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票心 도대체 모르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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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출근시간대인 15일 오전 8시 서울 양천구의 신정네거리역과 신정역.

유세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로고송 '서울 서울 서울'(한나라당), '오 필승 코리아'(민주당), '내일의 노래'(민주노동당) 등은 여기가 4.24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줄지어 선 선거운동원들 앞을 종종걸음으로 지나치는 시민들의 얼굴에선 관심의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鄭모(43)씨는 "총선 때는 한나라당을, 지난해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를 찍었다"면서 "지역 개발 적임자를 고르는 중인데 좀더 생각해야겠다"고 말했다.

양천을 보선에는 한나라당 오경훈(吳慶勳).민주당 양재호(梁在鎬).민주노동당 민동원(閔東源) 세 후보가 출마했다. 투표일은 다가오는데 표의 흐름이 잡히지 않아서인지 세 후보에겐 일분일초가 아쉽다.

새벽 5시 기도회를 시작으로 밤 12시 넘어까지 지역을 누빈다는 吳후보는 "몸무게가 4~5㎏은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아파트촌 등을 돌며 하루 10여 차례 게릴라 유세를 벌인다는 梁후보의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고, 閔후보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이곳에선 민주당 김영배(金令培) 전 의원이 6선을 했다. 그러다 보니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욕구가 만만찮다. 재정자립도가 42%에 불과한 낙후지역이라 서울인데도 후보들은 뉴타운 조성 등 지역개발 공약을 내세운다.

유권자 수는 16만9천7백여명.

이 중 호남 출신이 34%, 충청 출신이 27%로 합하면 60%가 넘는다. 충남 논산 출신의 金전의원이 6선을 한 배경이기도 하다.

각 당 선거전략도 이런 지역 특성을 반영했다. 한나라당 吳후보의 선대위원장은 충남 보령 출신 김용환(金龍煥) 의원이, 盧정부 출범 후 흔들리는 호남표를 감안해 민주당 梁후보의 선대위원장은 전북 정읍 출신 김원기(金元基) 의원이 맡았다.

조직 싸움과 함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견제론'과 '개혁 뒷받침론'으로 공중전을 벌이고 있다. 초대 민선구청장 출신인 梁후보는 '양천의 노무현'이라고 적힌 유세차량을 타고 다니며 "대통령의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를 꼭 당선시켜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39세의 吳후보는 '젊은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구호가 적힌 유세차량에 올라 "盧대통령이 섣부른 말실수로 사회.경제.안보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따끔하게 경고하자"고 외치고 다닌다.

5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사무실에서 밥을 해먹으며 선거운동을 하는 민주노동당 閔후보는 "서민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을 선택해 세상을 바꿔보자"고 역설하고 있다.

승패의 또 다른 관건은 남은 선거기간에 金전의원의 지지 기반을 梁후보가 온전히 넘겨 받느냐다.

梁후보 측은 "당직자와 당원 등 金전의원의 지구당 조직을 모두 인수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장담한 반면 吳후보 측은 "梁후보가 목동에 살다가 선거 직전에야 이사와 조직 인수가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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