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일식화풍에서의 탈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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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방이후 50년대의 미술계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일제의 잔재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던 반면 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과 위축을 받았다고 주요한 작품들의 손실로 아직도 공백처럼 남아있는 이 시대의 미술을 발굴하고 조명해보자는 기획전『한국현대미술1950년대 동양화전』이 3일부터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주최로 덕수궁 동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발굴의 어려움으로 기대만큼의 우수작품이 망라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나라 현대동양화의 한 단면으로 볼 수 있는 기회로 주목을 모은다.
추진위원회(최순우 김기창 이경성 서세옥 윤치오 오광수)가 선정한 작가들을 살펴보면 고희동 김은호 김용진 허백련 최우석 이용우 이상범 하관식 노수현 김경원 정진철 서동균 황성하 배염 허행면 허민 박래현 김정현 김화경 허건 김기창 장우성 이유태 박노수 장운상 권영우 천경자 김옥진 이현옥 배정례 안동숙 이남호 성재휴 김영기 박생광 박지홍 박승무 이형섭 민경갑씨 등 39명
이들 중 적지 않은 작가들이 이미 작고했으나 현존작가의 경우 동양화단의 중진·대가로 불려지는 작가들로 한 작가의 개별적인 성장을 엿볼 수도 있다.
해방직후 우리 나라의 동양화단은 민족미술에 대한자각이 크게 일어 일본화에서 탈피하자는 경향이 주류를 이뤘다. 즉 채색위주의 후도식(색을 두껍게 칠하는 법) 회화에서 벗어나 선과 묵을 중심으로 한 남화 문인화로 눈돌리는 작가들이 늘어난 것이다.
고의동을 비롯한 이 시대 대부문의 동양화가들이 남화에 심취한 현상은 이번 전시를 통해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50년대의 주목되는 현장가운데 또 하나는 몇몇 개성 있는 동양화가들의 자기완성을 들 수 있다. 해방이전 이미 작가로서의 기반을 다졌던 이상범 허백련 노수현 배렴 등이 양식적 완성을 보게된 것은 대체로 이50년대를 통해서다.
『하강어악』『금강산도』『촌가』등 17점이 출품된 이상범은 50년대 후반 한국산야를 그의 독특한 화법으로 정착시켰으며 허건의 남농화풍 또한 이 무렵에는 짙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50년대의 허백련 노수현의 작품은 연령적으로 가장 왕성했던 시기의 것으로 많은 대표작이 제작됐다. 한편 김기창도 스승 이당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학풍을 모색했음을 알 수 있다.『동양화의 전통적 시각에서 벗어나 서양화의 조형방법을 대담하게 원용한 것은 전통회화에 커다란 바람을 몰아 온 계기가 됐다』고 오광수씨는 말하고 있다.
이경성씨는 이 50년대의 동양화를『너무나 강력한 영향을 받고 있던 전통적인 중압 때문에 일면 전통의 계승을 의도하면서 서서히 개량의 의지를 보이던 연대, 과도기적인 연대』라고 평하고 있다. <이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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