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정경 유착의 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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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의 정치는 「금권 정치」다.
지난 6월의 총선에서는 참의원 선거 (전국구)에 7억「엔」 (약 21억원)을 뿌려야 당선된다는 「7당 6락」, 중의원 선거에는 「3당 2락」설이 나돌았다.
고 「오오히라」 수상은 정치 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해 총선거를 앞둔 5월23일 당 1차 공천자 (중의원) 2백88명에게 5백만「엔」씩 건네주었다.

<집집마다, 매수 사절>
이들은 다시 계파 「보스」로부터 5백만∼1천만「엔」의 선거 자금을 받고 선거구로 내려갔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선거 구민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총선 때 「지바껜」 주민들은 『매수에는 절대로 응하지 않는다』는 「스티커」를 집집마다 붙였다.
바로 이 고장에서 당선된 자민당의 「우노」 의원은 금년 봄 『돈으로 표를 매수하여 당선됐다』는 법원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내놓았다.
물 쓰듯 선거 자금을 뿌리자면 돈 모으는데도 체면을 돌보지 않는다. 총선거를 한달여 앞둔 지난 5월 「세리사 연맹 헌금 사건」이 터졌다.
세리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던 세리사 연맹이 작년 10월 총선거 때 여야당 입후보자 1백1명에게 50만∼5백만「엔」씩 모두 1억3천만「엔」을 선거 자금으로 미리 바쳤다는 것이다. 이런 돈이 굴러들면 정치인이라면 아무도 사양할 줄 모른다.
재계의 정치 현금은 소문이 나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정치가는 투자 대상」이고 정치가 쪽에서는 「기업은 정치의 돈줄」이다.
금권 정치의 난무는 끝내 현직 수상 (전중각영)의 오직 사건 (「록히드」사건)으로까지 발전됐었다. 그래서 1975년에는 「정치 자금 규제법」을 개정해 『개인의 정치 헌금은 최고 1천만「엔」, 법인의 경우는 최고 1억「엔」으로 규제』하고 이 정치 자금은 반드시 선관위에 신고토록 의무화했다.
금년에 자민당이 받은 정치 자금은 경단련·일경련·상공회의소·경제동우회 등 경제 4단체에서 공식적으로 헌금한 것만도 1백50억「엔」이다.
자민당 정치는 파벌 정치다. 파벌 「보스」는 당의 정권 유지도 중요하지만 자기의 권력 유지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파벌 유지를 위한 개인적 정치 자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당 총재 선거·수상 후보 지명 선거가 있을 때마다 「산또리」의원, 「닛까」 의원이 속출한다.
「산또리」 「닛까」는 일제 「위스키」. 중간파·다른 계파 의원을 매수하기 위해 「산또리」 「닛까」 「위스키」 상자 속에 1만「엔」짜리 돈 다발을 넣어 배달하여 표를 매수하는 것이다.

<「산또리 의원」 속출>
정권 투쟁을 위한 파벌 「보스」가 주로 조달하는 정치 자금은 75년의 경우 「후꾸다」(복전)파가 50억, 「다나까」파가 40억, 「오오히라」파가 30억, 「미끼」 (삼목)·「나까소네」 (중증근) 파가 각각 약 20억「엔」에 이르렀다는 추계다.
공식 자금 말고도 「후꾸다」파는 금융계에서, 「다나까」파는 건설 업계 등에서 비공식 정치 자금을 많이 끌어들였다는 얘기며 일본 최대의 재벌인 「미쓰비시」 「그룹」이 「후꾸다」씨를 강력히 지원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같은 비공식 자금은 공식 자금의 몇배가 된다는 얘기다. 5억「엔」을 개인 정치 자금으로 받은 「그루먼」사건, 「다나까」 수상을 귄좌에서 몰아낸 5억「엔」의「록히드」 사건은 그 좋은 예다.
이를테면 일본의 재계는 자유 경제 체제와 기업 유지를 위한 「구조적인 자민당 지지자」인 것이다.
야당의 정치 자금은 자민당의 몇 10분의 1에 지나지 않으며 그래서 제1야당인 사회당은 지지 기반이 노동조합 (총평)의 개인 헌금, 공명당과 공산당은 기관지·당 출판물 수입 등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일본 재계의 집권 세력에 대한 정치 자금 제공은 그 뿌리가 깊다.

<영목 돈줄은 수산계>
「도꾸가와」 (덕천) 막부 말기 「미쓰이」 (삼정)가가 「사이고·다까모리」 (서향융성)에게 1천냥을 헌금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전전에는 「미쓰이」 재벌은 정우회, 「미쓰비시」 (삼능) 재벌은 민정당에 각각 정치 자금을 대주었다. 전후 정치 자금이 규제된 75년 이전까지는 철강·금융·전력 업계가 자민당의 주 된 돈줄이었다.
신일본제철의 경우는 많을 때는 연간 20억「엔」이나 헌금했다고 전해진다.
「스즈끼」 (영목선행) 자민당 총재의 금맥은 수산업계. 「오오히라」파 「보스」가 되면서 맨 먼저 재계의 거물 「사꾸라다·다께시」 (앵전무) 전 일경련 회장에게 『잘 부탁한다』는 전화를 걸었다. 수산업계 지원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오히라」파의 정치 자금은 공식적인 것만도 연간 약 6억「엔」대에 이르렀다.
이중 상당한 자금이 「스즈끼」 정권 탄생을 위해 뿌려졌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라는 관측이다.
『기업은 관료에 약하고, 관료는 정치가에 약하고, 정치가는 기업에 약해』 일본의 금권 정치는 거듭되고 있다. 【동경=김두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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