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대중화 시대」에 대응|정치·경제 제도 혁신 필요|「토플러」의 새 저서 『제3의 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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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탈산업 사회 문제를 다뤄 사회 변동에 대한 미국식 사고 방식을 창출한 명저 『미래의 충격』으로 널리 알려진 「앨빈·토플러」가 최근 『제3의 파동』을 내놓아, 다시금 전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제까지의 정치·경제 체제는 더 이상 현대의 다양성에 대응해 나갈 수 없다고 주장한 이 책의 내용과 성격을 소개한다.
인류 문명은 「농업 혁명」 (1만년 전)의 「제1의 파동」과 「산업혁 명」 (3백년 전)의「제2의 파동」을 거쳐 이제 「제3의 파동」 시대에 접어들었다. 「제2의 파동」시대가 대중 교육·대량 소비·대중 오락 등 「대중화」로서 특정 지어진다면 「제3의 파동」 시대는「탈 대중화」 현장을 핵심으로 제도나 집단이 세분화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세분화 현상은 「매스미디어」를 비롯, 종교·정치·경제 등 어느 분야에서나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중 사회에서 탈 대중 사회에로의 변화는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대중 사회에서 기존 이익을 구가하던 거대한 TV「네트워크」, 대중 시장 업자, 기존 종교는 유선 TV, 인공위성 방송망, 시장 분할 업자, 신흥 종교 등과 각각 대립케 된다. 가령 현존하는 정치 제도가 과거의 획일화된 사회에 적합하고 더 이상 새로운 변전에 대응할 수 없는 것처럼 대중 사회는 탈 대중 사회를 맞아 「대중 재구성」의 단계를 거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20세기 후반의 새로운 시대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정치 제도 등 모든 분야가 새로 건설되어야 하는데도 한 예로 석유수출국기구 (OPEC)가 발족한지 7년째인 요즘 미국은 「에너지」에 관한 정책다운 정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새로운 도전에 응해 현명한 대책을 수립해 나갈만한 지능적 조직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다양화되면 기업은 이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더욱 다양한 공급을 하게 되지만 정부는 새로운 다양성에 거의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선거 제도의 경우는 이같은 다양성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사례다. 두 후보자 중 한 사람에게 투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는 선거에서 51%가 한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해도 바로 다음날이면 이 51%도 1만여개의 각각 다른 수많은 일시적 이해 집단으로 분해되어 더 이상「다수의 지지」라는 신화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결국 2백년 전 4백만의 인구를 가졌던 당시의 헌법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앞으로 10∼20년 안에 혁명적인 기술 발달, 통신·가정·경제 및 국제 관계에서의 변화를 감당할 수 없게 되는 난국에 봉착할 것이다.
급증하는 정책 결정도 분산될 필요가 있다.
백악관·의회, 또는 연방 관료제는 현재 당면한 과제의 10분의 1도 대응할 수 없으며 정치가들은 거의 생소한 사태들을 맞아 즉흥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압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미국의 주 내지 지역 단위로서의 경제는 과거 30∼40년 전의 전체 미국 경제와 맞먹는 규모로까지 성장했다. 더 이상 미국에는 전국적인 경제라는 개념의 필요가 없어지고 지역 및 주의 실정에 맞는 대응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경제 정책은 아직도 과거처럼 단순·단일한 구조인 듯이 운용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공통으로 제기되는 동시에 영국 「프랑스」 일본 소련 등 다른 산업 선진국에도 공통적인 것이다.
산업시대를 넘어 「탈 대중 시대」에 적합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세계는 현재 「프랑스」 「브레타뉴」 「코르시카」 「퀴베크」 서부 「캐나다」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지에서 나타나듯이 폭력으로 지역적 분쟁을 해결하려는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 문제를 충분히 예견함으로써 폭력적 형식으로 주도되기 전에 자발적이며 지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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