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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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추꽃이 피면
여름이 한창이지
가지사이
잎사이에
보일 듯 말 듯
더운 날의 그늘이다가
이쁜이의 이마같은
풋대추
이쁜이의 이쁜 눈빛이다가
가을빛속
고추빛으로 다시 피는
빨간 꽃이다가
드디어
하늘과 땅을 잇는 향불
푸른 연기속에서
영원을
가르치는
사랑의 꽃이지.
(두산가58)

<시의주변>
우리들의 역사나 현실 가운데는 참 많은 「잊음」이 있고 「잃음」이 있다. 요즘 들어서 자꾸만 그 「잊음」과 「잃음」이 슬퍼서 못견디겠다. 보일듯 말듯한 작은 몸짓에서 비롯하여, 아직은 아주 허물어지지 않는 우리들의 진실-.
오랜 세월을 두고 과학이나 문명과는 아무 상관없이 영원을 생각하는 우리곁에 있어온 몸짓, 작은 빨간 열매의 사랑이 오늘 내 슬픔을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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