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권委가 북한 인권을 모른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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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인권침해상을 비교할 수 없다는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의 국회 답변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이라크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정부의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던 인권위가 정작 북한 인권에 대해선 이처럼 모르쇠로 뻗대니 이만저만 자가당착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런 기관이 인권을 다루는 국가기관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유엔인권위가 오늘 아니면 내일 중 북한 인권을 우려하는 결의안을 처음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새 정부의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인권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며 방향 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런데도 우리 인권위만 유독 북한 인권의 실상을 몰라 남북한 중 어느 쪽이 더 인권침해 상황이 심한지 비교할 수 없다니 말문이 막힌다.

북한 인권 정보에 어둡다는 인권위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보자. 그렇더라도 인권위는 면책이 될 수 없다. 세계인권 문제를 객관적으로 다루는 유엔인권위가 제네바에서 벌써 수주간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라크 인권 문제에는 그처럼 세심한 관심을 가졌던 인권위라면 남도 아닌 우리의 반쪽 형제들이 인권위가 그처럼 신성시하는 인권의 침해로 고통당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눈을 감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한 정보는 관심있는 인사나 단체엔 너무 많아 어지러울 지경이다. 인권위의 외눈박이 자세와 이중잣대는 바로 개혁돼야 할 대상이다.

정부도 이젠 결단의 순간에 왔다. 북한 인권 문제가 금기시돼선 안된다. 아울러 우리 국군포로.납북자의 귀환 문제도 우리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다. 정부는 대북 지원 및 협력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되 북한에 대해 따질 건 따지고, 줄 것과 받을 것을 확연히 병행하는 슬기로운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유엔 인권위의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 때도 정부가 기권하는 비겁한 자세를 보여선 안된다.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에 대한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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