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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확대공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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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처럼 정부의 통화전망이 크게 빗나가고 계획상 차질을 자아낸 일도 드물 것이다. 연초 업무계획을 발표할 당시 경제기획원 측은 국내여신증가규모를 3조2천억원으로, 재무부 측은 4조1천억원으로 각각 책정, 발표함으로써 혼선을 빚은바 있거니와 지금에 와서는 그 어느 쪽 보다도 훨씬 많은 5조1천억원으로 늘려 잡아 하반기 통화운용계획을 마련했다.
기획원 측 전망과는 무려 1조9천억원, 재무부 안에 비해서도 1조원의 격차가 생긴 것이다.
균형으로 짜여졌던 정부부문이 4천5백억원의 통화증발을 일으키게 되었는가 하면 17억 「달러」의 「마이너스」(기획원안은 억 「달러」)를 예상했던 순 해외재산(NFA)은 21억「달러」의 「마이너스」)로 감소 폭이 크게 늘어나 통화 증감요인이 달라졌다.
6개월도 안된 사이의 이 같은 대폭적인 수정은 경제 내외적인 교란요인이 많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경제현실을 오진하고 있거나 잘못처방하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밝혀진 정부의 통화운용계획에 의하면 5조1천억원 가운데 2조1천7백억원을 상반기에 소진하고 2조9천3백억원은 하반기에 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환율인상에 따른 명목 증가분이 상반기에 4천4백억원, 하반기에 2천억원씩 반영되어 있으므로 하반기중의 실제 여신증가액은 상반기에 비해 약50%인 1조원이 더 많은 것이다.
연중 자금수요가 하반기에 집중되어 있긴 하지만 상반기 보다 그만한 자금이 더 풀려 나간다는 것은 어쨌든 경기자극을 위한 통화확대라고 볼 수 있다.
이미「6·5조치」에서 정부가 「인플레」 수속-경제안정 보다는 고용확대 경기자극 정책으로 선회한 터여서 하반기중의 통화확대는 예기되고 있던 것인데 그것이 과연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다시 한번 「체크」 할 필요가 있다.
자금공급을 확대하고 안하고의 이전에 지금의 경제난국 증세를 올바로 진단하고 거기에 대한 원인 및 대증 처방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요즘 기업들은 불황하의 자금난으로 도산이 속출하는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긴축을 강요해 「오버·킬링」하는 것은 재고할 문제다.
그러나 자금을 더 푼다고 해서 경기가 되살아나고 생산과 투자활동이 활기를 띨 것이냐 하는데서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6월 25일 현재 국내여신증가율이 43%를 달리고 있고 총통화증가율은 28%를 나타내고 있는데도 경기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렇게 볼 때 통화공급의 양보다는 공급경로와 대장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자금공급만 늘린다면 편중은 심화되고 자금의 갈증은 여전할 것이다.
자금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용효과가 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고, 산업활동의 합리화를 자극하는 방향에서 선별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업「사이드」에서 보면 역시 하반기도 자금사정은 계속「타이트」할 것을 각오하고 대처해야 될 것 같다.
왜냐하면 하반기에는 하곡수매자금·추석자금·추곡수매자금 그리고 연말자금 등 큰 덩어리의 자금수요가 몰려 있고 더구나 경기대책적 재정수요가 확대될 계획이기 때문에 일반금융의 여유는 매우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기업이 느끼는 자금난은 별로 호전될 전망은 없고 이에 맞추어 각 기업은 자구책을 세워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상반기 보다 1조원이나 더 많은 여신을 공급하면서도 경기회복의 확신은 없고 오히려「인플레」 심리만 유발할 우려가 많음을 인식하고 정부는 어느 때 보다도 통화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대소 서방전략과 미국 6월초의 「나토」 국방상회의와 EEC외상회의, 그리고 곧 이어서 개최되었던 「베네치아」 정상회담과 「아세안」외상회의 등, 일련의 국제적인 회동을 기축으로 최근의 국제정세는 또 한차례의 회전을 목격하게 했다.
이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국제사건들은 결국 미·소간의 기본적인 전략대결을 축으로 해서 그에 임하는 서방진영 내부의 대응자세 그리고 서방세계의 한 취약한 부분을 역습해 들어오려는 소련세의 움직임 등으로 정리해서 이해할 수가 있을 듯 하다.
우선「크렘린」팽창전략의 전반적인 구조를 살펴볼 때, 소련은 현재「아프가니스탄」과 인지 등 제3세계 지역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무력침공과 세력확장을 도모하는 한편 서「유럽」과 일본에 대해서는 군사력 시위와의 회유전술을 통해 그 지역의 종국적인「핀란드」화를 추구하는 듯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대소 응징책의 구체적인 행동으로「모스크바·올림픽」의 거부를 포함해 서방진영의 대소행동통일과 「나토」 핵전력의 강화를 밀고 나가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서구와 일본의 정치적·경제적 성장과 미·서구간의 국가이익장의 입장차이는「카터」대통령의 그러한 단결전략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카터」 미국대통령으로서는 「베네치아」 정상회담을 통해 서방진영 내부의 경제적 현안문제와 상호공동관심사를 풀어나가면서 대소전략에서의 미국의 「리더십」을 재구축 하려 시도했던 것이다.
결과,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서는 EEC 외상회의의 독자적인 온건론 대신 미국의 강경한 주장이 관절 되어「카터」대통령의 입장이 한결 강화된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소련점령군은 즉각 철퇴해야한다고 한 「성명문」의 문귀야 어떻게 되었든, 서독과「프랑스」동 서구 국들이 미국의 그러한「리더십」에 과연 얼마나 실질적인 동일보조를 취해 줄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퍼싱· 미사일」의 「유럽」 배치와 관련해 「카터」 대통령과 「슈미트」 서독수상은 이번 합동에서도 상호간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대소「데망트」나 대소 군사전략 등에 있어서 미·서구간의「비전」이 적잖이 달라지고 있음을 감지하게 했다.
「나토」 국방상회의에서는 이미 「퍼싱·미사일」 배치계획을 원칙적으로 합의해 놓았지만 서독은 그것을 3년 동안 동결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소련이 이를 방해하기 위해 그들의 대서구 SS-20 중거리「미사일」을 철거하는 대가로 서구가「머싱·미사일」 계획을 취소하라는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며 ,소련과의 관계를 무시 못하는 일부 서구 국들이 그에 적잖은 유혹을 느꼈기 때문이다.
「슈미트」서독수상의 방소기간중 양측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흥미 있는 일이나 어쨌든 미국의 입장에선 소련의 이간전술과 서구의 독자적인 노선추구에 계속 대처하지 않으면 안될 부담을 져야할 것이다. 「베트남」의 태국침공은 이를테면 미국이 그처럼 서방6개국을 상대로 한 설득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유럽」의 후미에서 벌어진 소련세 역습의 한 형태가 되고 만 셈이었다.
「아시안」외상회의는 그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촉진시킨 계기가 되었지만, 문제는 미국이 우방들에 대해 대소전략에서의 실질적인「리더십」과 힘을 과연 얼마나 설득력 있게 시범해 보일 수 있느냐 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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