『나에 대한 그들의 주장이야말로 바로 명예훼손』이라며 『법정에서 그들의 잘못된 생각을 깨우쳐 주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르·플랭」의 견해로는 『「베니스」의 상인』은 유대인 배척주의적 작품이기보다는 차라리 기독교인의 비리를 꾸짖는 반기독교적인 희곡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은 매우 비교적이어서 이해가 쉽지 않지만 「샤일록」의 행위동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샤일록」은 기독교사화와의 어떠한 접촉도 거부당하는 유대사회를 상징한 인물로 빚 대신 「안토니오」의 살 (고기) 한 근을 요구하는 보복행위도 가증스러운 기독교인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 따라서 작품전체를 통해 보다 밉살스럽게 표현된 것은 오히려 기독교인 쪽이라는 설명이다.
「샤일록」 연기를 비난한데 대해서도 「르·플랭」은 『보다 온건한 연기자로서 절제와 과장을 애써 조화시켜 나가려는 내 연기를 과장연기라고 비난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판단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문학 및 연극관계자들도 『70만명에 달하는 「프랑스」의 유대인들이 문학작품을 놓고 반유대주의 운운하는 것은 반계몽주의 또는 편집광적인 무모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문학작품 특히 「레옹·도데」나 「샤토브리앵」 「볼테르」 「발자크」 「폴·모랑」 「로맹·롤랑」 「앙드레·지드」 등에서 반유대주의적 표현이 간혹 문제가 되곤 했지만 지금은 「나치」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