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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 대입 과열과외 구미엔 거의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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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과열과외가 몰고 온 사회적 병폐와 경제적 낭비는 엄청난 지경에 이르러 드디어는 「안보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할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 같다. 입시를 둘러싼 이 같은 과열경쟁이 과연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사회현상인지, 과외공부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외국의 교육제도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일본에서는 해마다 3월초가 되면 청소년들의 자살율이 급격히 는다고 한다. 대학입시에 낙방한 학생들이 이를 비관, 자신의 목숨까지도 포기하는 것이다.
일본의 학제는 우리 나라와 같은 6·3·3·4제. 이중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므르 입시가 없다.
고등학교에서부터는 입시경쟁을 거쳐야 하는데 이 경우 좋은 고교를 나와야만이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는 사고방식이 일반적으로 팽배해 있어 이때부터 치열한 경쟁을 거처야 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입시경쟁은 역시 대학입시에서부터.
특히 일본인 특유의 「일류지향」 의식이 가세, 대학입시경쟁의 열도를 더욱 뜨겁게 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대표적 입시준비기관은 이른바 학숙이라고 불리는 사설 입시학원. 최근 일본 교육계를 시찰하고 돌아온 단국대 유안진 교수 (교육학)에 의하면 이들 학숙은 작게는 10명 미만에서부터, 크게는 수천명까지 각양각색이라는 것. 그래서 「한집 건너 학숙 하나」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동경지역에만도 무려 10만에 가까운 대소 학숙이 있으며 이 지역 고교생의 약 2분의 1이상이 학교와 학숙생활을 겸하고 있거나 아니면 집에 가정교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1천명에 53명의 고등교육인구로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의 경우는 대학입학을 위한 입학시험이 따로 없는 것이 특색. 전국규모로 실시되는 고교졸업시험 성적과 내신성적, 그리고 학교장 추천서가 입학을 결정하는 주요 고려내용이 된다.
11학년 (고2) 말이 되면 교사와 학생이 면담, 지망대학을 선정하여 그 대학에 알맞은 수험지도를 학교가 전담하는 식의 입시준비를 시킴으로써 우리 식의 과외를 따로 받을 필요는 없다.
「유럽」의 경우는 미·일과는 달리 중등학교에서 복선형을 택하고 있다.
아이들의 능력을 조기에 발견, 그에 알맞은 길을 택하도록 하는 조기선별제도다 (이 제도는 최근 교육의 기회균등원칙에 어긋난다 하여 시련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대학교육을 받을 학생의 선별작업을 대학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등학교 입학부터 시작, 각 학교의 유형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의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국가적 차원에서 합리적 인력배분을 꾀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굳이 대학을 가지 않고도 한 인간으로서 성숙한 삶을 영위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육성하고 있다는 것도 지나친 입시경쟁을 억제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서독의 경우는 인문계 중등학교인 「김나지움」을 졸업하면 국가에서 실시하는 중등학교 졸업시험이자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아비투어」시험에 응시, 이에 합격한 사람이면 원칙적으로 모든 대학에 갈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 서독의 「아비투어」는 해당연령층의 25%가 응시, 약 70%가 합격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비투어」에 합격하고도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는 경우. 「아비투어」는 그 성격상 정원이 있는 경쟁시험이 아니라 어느 선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모두 합격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일고 있는 인기학과 (의학계·이공계 등) 편중추세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고 있다.
이들 인기학과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학생들 가운데는 2∼3년씩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
「프랑스」의 경우도 대체로 서독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대학이 일반대학과 특수학교로 이원화해 있다는 것. 인문계 학교인 「리세」를 마친 학생은 이어서 「바칼로레아」를 치러야 하는데, 이 「바칼로레아」는 분야별로 5개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특수대학인 「그랑·제콜」의 경우 「바칼로레아」를 마치고도 추가로 2∼3년간의 시험준비반에 들어가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데 여기에 우리 식 과외공부가 파고들 여지가 생긴다.
「그랑·제콜」입학에 가장 중요한 과목은 수학. 이 때문에 수학을 주로한 「특수지도」가 실제 행해지고 있다.
「파리」에 사는 한 교민의 말에 따르면, 신학기만 되면 유능한 수학교사의 지도를 받기 위한 학생들끼리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는 것.
영국의 경우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중등학교 수료자격시험인 GCE를 치러야 하는데 이는 중앙협의회가 전적으로 관장, 대학은 관여하지 않는다. 대학은 학과에 따라 GCE의 「레블」을 결정, 필요한 과목을 취득하도록 하는 입학요강을 정해놓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대학 같은 명문대학에서만은 GCE성적 외에 자체 내에서 특별 필답고사와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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